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한때 애틋한 연애를 했었습니다.
드라마 같은 내용으로 헤어져야 했기에 주변인들의 안타까움을 샀고,
또 그만큼 절절했던.
한번도 안 싸웠어요.
정말 '비둘기처럼 다정하'게 지냈었죠.
그런 저와 그가 처음으로 싸웠던 건
유감스럽게도 만난 지 1주년을 기념해서
둘 다 근사하게 정장 차림 하고 좋은 곳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어요.
더 웃기는 건,
제가 그날 늦을 것 같아서 택시를 탔거든요.
그런데 택시 아저씨가 제가 무언갈 물었어요.
그때 라디오에서 설운도인가 송대관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거랑 관련된 걸로 기억해요."아가씨는 나이든 택시기사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이런 노래만 흘러나오면 어떨 거 같아요?"였던가.
저는 나름 성심성의껏 머리를 짜내서 대답해 드린 걸로 기억하구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탄복하시면서(어지간히 심심하셨던가 봐요)
"어유,아가씨 대답도 참 잘 하네.듣는 사람 기분 안 나쁘게 하는 재주를 가졌어.
아가씨 같은 사람과 이야기하면 싸울 일 하나 없겠어."
저는 그날 그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에 도착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비둘기같이 다정하던 그와 첫 말싸움을 벌였고,
그와 만나는 동안 처음으로 그의 자존심을 긁는 말을 해버렸어요.
2.그러고보니 그와 두번째로 크게 싸우고
'아 우리는 정말 안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던 길은
그와 단둘이 여행을 갔었던 담양의 죽녹원 속에 있는
'사랑이 변치않는 길'에서였어요.
3.지금 좋아하는 남자친구랑도 조그만 징크스가 있습니다.
꼭 국경일 내지는 기념일마다 싸워요.
지난 어린이날에는 관계를 의심하게 될 만큼 속상하게 싸웠고,
현충일날 전날에도 싸우고 울면서 현충일날 일하러 갔고,
(다행히 마음을 졸이고 졸였던 제헌절날에는 싸우지 않았습니다)
우리 1년째 기념일에도 대판 싸웠어요.
남자친구에게 속상한 점이 생겨도 '우리 1주년이 다가오는데 이쯤이야 참고 넘겨야지'했는데
막상 그날 싸우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