이번 아카데미 의상상은 영빅토리아의 샌디 파월이 가져갔습니다.
샌디 파월은 본인이 준비했던만큼 매끄럽게 된것 같지는 않지만, 세번이나 줘서 고맘긴한데, 앞으로는 시대 영화말고도 현대를 배경으로한 영화의 의상도 주목해 주길바란다라는 내용의 소감을 말했습니다.
전 샌디 파월의 의상도, 영 빅토리아의 의상도 좋아하긴 했지만, 그녀가 지적한것처럼 시대의상 영화로 북적거리는 아카데미 의상상 후보들은 조금 재미 없습니다. 매년 거의 같은 이름들이 올라오기도 하고요.
영 빅토리아의 의상은 딱 보면 샌디 파월 작품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빅토리아 공주시절과 재임 초기를 다루다보니 TV 커스튬 드라마에서 익숙한 빅토리아 시대 의상과 다른것은 당연하지만, 샌디 파월답게 과도할 정도로 화려하고, 풍성하고, 밝습니다.
색과 디테일한 장식은 눈을 즐겁게하지만, 조금은 뻔한 샌디 파월이라 실망스럽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론 옷보다는 모자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제가 이번 수상 후보 중 응원했던것은 브라이트 스타의 재닛 패터슨이었습니다.
시대영화인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전형적이고 과감한 의상들이 나오죠.
얼마나 시대 고증에 착실한지 모르겠지만, 커다란 러플이나 진한 핑크와 같은 강렬한 색상, 커다란 챙의 모자 등은 독특했어요.
아카데미 후보작 중 나인과 파르나서스 박사의 환상극장은 보지 못했지만, 코코샤넬(또는 샤넬 이전의 코코)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샤넬의 취향과 스타일에 대한 설명이 될만한 의상도 나오고, 그와 비교되는 당시 프랑스의 여성 의상도 잔뜩 나오기는 하지만 샤넬 전기 영화에서 의상 비중이 이것밖에 안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 중반까지 샤넬의 단벌 외출복으로 나왔던 이 옷은 정말 지겨웠어요.
이 네이비 스트라이프 셔츠는 후반부 단골 아이템.
현대를 배경으로한 의상에도 신경을 써달라는 샌디 파월의 메시지는 굉장히 고맙습니다. 현대 의상들은 의상상 후보에 오르기도 힘든것 같아요.
전 작년 영화 중 500일의 썸머와 줄리 & 줄리아가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둘 다 튀지 않으면서, 캐릭터와 영화에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도 현실적입니다.
썸머의 옷들은 주이 데샤넬의 체형이나 배우 이미지와 잘 어울릴뿐만 아니라 20대 중반 아가씨가 카드회사 비서직 월급으로 충분히 살 수 있는 옷들처럼 보여요.
물론, 비싸보이는 빈티지 드레스도 몇벌 등장하긴 합니다만...
에이미 아담스의 줄리는 섹스 앤 더 시티의 도시인 뉴욕에 살지만 그녀가 입는 옷은 캐리와 그 친구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의상을 담당한 앤 로스는 9/11 이후의 우울한 뉴욕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줄리의 옷을 더 칙칙하고, 소박하게 구성했다는 군요.
60년대 분위기를 잘 살린 언 에듀케이션의 의상도 좋기는 했지만, 매드멘으로 눈이 높아진 미국 아카데미 위원들에게는 이정도의 60년대 의상은 성에 안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