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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와 어머니의 상관관계 3
은빛사막
03-24
1,826 회
0 건
이어지는 글 입니다. ^^
어머니가 우셨다는 사실에
많이 의아했었어요.
아니, 왜 편하게 공익생활 할 수 있었는데
굳이 현역으로 보내시고서는
그나마 그것도 힘든 생활 피해가니까
우시는거지?....
그때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어머님 속마음을요.
여하튼
그때 잠깐 눈물 보이시더니,
그 뒤로는 내색도 않으셨습니다. =ㅅ=
시간은 흘러 흘러
입대일이 다가왔어요.
남들은 아들, 동생 머리 자른 모습 보고 펑펑 운다는데
우리집은 입대일 전날 머리 자르고 온 제 모습을 보고
대 폭소 =ㅅ=
현상수배범이니 뭐니 하며
기념촬영 =ㅅ=
누나는 전단지 만들어줄테니 들고 서 있으라고 하고
아... 이게 무슨 내일 입영하는 아들 있는 집이야.
괴로웠어요. ;;
입대 당일,
누나는 그 날 첫 출근을 해야되던 터라
제 얼굴도 못보고 잘 다녀오라는 편지 한장 남겨두고 출근을 했습니다.
논산훈련소로 1시에 입소였는데
제 가장 친한 친구가 아침 일찍 집으로 와서
부모님, 친구, 막내 이모 이렇게 차를 타고 논산으로 갔지요.
가면서도 뭐 울거나
숙연한 분위기라거나
이런거 하나도 없이
그냥 마치 옆집 아들 입대하는 거 구경하러 가는 듯한 분위기.
아아.
나는 정녕 이 집 아들이 맞는 것인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
정말 지구상에서 가장 맛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논산 훈련소 앞 식당에서 밥을 꾸역 꾸역 밀어 넣고
시간은 꾸역 꾸역 흘러
1시가 됐습니다.
아.
우리 이모는 왜 펑펑 우시는지. =ㅅ=
우리 모친도 멀쩡하신데.
아버지와 악수
어머니와 포옹
이모와 포옹
친구와 애정의 주먹다툼 후
뒤돌아 보지 않고 스탠드를 내려와
그렇게 현상수배범들 =ㅅ= 사이에 섞여
9월 5일
저는 대한민국 육군이 되었습니다.
너무도 담담하고도 담백한 작별이라
정말
우리집은 시크한 집안이로구나!
라고 느낀 입대일이었어요.
======================================================================================
카투사는 육군과 달리 100일 휴가가 없는 대신
첫 외박이 조금 빨라서 80일~90일 경에 나오게 됩니다.
첫 외박을 나와
논산까지 같이 가 줬던 그 친구와 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그때 그 친구가
제 입영 이후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해 주더군요.
제가 포함된 시커먼 남자애들 뭉텅이가
훈련소 건물 뒤로 사라지고 나서
입영소를 빠져나와
차를 타시더니
저희 어머니가 그때부터 오열을 하셨더라고.
'오열'을
그러면서
편하게 공익해도 되는 애를 왜 굳이 잡아서 현역으로 보낸거라며
아버지께 마구 역정을 내셨다고 그러더군요.
어머니께서 추첨날 우신게 이해가 되더군요.
사실 당신 마음속으론 정말 당신 아들이 편한 것을 원하셨을텐데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시고 나에게 입대를 권하셨을까... 하는
아버지께서는 우는 어머니 달래시면서
제 친구에게 저에 대한 시시콜콜한 일들을
논산에서 서울 오는 내내 물으셨대요.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무뚝뚝한 우리 아버지가
마치 친구 대답 하나 하나에서
저를 찾으시듯이 들으시고,
기억하셨다고.
======================================================================================
사실, 저희 부모님은 안 그러신 줄 알았거든요.
군대도 거의 강제로 보내다시피 하셨는지라
저 보내놓으시고는 그냥 편하게 지내실거라 생각했어요.
입대하던 날도 그랬으니
그렇게 생각 할 수 밖에요.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어머님들의 과도한 사랑에 놀라신 여름고양이님의 글에 나타난
그 '과도한 사랑' 이라는 게
전역한지 3년이 되어 가는 지금에는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 때문이었습니다.
표현 방식의 차이일 뿐,
게시판에 훈련병 아들에 대한 애절한 러브레터를 작성하시는 어머님이나
제 앞에서는 절대 눈물 보이지 않으셨던 제 어머님이나
두 분 다 아들들에게 과도한 사랑을 보여주시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단지 극성스레 아들을 챙기는 모습이
우스워 보인다고 지적하는 건
어머님들이 처한 상황을 전부 이해하지 못한 채
섣불리 이야기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름고양이님의 글이 그렇다는게 결코 아닙니다. 행여나 오해없으셨으면...)
군대라는 곳에 아들을 보낸 부모님의 심정은
아들된 입장인 제가 어찌 다 알겠습니까 만은,
그래도 그리 무뎌보이시던 제 부모님의 일화를 전해 들으니
모든 부모님의 마음은 한결 같구나... 하는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군대는 부모님의,
어머님의 모성애를 원시적으로 자극하는 듯 합니다.
아마도 정말 손 닿을 수 없는
먼 곳으로 영영 가버리는 듯한 느낌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그렇게 우리 부모님들은 군대에 간 아들들이 그리우신가 봅니다. ^^
에고 이건 뭐 글이 길어지다 보니 횡설수설
제가 뭘 쓰려고 했는지도 까먹어서
무슨 주제로 마무리가 됐는지도 모르겠네요.
글이 용두사미... 도 아니고 이건 뭐 사두사미인가
아무튼 어지러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듀게 회원가입하고 처음으로 글 한번 길게 써봤네요.
우왕ㅋ굳ㅋ
결론 1. 아무튼 부모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ㅋ
효도 해야되요.
결론 2. 군대는 사람을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근데 한번... 딱 한번은 가볼만 해요.
정말 싸이처럼 2번가는건 완전 비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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