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 자기 잘난맛에 살죠.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겠습니다만, 당연할거같은 이 명제가 생각보다 당연하지 않은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어요.
저는 어쨌든 현재의 한국사회의 상황에서 볼 때 명백히 진보성향인 사람입니다만, 사회주의에 대해서는 거의 동의를 못하겠어요. 왜냐면 사회주의는, 왜 내 노동의 결과로 벌어들인 돈이 남의 주머니로, 혹은 왜 내 노동의 결과가 아닌 돈이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열심히('잘'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설명해주고 있습니다만, 나의 잘난척하고 싶은 욕구, 나의 강렬한 자의식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해주지 않거든요. 아니, 그런 것은 허위의식으로 치부하면서 오히려 가상된것, 허황한 것으로 치부하던가요?
이 곳은 계급적으로 보면 중산층인 사람이 많은 곳이겠죠. 여론조사를 해보면 60%가 "나는 중산층이다" 하는 그 중산층 말고, 진짜 개념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중산층요. 물론 땅이나 돈을 가진 자산중산층과, 자신의 전문적 능력에 기반한 능력중산층은 꽤 다르겠습니다만(따지고 보면 능력이 자산으로 전환되니 크게 다른것은 아닐지도), 기본적으로 그들은 물적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측면을 지니는, 즉 윤리지향적인 측면을 지닙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정치적으로 역동적인 운동의 동력은 그들에게서 나왔어요.
마르크스도 레닌도 베냐민(아, 이 양반은 기득권인가...)도 전부 중산층의 자식이었고, 평범한 공무원의 자식이었던 본인뿐 아니라,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몰락한 광적인 몰락중산층을 지지기반으로 갖고 있었던 히틀러도 중산층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죠. 68혁명의 주인공이었던 젊은 대학생들은 '예비' 중산층이었고, 열정적으로 민주화운동에 임했던 한국의 대학생들역시, 졸업후 원서만 내면 받아줄 직장들이 줄줄이 있었던, 계급적으로는 역시 중산층의 커트라인을 통과한 집단들이었습니다. 20세기에 세계를 크게 움직인 정치적 운동들은 대개 중산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봅니다. 근데, 그러고보니 지금 말씀드린 정치적 운동들의 공통점은 전부 전적으로든 부분적으로든
"실패했다"
는 것이군요. 이래선 설득력이 떨어지겠지만...(한국의 민주화운동이 그나마 제일 성공적인듯?)
어쨌든 각설하고, 사람은 다 자기잘난맛에 산다지만, 사회의 문화 경제적 배경과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그것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겠죠. 까놓고 말하자면, 스스로를 잘났다고 생각하고 싶은것은 정신적 존재로서 인간의 본질인데, 그러한 본질에 충실할 여건이 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일테고... 그리고, 그러한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커트라인은 역시 중산층에 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거 같네요.(그렇다면 앞서 사회주의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배치되는게 아니냐는 질문이 가능하겠습니다만, 이미 장황해진 글이니 스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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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
이제부터 본론이라 참 안되었습니다만(제가 글을 잘 못씁니다...) 요즘들어 느끼는 것중 하나, 아니 요즘 느끼는 것중 저의 생각을 거의 사로잡고 있는 것이,
"왜 남 잘난 것을 못봐주냐?"
라는 것입니다. 자세한 것을 이야기하면 스스로가 곤란해지는지라 진솔하게 이야기하기는 힘들겠습니다만, 저도 저 나름대로 잘난맛에 살고, 자의식 쩌는 그런 사람이거든요. 다만, 스스로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 잘났고 그런게 아니라,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뭔가 좀 괜찮게 볼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스스로의 장점을 드러내는데 익숙한 편이에요.(물론 단점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그것역시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편이라고 "스스로는" 생각합니다. 주위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러한 강렬한 자의식과 그 자의식의 표출이... 아무래도 못마땅하고 불편한 사람들이, 그냥있는것도 아니라 "꽤"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피해의식이라고 생각해보려해도, 언뜻언뜻 들려오는 저에대해 좋지 않게 말하는 이야기들을 듣자하면, 단순한 피해의식만은 아닌것도 같구요... 물론, 제가 뭔가 잘못한게 있고,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부분이 있을 가능성을 결코 부인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그렇다면 직접 말해주면 안되나요? 그렇게 들려오는 소문중에는 한때 서로 호의를 갖고 있던 사람이 했던 이야기도 있고 한데 말입니다... 미리 스스로에게 쉴드를 좀 치자면, 저는 대놓고 할말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물론, 공개된 자리에서 하면 자존심 문제가 되니까, 쪽지라던가 아니면 따로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죠. 그런 자리에선 거리낄게 없으니...
뭐 좋습니다. 그 속내가 어떤지야 짐작만 해 볼 뿐이지, 도대체 무엇때문에 개개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알고는 싶지만...
다만, 일반화를 좋아하는 저의 입장에서 이게 참 답답한 것은, 이것이 한국사회에 보편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하나의 정서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속담도 있긴 한데... 이 속담이 딱 이 경우 - 자의식 이라는 주제와 꼭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은, 그것이 명백하게 계량화 할 수 있는 "물질적 가치" 를 대상으로 하는 아포리즘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자의식의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의 문제라는 주제로 이야기들을 해보자 할때 입이 10개라면 천개도 넘는 이야기들이 나오겠죠. 제가 하려는 이야기도 그런 이야기들중 하나일 뿐일거 같긴 한데...
한국사회에 대해 많이 나오는 이야기중 하나가 개인주의의 부재라는 것이죠. 이것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릴 것이고(아마 듀게에서는 개인주의에 대한 긍정이 높겠지만요) 심지어, 공동체주의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인 사람의 경우라면 오히려 지금 사회가 이꼴이 된것은 개인주의가 너무 많아서 탈이라고 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한국사회에서 자의식이라는 것이 갖는 특성은 두가지가 있는거 같아요.(물론 더 있지만, 지금 생각나는것이 두개)
하나는 제로섬적으로 인식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위계와 관련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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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경험해보시는 일이 아닐까 싶은데, 어느 모임자리에서 자신이 주목받을 만한, 칭송받을 만한 행동을 했을때 뜬금없이 누군가가 초치는 경우를 많이 겪어보셨지 싶습니다. 아니면, 나중에 그와 관련해 뒷담화가 도는 것을 듣는다던가요. 물론, 안그러는 선량한 분들이 더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자체죠. 누군가가 잘 했으면 잘한걸로 그쳐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 초를 치고 뒷담화를 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자체가, 다른 사람의 탁월한 행동에 대한 일종의 격하일 테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정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겠죠. 얼마전 이명박이 UAE 원전수주 했을때, 비판하는 사람들이 들은 비판이 지금 제가 하는 비판과 꼭 같은 것이었으니... 그때 이명박을 열심히 깐 사람중 하나였던 제가 스스로를 비판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기에 경우를 분명히 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경우"
로요. 분명히 논란의 여지 없이 내가 모임에 좋은 일을 했는데, 위에 말씀드린대로 초치는 이야기라던가 뒷담화를 듣는 경우를, 수월성이 뛰어난 분들이 대다수일 듀게분들이라면 틀림없이 겪어보셨을 것입니다. 물론, 개개의 경우마다 사연이 다를수는 있겠지만, 말씀드린바의 보편성은 분명히 개재해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도 한 세월인데, 글은 길어지는데 결론은 아직 멀어 마음이 다급하니, 대충 이야기해보자면, 말씀드린대로 누군가의 지위의 강화가 나의 지위의 약화로 받아들여지는 상황과 관련이 있을거라는거죠. 물론, 뒷담화 초치기 하는 사람한테, 너 이러이러해서 그러는거지! 라고 말했을때 순순히 동의하는 사람이 있을리는 없겠죠. 그러나,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가 이런 것일거라는 추론은 그런 상황을 꼭 겪어보지 않은 분이라도 많이 공감하실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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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이 위계와 연관된다는 것은, 앞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사회 비판처럼 되어버렸는데, 꼭 한국이 아니라 다른 국가사회에서도 이런 일은 있을수 있다는 정도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이 위계의식이 강한 사회라는 것은 앞서의 개인주의처럼 인정하는 사람은 하고 아닌 사람은 안하겠지만, 저는 일단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이야기가 길어질 주제입니다만, 한국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위계는 연공서열 - 나이가 기본 베이스가 되지만, 나이다음에는 집단에 대한 기여나 공헌으로 정해지죠. 어찌보면 공통적으로 위계(+가족주의)가 강한 사회임에도 라틴 아메리카와 달리,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위계주의가 갖는 능력주의적 공평성때문일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러나, 늘 그렇듯이, 공적으로 서열이 정해진다면, 공적을 열심히 쌓는것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공적을 깎아내리는 것이 더 높은 서열을 얻는데 유력한 방법이라는 것은 진리에 가까운 사실이겠죠. 사실 높은 자리(=자의식의 확실한 만족)는 한정되어 있고, 그것을 두고 경쟁하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잘못된 일도 아니고 틀린것도 아닙니다.
이것을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그것이 높은 자리 높은 서열이 자기 만족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런만큼 자의식의 충족을 집단에서의 서열의 획득에서 구하려는 정서가 강하다는 것이죠. 아, 이제 이야기가 좀 이어진듯...
제가 겪은 한의 한국사회에서 자의식을 두고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공동체의 맥락에서 자기표현이나 자기성취를 평가하는 집단주의적 위계의 문화속에서 높은 지위라는 한정된 지위재를 두고 경쟁이 벌어지기에, 한국사회에서의 자의식이라는 것은 말씀드린바의 모습들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지위쟁탈은 꼭 청와대나 여의도에서만 벌어지는건 아니죠. 공사판에 가도, 술자리에 가도, 오피스에서도 누가 헤게모니를 쥐느냐 하는 신경전은 우리가 늘상 접하고 있는 일 아닙니까?
이러한 쟁탈이 경제와는 맥락이 다른 정신적 작용인 이유는 그러한 지위를 얻는 것이 자신의 경제적 존속과 대개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것 때문이에요. 술자리나 동네 사장님들중 대빵이 되어봐야, 사장님 술사줘요~ 소리밖에 더 들을게 없다는 의미에서, 민초들의 자리경쟁이 그렇다면, 청와대나 여의도를 둘러싼 자리경쟁을 하는 사람은 애초에 "경제적 (생존의)문제는 해결된 사람들" 이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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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의식이 강한 사람은 멋있어요. 대개의 사람들은 물론 자의식을 갖고 있지만, 그냥저냥 그것이 손상되거나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에 큰 불만 갖지 않고, 혹은 불만이 있어도 참고 사는데... 얼마전에 그런 자의식을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을 만났어요. 일종의 권력의지같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나름대로 카리스마 있어 보이더군요.
이명박 까고 한나라당 까는 사람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성분을 의심(^^)받을지 모르겠지만... 정치인이라는 존재들은 필연적으로 자의식이 강한 사람일 수 밖에 없죠. 한국의 정치인들 중에도 자의식 강한 사람이 참 많은데... 저는 그런 자의식에서 나오는 카리스마가 가장 강한 사람중 하나가
"안상수"
라고 평가합니다. 딱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같은 정신적 혈통이 흐르는 사람으로서의 공감이랄까요... 좀 더 적나라한 표현을 쓰자면 뭐눈에는 뭐만 보인다 일수도 있구요~
이 사람 카리스마가 굉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주의자인 만큼 권위의식도 엄청나구요. 자신감도 쩌는 사람일 거에요. 당연히 (보수)정치인은 거의 그렇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안상수가 말씀드린 요소가 탁월하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최근의 봉은사 사태가 참 당혹스러울거 같네요. 안상수의 븅신짓이야 당연히 까여도 할 말은 없지만, 정신적으로 조금 공명하고 있던 사람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 인간 앙겔대 인간 안상수라는 점에서는 좀 안스럽네요. 보수파든 진보파든 카리스마 강한 사람은 매력있거든요. 진보파에서는 아마 노무현이 카리스마가 최강이었겠죠.
사설이 좀 길었는데... 사실 안상수에 대한 이야기가 좀 하고 싶어서 붙여봤어요. 정치적 지향과 정파를 떠나 매우 인상깊게 본 사람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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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충 다 한거 같습니다. 물론,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렇다는 것이고, 이야기는 늘 그렇듯이 "영원히 시작되기만 할 뿐" 이겠죠. 이 내용도 없고 길기만 한 글을 여기까지 정독해주신 분이 있으시다면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바라는 것을 한마디만 하고 마치자면... 자의식을 거리낌없이 모두가 편하게 드러내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그러려면 앞서 비판했던 사회주의가 좀 필요해요. 문제는 자의식과 사회주의간의 관계가 또 미묘하다는 건데... 이 이야기는 제가 이곳에 머물수 있게 된다면 언젠가 할 기회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