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미국 시트콤 사인펠드Seinfeld는 90년대 방영한
새로운 시도와 과격한 스토리라인으로 시트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작품이죠.
스탠드업 코메디언인 사인펠드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인펠드의 특징을 단정적으로 보여주는 프레이즈가 Show About Nothing이었습니다.
아무런 메시지도 없고 아무런 줄거리도 없는, 그냥 시트콤이죠.
그리고 제작진들에게는 No hugging, No Learning 규칙이 있었죠.
고전 시트콤의 갈등이 생겼다가 결국 서로 화해하고 오늘의 교훈을 배우는
권선징악적인 스토리라인을 배척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인펠드의 주인공들은 좀 못됐습니다.
가끔씩 이유없이 결벽증적으로 나쁜 짓을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남에 대해 무관심하고 이기적이지요.
심지어는 주연 중 한명의 실수로 다른 사람이 죽기도 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모두 애매한 표정을 짓다가.. 커피숍이나 갈까 하고 끝나죠.
어쨌든 9시즌을 방영한 사인펠드의 피날레는 엄청난 관심을 끌었습니다.
시트콤 종영 소식이 뉴욕타임즈 1면을 장식하고, 주인공은 타임지 커버에 나왔죠.
피날레 시청률은 58%, 시청자수 7천6백만명로 MASH와 Cheers에 이어
미국 역사상 3번째로 많이 본 피날레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런데 피날레 내용이 재밌습니다. 스포일러니까 혹시라도 보실 분은 피해주시고요.
시즌4에서 잘될뻔하다가 망했던 사업(?)이 뜬금없이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주인공들은 곧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들뜨고
일을 위해서 뉴욕에서 LA로 1등석 비행기를 타고 떠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겨서 중간 시골 마을에 비상 착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골 거리에서 시간을 떼우고 있던 주인공들
저 멀리 어떤 뚱뚱한 사람이 강도를 당하고 있는 걸 목격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도와줄 생각은 안하고, 재밌다는 듯이 구경만 하고
심지어는 캠코더로 장면을 찍으면서, 피해자를 놀리면서 웃죠.
그런데 마침 그 전에 '착한 사마리아법(구해줄 의무)'이 생겼었던거죠.
그래서 이들은 경찰에 연행되고 재판을 받게 됩니다.
해당 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였기 때문에 이 재판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들을 잡아넣으려는 검찰측은 뉴욕에서의 이들의 인생을 모두 파헤치고
그 결과 지난 9년동안 이들이 나쁜 짓을 했던 모든 게스트 출연자들이
재판정에 하나씩 나와서 증언을 하고, 언론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죠.
결국 이들은 징역형을 받게 되고, 모두 구치소에 앉아서 한숨을 쉬고,
첫 에피소드 첫 장면에서 했던 단추 이야기를 하고 시트콤은 끝납니다.
이 황당한 피날레는 엄청난 비난을 받죠.
나쁜짓은 했지만 그래도 수많은 시청자들이 애정을 가지고 봐왔던 주인공들을
갑자기 사회의 죄악으로 몰아버리면서, 시청자를 모욕했다는거죠.
한 리뷰어는 제작자가 팬들에게 "So long, suckers!"라고 외치는 피날레라고 평했습니다.
물론 9년간의 게스트가 거의 모두 나오는 장관만으로도 만족할만 했지만요.
하이킥이랑 아무런 관련없는 사인펠드 피날레가 갑자기 떠오른건
둘 다 팬들에게 엄청난 허무감을 안겨준 피날레이지만
이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김PD는 시트콤에 너무 힘을 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시트콤이 사회 계급과 슬픈 사랑을 다루는 건 좋지만
어쩜 이렇게 정극스럽게 다루려는 것인지..
시트콤은 어디까지나 즐거움을 주려는 코미디죠.
코미디가 어설프게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는건 싫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