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새 눈 님이 곱게 내려 오시어 온 세상을 순백으로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저는 그래서 조금 부산스레 서둘러 평소보다 20분이나 먼저 길을 나섰습니다.
눈 님이 심통을 부려 혹여 늦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삼십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어도 눈 님이 오신 날에는 작은 설레임을 느낍니다.
혹시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설레임으로 부푼 가슴을 하고서 저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곳에서 개념이 너무 넘치도록 충만하셔서 그 많은 개념을 당신의 작은 머리가 아닌 저 미리내 넘어 우주 먼 곳 안드로메다에 차곡차곡 곱게 적립해두신 강아지 자제분께서 제 차 앞을 가로막고 주차해 놓으시고는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예쁘게 채워 놓으신 것을 보았습니다.
전화도 꺼 놓으시고 참 여러모로 예의와 범절을 갖추신 참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저는 이토록 아름다우신 분이 누구신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우셨기에, 만나뵈어 그 고귀한 모습을 직접 두 눈에 담고 열 여덟 개의 숫자와 남성 신체의 특징적인 어느 부분을 한 글자로 간결하게 묘사한 단어 등으로 이루어진 우아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50분이나 그 분을 기다렸지만 그 분은 끝내 나타나지 않으셨습니다.
20분 일찍 나와서 30분 지각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입니까.
그렇게 그 분을 그리워하며 한참을 기다리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지나가시며 이야기 하십니다.
그 분의 이런 아름다운 행동은 우리 아파트에서 유명하다고, 아주머니도 그 분의 아름다운 행동에 감동하여 참 많은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셨다고.
아 저는 어찌하여 그 아름다우신 분의 존재를 지금껏 모르고 살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 자슥이 이기 주차 그 따구로 해놓고 개념없이 까불다가 눈티가 밤티 되도록 뚜드리 맞고 양 쪽 눈까리가 썬글라스 낀거 처럼 시커멓게 멍 들어 봐야~ 하아~~~~~~~~~~~~~ 그 얌전하고 착하기로 유명한 중국 판다도 옛날에는 많이 개념없이 까불던 놈이었구나 하면서 점심으로 대나무 이파리 씹어 먹을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