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때 쪼개진 선박 사진이 돌던데 당시와 현재(천안함 설계 시기도 당연 포함됩니다)의 선박 설계. 구조 설계. 구조물 해석 등의 기술은 정말 넘사벽입니다.
따라서 당시 사건을 예로 드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 이후 건조된 국내나 해외 함정이 피로 파괴로 두동강 난 사례가 있었던가요. 제가 아는 한 없거든요. 쫍.
일반적인 선박도 두동강 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거죠.
근데 함정이 다른 이유도 아니고 피로 파괴로 두동강이라.
솔직히 많은 가설 중 하나로는 등장할 수 있지만 학문적으로는 그 가능성이 매우 적습니다.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멀쩡한 선박이 운항을 하다가 뜬금없이 아~ 나 오늘 좀 피곤하네~ 하며 댕강 하고 두동강 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사고를 당한 천안함의 경우 20년 정도 운항을 했는데 이것을 노후 선박으로 봐야 하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좀 있습니다.
연식 외에도 그동안 어떤 식으로 운항을 했고 검사와 정비 상태가 어땠느냐. 에 따라 노후도는 달라지니까요.
선박 뿐만 아니라 모든 구조물은 노후되면서 부식이나 피로 균열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 손상을 입게 됩니다.
노후 선박이 부식이나 피로 균열 손상을 가진 상태에서 운항을 하다가 큰 외력(선박 밖에서 주는 힘이 아니라 선박을 구성하는
물체들에게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을 받아 선박 구조 안정성이 약해지면 이로 인해 선박 구조물이 붕괴 하면서 침몰합니다.
근데 이런 사고도 선박 규정이나 검사가 강화된 90년대 이후엔 쉽게 일어나지 않고 두동강은 더더욱. 입니다.
여튼 이 피로 균열 얘기를 해보면.
모든 선박은 정기적으로 검사를(정비보다 중요한 것이 정확한 검사입니다) 받고 있고 검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정비를 합니다.
만약.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천안함이 피로 균열에 의한 사고라면 선박의 생명인 검사와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함정을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노후 선박의 수리시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구조 손상의 한 종류가 피로 균열이니 이를 소홀히 했다면 예산 문제거나 이와 관련된
비리라고 추측할 수 있겠죠. -_-;;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불가능은 아니라고 했으니 좀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초고속 선박을 설계 건조하기 위해서는 구조 경량화가 필수적입니다.
선박이 가벼워지면 매우 당연하게 동일한 추진력에 의해서도 빨리 달릴 수가 있겠죠.
이를 위해 재료 판 두께를 얇게 하거나, 재료를 적게 쓰는 방법 등을 찾게 되는데 단순하게 가볍기만 하면 안되겠죠.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구조 설계라는 분야가 동원되는데 이쪽에서 각종 수식들 만들고 하며 최적화된 설계 변수들을
찾아내고 구조물을 해석하고 재해석하고 뭐 기타 등등의 일들을 합니다.
여튼 이 경량화를 위해 비중이 일반 강재의 1/3에 불과한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근데 알루미늄은 강재에 비해 변형이 잘 생깁니다.
탄성계수라는 건데 강재에 비해서 알루미늄은 변형이 3배로 큽니다.
게다가 용접 건조에 따른 조기 결함 문제가 있어 연안을 항해하는 중소형 선박에만 주로 사용됩니다.
참고로 피로 균열 손상은 일반적으로 용접부나 응력집중부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최근엔 기술이 발전해서 초대형 초고속 알루미늄 선박 건조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튼 현재까지는 이렇다는 말씀입니다.
사고를 당한 천안함은 상부 구조가 강재가 아니라 알루미늄 입니다.
천안함 설계 당시 pcc급으로 근해만 운항을 하니 경량화를 위해 상부를 알루미늄으로 가져간 것 같은데 이번 사고가 피로 균열로 인한 것이라면
이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참여를 했을 수 있죠.
사실 해난 사고는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상당히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그리고 순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다. 라고 단정적인 하나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요. 아니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도 피로 파괴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결론이 난다 해도 피로 파괴의 원인을 또 따져야 하는데 그것이
또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추측할 수 있는 건 파랑 하중과 같은 반복 하중이 상부 알루미늄과 하부 구조의 선체 중앙에 있는 용접부에 지속적으로 작용하면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그곳에 또 피로 하중도 계속해서 쌓이면서 피로 균열이 지속적으로 성장.
근데 검사와 정비는 불량.
이 상태로 운항 중 균열부로 침수가 시작되었는데(침수는 다른 이유로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 물론 외부의 물리적 공격은 절대 아니라고 장담합니다)
침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격벽 폐쇄 등의 효과를 보지 못함.
선미 부분의 빠른 침수로 선미부 하중이 심해짐.
이 상태에서 피로 균열로 인한 손상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함정이 가질 수 있는 최종 강도를 버티지 못하고 붕괴 모드로 돌입.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추측이고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난다면 해군의 함정에 대한 검사와 정비. 그리고 예산 집행 방식 등에 대한 대대적인 문제 제기와 개선이 필요하겠죠.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책임질 인간들이 넘 많아서 열거할 필요도 없고.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군인이 이런 식의 사고를 당한다는 건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더욱더 슬픈 것 같습니다.
고의에 가깝게 병역을 기피한 인간들이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그 의무를 짊어지고 있나 싶습니다.
그리고 한참 젊은 아이들을 데려다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게 했으면 최소한 이런 사건에서 그들이. 그리고 가족들이 일말의 애국심이라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염치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런 염치가 있는 인간들이 국가를 책임지고 있었다면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이 모양은 아니었을테니 공허한 소리군요. 냐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