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결말 단상 -어느 노동자의 삶과 죽음 그리고 행복
7번국도입니다. (매우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계속 읽고는 있었습니다^^)
126화의 일간 시트콤을, 주간으로 감상했습니다.
전편을 봤지만, 본방으로는 단 한편도 못보고 일요일 저녁마다 한꺼번에 모아서
밤잠을 줄여가며 봤거든요.
생각하는데로, 사는데로 보인다고,
하루에 16시간씩(즉 밥먹고 자는 시간빼곤 종일) 주6-7일의 노동을 하느라
듀게에 글하나 남길 여유조차 갖지 못하던 제가 - 오늘, 새해들어 처음 쉬는 토요일이네요-
엔딩에서 느낀건 자본주의 경쟁사회에 허덕이는 노동자의 행복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었어요.
하이킥 극중에서의 '노동자'의 정수는 지훈과 세경입니다.
엘리트 교육을 받은 고급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단순노동자의 차이는 있지만,
밤잠을 줄여가며, 자신의 행복과 사생활을 희생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노동자는
지훈과 세경입니다.
의사결정과 책임의 스트레스야 받지만 스스로 시간과 자금을 운용하는 경영자인 순재,
그마저도 없지만 금전적인 어려움은, 책임감도 크게 필요하지 않은 중간관리자 보석,
노동자이긴 하지만 중간관리자 이상(교감)의 관리자인 자옥,
그리고 역시 노동자이지만 세상이 채찍질하는 경쟁에서 조금은 벗어난 체육교사 현경.
(동의 하지 못하신 분도 있을 수 있지만, 전 고교시절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어느 측면에서는 중고교 체육교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트레스는 받지만 아직 그 경쟁사회에 편입되지 않은 유보자들인 정음, 광수, 인나와 다르게
모든 행복과 사생활을 유보하고 노동에 모든 시간을 바치고 자신의 삶을 즐기지 못하는
지훈과 세경의 삶은 가장 노동자다운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하이킥을 보면서 제가 가장 몰입한 캐릭터는 단연 지훈이었어요.
그래도 세경의 노동은 가장으로서 본인과 가족에 대한 부양 책임, 그리고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
현재 할수 있는 최선이자 유일한 길..이란 면에서, 비전이 있고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지훈의 모습은 그렇지도 않게보였어요.
학창시절엔 락커가 되고 싶었고, 이별을 하고 삐뚤어지기도 했던 지훈은,
좋은 머리로 의사라는 직업을 택했지만,
지훈이 의료인으로서의 윤리의식이 보였던 에피소드는 한편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지훈은 의사라는 직업이 좋았을까요?
레지던트라는 힘든 시기를 버티고 나면 그에게 주어질 명예와 돈이 지훈이 바라는 목표였을까요?
매일매일 밤을 새고, 사랑하는 연인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위에서 깨지고 밑에서 받쳐가던 지훈의 행복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런 지훈이 가장 행복했던 모습은 언제나 정음과 함께 하던
시간이었기에, 저는 지훈-정음의 모든 에피소드를 좋아했어요. 어쩌면 세경이가 정음이보다
지훈을 더 사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노동자 지훈에게 필요한건 세경이 아닌 정음이라고
생각했어요.
미칠듯이 힘든 정음의 구직생활과 아르바이트 생활을 견딜수 있게 해준 박카스는
밤늦게 찾아온 지훈의 어깨에 기대거나 안아주는 따뜻한 가슴이었듯이,
역시 미친듯이 힘들고 바쁜, 그래서 본인의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지훈이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그리고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만드는 인생의 이유가
되는 존재 역시 정음 그 자체였다고 생각했어요. 연애의 순기능이죠.
그렇게, 하이킥의 두 중노동자는 일만하다가 가버렸어요.
하필 그렇게 가버린게 일만하느라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던, 두 노동자였다는게
슬프기도 하고 섬찟하기도 합니다. 미래를 위해 자신의 현재를 희생하고 감내하던 세경과,
그런 특별한 목표의식도 없어보이면서 타고난 지능과 환경에 따라 직선 주로를 따라 달려가며
본인의 행복이 무엇인지 자각할 여유조차 없이 살아오던 고급노동자 지훈
...지훈이 세경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김피디의 뒤늦은 폭격이 와닿지 않았기에,
마지막순간, 지훈이 세경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지훈이 세경을 사랑했다면, 마지막 시간이 멈추던 순간의 지훈은
...행복했을까요?
자의로, 또는 타의로, 또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행복으로의 의지를 유보하고 있는 당신은...'지금' 행복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