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요근래, 일상 생활을 하고 있다 보면 내면에서 '살려주세요..'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주로 소리 없는 외침에 가까운 생각의 형태이지만, 가끔은 저도 모르게 제 입으로 '살려주세요..'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사랑하는 (사랑의) 하나님..'하는 나즉한 외침이 내면에서 들리더니, 얼마전 부터는 '하나님 살려주세요..'의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 외침들은 멀쩡하게 길을 걷거나, 건물 계단을 오르거나, 밥 먹으러 가거나, 버스를 타는 와중에..아주 일상적인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터져나옵니다. 아니, 일종의 맥락은 있습니다. 제가 요근래 일상 생활 속에서 일종의 명상과 비슷한 마음 가다듬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잠깐 집중을 해서 고요한 상태가 되었다가 쉽사리 집중력이 흐트러져 버리고 다시 원래의 제 상태, 즉 명상을 시도하기 이전의 제 모습으로 돌아가면, 그 때 제 속에서'살려주세요..' '하나님..' 하는 외침이 새어나오는 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가 카톨릭이나 계신교 신자가 전혀 아니라는 겁니다. 과거 꽤 오랫 동안 신자였던 때가 있었고, 교양수준이나마 종교학자들이 쓴 기독교 전문 서적들도 찾아 읽었던터라 기독교 전통에 무지하지는 않습니다. 이 종교의 정수에 대한 존경심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고요. 하지만 지금은 신자와는 거리가 멉니다. 앞으로 될 가능성은 더욱 더 희박해요. 그런데 이런 제가 명상의 상태에 들어가려다가 실패하고 원래의 혼란스럽고 우울한 제 모습으로 돌아올 때 마다 제가 떠나버린 이 신을 찾는다는 겁니다. 아무리 봐도 제 속에서 들리는 그 목소리가 찾는 '하나님'은 제가 한국 교회의 기독교에서 접한 그 신에 가깝거든요.
문제는 제 속에서 외치는 그 목소리의 주인입니다. 제 목소리인 것은 맞아요. 제가 외치는 것도 맞아요. 그런데 진짜 저는 아니었던 녀석입니다. 예전까지는 이 녀석이 나라고 여기고 제 인생을 살아왔어요. 그러다가 우울증이 극한에 다다랐을 때 정말 못 참고 달려간 곳에서 명상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이 녀석과 아주 조금씩이나마 분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읽는 책에서는 이 녀석을 ego라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헛된 나..라고 하는 것 같던데 불교도는 아니어서 정확한 용어는 모르겠어요. (마야..는, 세상 자체가 환상이다..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어서 이 경우에 적합한 것 같지는 않고요.)
명상을 처음 배울 때, 명상 스승님과 함께 했었어요. 그 당시 이 녀석은 이런 식으로 명료한 목소리는 아니었고, 저도 이 녀석의 존재를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제 속에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제 일생을 뒤틀어놓는 부정적인 덩어리, 거칠고 좋지 않은 질의 에너지...가끔은 이 녀석이 인격을 가진 것 같았어요. 교묘한 활동성이나 지능(?)이라던가 하는 것이 꼭 살아있는 것 같았어요. 제 명상 스승은 저에게 '그걸 불교에서는 마/라/라고 한다'고 하시더군요. 당시에는 불교 쪽에 개념도 없었고, 명상 클래스 자체가 종교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이었기에 (기독교인들도 많았고 저 같은 무교들도 많았고..) 그러려니 하면서, 심리학을 공부한 가락으로 그 녀석을 제가 일생 동안 쌓은 암흑의 사고/정서의 습관/덩어리 정도로 여겼더랩니다. 아니면 뭐 융의 그림자라던가..
하여튼, 한동안 명상과 접할 때 어느 정도 인식 할 수 있었던 그 녀석은, 그 후 제가 일상생활에 바빠지고 명상과 멀어지면서 제 인식 속에서 멀어졌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제가 그 녀석과 결합된 예전 상태로 돌아가서 늘 그랬던 것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얼마 전 부터 읽기 시작한 책 덕분에 생활 속의 소소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제가 저 자신이라고 착각했던 이 녀석과 저 사이에 아주 얇으나마 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살려달라..'고. 제가 아니라, 이 녀석의 목소리에요. 아니, 어쩌면 이전부터 쭉 살아왔던, 그리고 지금도 아직은 살아가고 있는 제 목소리라고 해야 하나요.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을 불러온 책들의 내용에 비추어보면 자아, '나'라는 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깨우치고 진정한 본질에 접하는 순간 필연적으로 소멸되게 되어 있는 '나', ego가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겠죠. 그래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거겠죠. 저와의 틈이 없어지고 다시 저를 덮어 쓸 힘이 생겼을 때는 다시 제 상태를 예전의 안 좋은 상태로 되돌려 편지풍파를 일으키기도 하고, 하여간 나름 반항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약해지고 있어요. 그래서 외치는 것일테죠. 살려달라..고.
물론 억지로 이렇게 우격다짐으로 이해하려 하면서도 '말이 되냐-_-'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침에 들은 카라 노래가 머리 속에 들러붙어 2~3일 내내 되풀이되는 것처럼..그저 ‘살려달라’는 말이 어느 순간 제 머릿속에 들러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재미있게 폭 빠져 있는 책이니 그 책의 세계관(-_-)에 맞추어 제가 저 스스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비아냥도 거려보고. 처음에 툭 툭 튀어나오는 이 소리에 놀라기도 했읍니다만, 이제는 뭐 그러려니..하면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합니다.
문제는, 이 녀석이 (제가 찾는 게 아니에요. 이 녀석이 찾아요..) 신을 찾는다는 거에요. ‘하나님 살려주세요...’ 대체 왜 신을 찾는 거죠. 이 녀석이 찾는 신은 ‘모든 것 이전에 존재하는 무’, ‘성스러운 생명’, 도교의 ‘도’라거나 뭐 이런 것 보다는, 제가 한국 기독교에서 접해서 알게 된 일신교 신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에요. 왜 이 신을 찾는 걸까요.
저는 이것을 혼자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해요. 글을 쓰지 않았다면 '살려주세요.' ‘하나님 살려주세요..’ 하는 소리가 불쑥 튀어나올 때 마다 잠깐 멍해하다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했을 거에요. 그나마 글을 써서 이정도로 생각 정리가 된 것인데...
저 혼자 이 책 저 책 찾아보면서 제 멋대로 생각을 전개시키며 엉터리 (SF 환타지) 소설이나 계속 쓰게 되면 어떻하죠. 스승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어디서 어떤 스승을 찾아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 때 뵈었던 명상 스승님이 말씀하시길(이분에게 연락을 해봐야할까요) 이쪽 판에 사이비가 정말 넘쳐 흐른다고 하셨거든요-_- 언젠가 제게 불교인이 되라고 넌지시 권하긴 하셨습니다만 아주 조심스러우셨고..(아직도 전 기독교 전통이 불교 전통보다 익숙하답니다.) 음, 명상 언저리의 일이니, 수행이 좋으신 것으로 알려지신 스님에게나 여쭤보면 될까요. 그런데 그런 분이 신자도 아닌, 저 같은 조무래기를 만나는 주시나요-_-;; 아니면 주변에 명상하는 곳에 가면 이런걸 알려줄까요. 단 월드나 이런 곳에는 막연한 거부감이 있는데. 목사님이나 신부님한테 이 이야기 하면 뭐라고 하실까요;
정좌 명상을 안 한지 아주 오래되었어요. 제대로 해 본 적도 없지만. 오늘부터 제대로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