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뿌연 안개가 짙게 깔려있습니다. 거길 큰 배가 가르며 지나갑니다. 그 배 안에는 형사 복장을 한 디카프리오와 마크 러팔로(<조디악>부터 완전 팬이 되었습니다!)가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2.35 : 1 의 화면비 안에서요. 이런 장면을 바로 시네마틱하다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장면에 환장하는 저로써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역시 스콜세지 감독님...하며 감동받아야 하는 게 당연할 터인데....
전혀 그러질 못했습니다. 오프닝부터 영화 내내 말이죠. 하염없이 시계만 쳐다봤습니다. <셔터 아일랜드>는 장르영화의 쾌감보다는 의식의 흐름과 분위기의 영화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셀 수 없이 잘 만들고 씨네마틱한 장면들이 나오지면 정서적 감흥은 전혀 일어나질 않습니다. 제 기준에선 작년에 봤던 <마더>가 훨씬 더 씨네마틱합니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시는 테디의 아내가 순식간에 재가 되어 버리는 장면은 차라리 The White Stripes의 The Dead Leaves And Dirty Ground 뮤직비디오가 훨씬 더 멋져보입니다.
왜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제가 <셔터 아일랜드>에 참고된 영화들을 거의 못 본 부족한 사람이라서 그럴수도 있죠(<현기증>,<싸이코>등의 히치콕 영화들은 빼고).
영화관의 개떡같은 필름 화질때문에 색감과 해상도를 온전하게 감상하지 못해서 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분명 <셔터 아일랜드>는 내용상 헛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오류들은 결국 그저그런 결론때문에 정당화되죠.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계속되는 의문과 모호함은 데이빗 린치식의 환상적인 지적유희가 아닌...그냥 신경 안 쓴 허술한 내용때문에 생기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네요.
이런 헛점들은 결국 <셔터 아일랜드>를 부족한 현실감각을 가진 영화로 만듭니다. 영화 중간 중간에 몇몇 등장인물의 행동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네요. 결말을 보면 결국 당연한 거 아니냐구요? 쳇...
그래도 건질게 음악이겠거니...했는데 역시나 많은 분들이 칭찬하셨듯이 좋습니다.
단 영화와 따로 들을 경우에요.
처음부터 지나치게 쿵쾅거리고 너무 시끄럽습니다. 너무 과잉이에요. 수시로 나오니 차라리 없는 편이 더 나을 뻔 했습니다. 음악때문에 <셔터 아일랜드>를 보실려면 그냥 OST로 들으시는 편이 더 나을 거 같네요.
youtube로 OST는 지금도 계속 듣고 있습니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뭐 괜찮습니다만... 그렇다고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스콜세지 영화만 벌써 4편째입니다. 그동안 하비 키이텔이나 로버트 드 니로보다 나은 걸 보여준 게 뭐가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다른 배우들도 많은데 제발 다음부턴 서로 헤어지시길.
평작 또는 범작이라고 생각하는 <디파티드>는 그래도 편집의 리듬감을 마음껏 느껴서 기분좋게 영화관을 나왔었는데... <셔터 아일랜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대자본때문에 점점 스콜세지 감독님의 영화가 힘을 잃어가는 거 같습니다.
다음엔 저예산 영화로 멋지게 컴백하시길.
그리고...
아까 저녁에 TV로 <정승필 실종사건>을 보게되었습니다.
아...
뜬금없이 쥐와 바퀴벌레가 노래를 하더니 나중에는 왜 너훈아 아저씨가 노래를 하는지...
한때 유행이었던 조폭코미디처럼 불쾌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더럽게 재미없더군요.
하지만 <정승필 실종사건> 덕분에 얻은 것도 하나 있습니다.
스콜세지의 범작이라 할 수 있는 <셔터 아일랜드>같은 영화 덕분에 그래도 우리는 영화관을 계속 찾을 거란 사실말이죠. 다음에는 더 좋은 영화로 만나요. 스콜세지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