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

  • lonegunman
  •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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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을 내려
우리의 배는 갈 길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어
엄마는 또 새로운 애인을 만들었고
아버지는 매번 그래왔듯 삽질만 하고 계시지
그들이 이번에도 널 잡아먹을 거야
왜냐하면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으니까

와인이나 다이아몬드 반지같은 근사한 것들도
이제는 시시하게 느껴질 뿐
더이상 무엇도 널 매혹시키지 못하고
넌 다시 홀로 잠들겠지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으니까

다들
널 좀 더 유심히 봤어야 해
널 알았어야 해
네가 너 자신일 수 있도록 지켜줬어야 해

이봐, 친구
자네가 저지른 짓을 봐
대체 무슨 생각이었니
무슨 생각을 하면 스스로에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는 거니
심지어 난 꽤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기까지 했어
우리가 자넬 잃던 바로 그 날에 말야

그녀는 말했어
네 노래 속에, 기타 소리 안에
불길한 전조가 숨어있었다고
맙소사, 나도 아주 몰랐던 건 아니었는데





...












체념이란 확인된 절망에 지나지 않는다
고, 소로는 말했지요
그러므로 새삼스레 절망을 확인하지 말 것
굳이 하겠거든 고쳐 체념할 것

그냥, 어떤 저항도, 항변도, 비난도 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이렇게는 말하고 싶었어요

여기서 지금 내가 딱 한 번만 짧게 소리를 지르면, 안 되겠지? 미친 사람같겠지?
그래도 여기서 지금 딱 한 번만 짧게 소리 지르면 안 될까?
그냥 악!하고 딱 한 번만

정말로 소리를 지를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소리내서 말하고, 발화된 문장들을 손 끝으로 짚어보면 진짜인 것 같을 것 같아서, 그러면 조금 위안이 될 것 같아서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지 않나 싶었어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절망을 확인하는 것보다는




그런 아침들이 있지
온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일 수 없고
정신은 멀쩡한데 눈이 떠지지 않고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무너져 폐를 짓누르고 있는 듯 숨조차 쉴 수 없고
제발 이번엔 누군가 날 좀 구해달라고 간절히 빌지만
그댈 깨우는 건 또다시 미친 듯 화가 나서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 소리지르는 엄마의 전화
그럼 그댄 알았다고, 당신이 섬기는 악마한테 날 넘기라고
하지만 당신 영혼은 결코 신께 구원받지 못할 거라고 퍼붓곤 전화를 끊어버리지만
이내 너무 심했나 싶어 불편해진 마음으로 다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가
지난 날의 꿈을 꾸지
거리낌 없이 온 마음을 활짝 열고
모든 병약한 것들과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던 시절
그대 앞에 닥친 일들에 빌어먹게 진지하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그들 모두가 그대를 사랑하던
그 시절의 꿈을

그러나 나락은 언제나 막강하고
좋은 것들은 빌어먹도록 싸구려인 주제에
몇 주 동안이나 그대 곁을 찾지 않아 애를 태우지, 하지만

그댄 싸워낼 거고, 이겨낼 거야
필요하다면 그런 척이라도 할 거야
직장에선 웃는 얼굴로 모두를 대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댄 나아질 거고
그댄 더 현명해질 거야
더욱 성숙해질 거고
더 나은 딸이, 더 나은 아들이 될 거야
진정 좋은 친구가,
기민하고, 주의 깊고, 상처를 받더라도 낙관하며,
모든 벗들을 웃음으로 포용하고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정직하고, 용감하며, 근사하고, 아름다운
그런 사람이 될 거야
그댄, 행복해질 거야

그댈 구할 함선은 이미 출발했는지도 몰라
그댄 연약하지만
결코 울부짖으며 깊은 어둠 속으로 숨어들지 않을 거야
그대의 함선이 마침내 도착할 때까지
연약한 그대, 결코 항복하지 않을 거야
내가 알아, 그댄 싸워낼 거야
그 모든 것에 맞서 이겨낼 사람이야, 그댄










ripchod
a better son/daughter

songs from rilo kiley
translated by lonegu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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