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추노가 끝났네요.(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저는 원래 드라마를 잘 챙겨보지도 않고, 특히 추노 같은 경우는 시작전에 하던 예고가
고문 장면과 너저분한 의상과 암울해 보이는 얘기라서 그다지 안 끌려서 볼 생각이 없던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주말에 재방송되던 1~2화를 보고, '어라? 재밌네;;'라고 생각했고, 3~4회도 주말 재방으로 본 이후에 본방 사수를 시작했죠.
1년에 챙겨보는 드라마가 몇 개 안되는 사람이니만큼, 2010년 초반에 월화수목금을 드라마를 보면서 보낸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긴 합니다. '파스타' '추노' '막돼먹은 영애씨' 이 세개를 챙겨 보는 거만으로도 일주일이 즐거웠거든요.
하지만 이제 모두 끝나버렸네요;;; 성격이 한번 좋아해버리면, 단점은 알아도 장점위주로 보려고하기 때문에, 다른 커뮤니티나 듀게에서도 지적한 중반의 지루한 늘리기 분량과, 다른 드라마처럼 급조한 부분은 분명히 거슬렸습니다만 그래도 정말 몇달간 즐거웠습니다.
개인적으론 10화를 제일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이 때부터 이미 내용이 무너져간다고 불평하던 분들도 많으셨지만, 제주도의 풍경과 원손을 안고 도망가는 한섬이와 궁녀의 얘기, 그리고 그 추격이의 긴박함이 좋았고요. 송태하와 황철웅의 대결도 어찌보면 과장되고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을 지언정, 정황 상 더 몰입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물론, 키스신이나 만렙 황철웅의 양민 포졸 학살 신등이 있긴 했지만요)
다른 사극들에 비해서 대규모 전쟁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엑스트라의 수나 연출도 좋았다고 봅니다. 수천명이라면서 2~30명을 데리고 전장에 나선 주몽이나 군졸이라곤 몇명만 나오던 기타 드라마들에 비해서, 쏟아지는 물량이 정말 군졸들이구나 싶은 느낌이 드는 부분도 많았구요.(학살당하는 부분들 말구요;;)
무기들도, 다른 사극에서 항상 잘빠진 도만 들고 싸우던 것에 비하면 다양한 무기들이 나왔고 그에 따른 액션신들도 좋았죠.
연기부분이야 대다수의 주조연들이 너무 잘해주었고, 수많은 비난을 받은 오지호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론 발성부분이 많이 거슬리긴 했습니다. 송태하란 인물이 틀에 박혀있어서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목소리가 잘 전달 되지않는 거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비쥬얼은 장군감인데, 목소리는 포졸감.....느낌이었죠. 명령조로 말하거나 외침을 해도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구요;;
마지막화에도 어떻게 그리 궁궐이 쉽게 뚫리냐...들어가자말자 보이는 건 좌의정과 아이들이냐...
앞에선 칼 한두대만 맞고도 쓰러지던 애들이 오늘은 무수히 맞고도 살아있느냐...
백성은 안죽인다던 송장군은 청나라군사 죽이듯이 조선군사들을 무참히 찌르질 않냐 등등의
생각이 무수히 떠올랐지만, 그래도 몰입해서 끝까지 잘 보게되었네요.
하지만 업복이가 앞으로 받게될 무수한 고문과 형들을 생각하면.....
주인살해라는 노비로서의 최악의 죄에, 궁궐 난입에 군사 및 대감마저 살해 했으니,
본보기로 확실히 형을 했을 텐데,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송태하는 아마 몇 년 뒤에 양반신분이 복권됐을 수도 있겠네요. 원손의 귀양이 풀린데다가
좌의정이 죽었고, 새 임금도 송태하에게 호의적인데다가 황철웅도 개과천선했으니 누명이 풀렸을 확률이 높겠죠.
추노야 당연히 픽션이지만, 이런 식의 역사엔 잘 다루어지지않는 얘기들을 참 좋아라 합니다.
맨날 궁궐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암투나 그런 얘기들은 좀 싫어라해서요.(그런 고로 이병훈 피디나 김재형 피디 작품들은 그다지 안 좋아합니다.게다가 이병훈류의 사극에서의 조연들이야 매번 임현식 이희도 지상렬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같은 개그나 보여주고 있고요...)
의상도 추노에선 양반들 복식보다 노비들 의상이 훨씬비용이 많이들었다고 하던데, 정말 노비스러운 복장이어서 좋았습니다. 평민들 옷들도 타 드라마에서 처럼 고급스럽지 않아서 좋았구요. 그래서 더 서민 스럽고 더 와닿았던 거 같습니다.
만약 추노가 미드였다면.....
시즌 1에선 십 몇화까진 그냥 노비들을 대길이가 잡아들이는 개별적인 에피소드 들만 줄창 나오다가
시즌 2를 위한 떡밥들을 맛뵈기로 조금씩 보여주다가 18~9화부터 언년이가 한두번 얼굴을 비치고,
마지막화 쯤에서 노비들이 관청을 한군데 털지만 알고보니 털어야할 데는 이곳이 아니었고;;;
대길이는 언년이를 만나는 거 처럼 보여주면서 대강 마무리 짓고 시즌 2 준비를 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점에선 어찌보면 한국식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 말씀처럼 좀더 분량을 줄였으면 좋았겠지만요.
거듭 반복하지만, 그래도 추노가 좋았고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게 가을~겨울 쯤 방영했다면
매년 벌어지는 상 남발하기로 인해서
대상- 장혁 최우수 남녀상- 오지호, 이다해
우수상, 남녀조연상, 베스트 커플상, 네티즌이 뽑은 인기상, 인기상.등등등 별별 이름을 다 붙이면서 상을 죄다 받았을 거 같지만, 실제 연말쯤엔, 장혁 정도만 최우상을 받고 끝나겠네요.
상이야 자기들 만족인 거고, 애청자였던 저로선 오래 기억할 드라마가 될 거 같습니다. 저렴한 취향이라 그런지...작품성이 좀 부족해도 좋은 건 좋더라구요^^:
P.S.: 대길이가 죽은 이유는....단검절단트리 도적이 도검전투트리로 특성 전환하지 않은채 달려들어서 그렇습니다. (와우 유저만 아실 저급한 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