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설문
어느 연설문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였습니다. ...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 역사가 이뤄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고 노무현의 대통령후보 수락연설 중에서 -
1. 고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편안할 수 있었던 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를 돌아섰던 그, 5공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칼날을 번뜩이며 전직 대통령을 추긍하던 그, 낙방을 예약해 놓고도 부산에서 출마했던 그, 3% 남짓의 지지율로 대통령 후보에 나서던 그… 딱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5년을 보냈습니다.
2. 위에 제가 열거했던 것들이 소위 “노무현 정신”이라는 거겠지요. 그리고 수많은 지지자들이 아직까지도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겠구요. (노무현 전대통령이 했으니 한미FTA도 옳고, 대추리도, 2차파병도, 대연정제안도, 아파트원가 미공개도 모두 옳다고 하는 사람은 그의 지지자가 아니라 그냥 팬덤일 뿐이라 이야기에서 제외합니다.)
3. 선거철입니다. 바람들이 난무합니다. 한쪽에서는 북풍을, 한쪽에서는 노풍을 이야기합니다. 바로 그 중 오늘은 노풍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았다고, 그의 유지를 이어나가겠다고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있습니다. 그중 제가 사는 지역이기도 하면서 상징적이고 많은 논란이 있는 서울과 경기도만 한번 볼까요.
4. 서울에서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명숙 전총리입니다. 그는 당내 경선에서 그렇게 공개토론 한번 해보자는 이계안 의원의 요청을 결국 무시하고 무토론으로 후보에 올랐습니다. 또, 경기도에는 유시민 전 장관이 “노무현 정신”을 말하며 출마했습니다. 그는 바로 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지역에 출마하면서 그곳에 뼈를 묻겠다 말했지만 이번에는 경기도에 출마하셨습니다.
5. 그분들이 생전 노무현 전대통령과 가장 친했던 정치인이라는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분들의 출마와 당선이 “노무현 정신”을 살리는 것 인가요? 저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분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어떤 정치적 업적도 보여주지 못한 채, 18년동안 독재한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이름을 팔고 있는 누구와 비슷해 보일뿐입니다.
6. “노무현의 정신”을 살리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나 그의 지지자들이 3%의 지지율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조그마한 정당을 향해 말합니다. “너희는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없으니 우리와 합쳐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가 선거에서 패한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은 너희가 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7. 다시 한번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 해볼까요. 그가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설 때, 그의 지지율을 (참 공교롭게도) 3%였습니다. 대세는 이인제 후보였지요. 그때 노무현 전대통령은 어떻게 했던가요?
8. 당신들이 누구를 지지하건 그건 오로지 당신들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신”이란 말로 타인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하려면, 우선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고민을 해보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9. 고 노무현 전대통령과 친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원칙없이 선택해 달라는 행위들이, 어디어디 출신이니 표를 달라는 행위와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합니까? 또 친하다는 이유로 방송국 사장이며, 공기업 사장으로 내려보내는 행위와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10. “너 같은 듣보잡이…”, “고줄 주제에…”, “지지율도 그 따위면서…”, “국회의원도 낙선한 주제에…”, “분열주의자냐…” – 7~8년전 고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쏟아졌던 말들입니다. 지금 누가 누구에게 이 말을 하고 있는지, 진정 “노무현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