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꾸는 악몽의 대부분은 군대와 관련 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치고 이런 꿈을 꾸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중략) ...비교하자면 군대생활은 전쟁이나 고문만큼 끔찍하고 자연재해나 사고처럼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한번 군대에 갔다오면 누구든 군대에 가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비가역적인 존재다. 경험한 것을 경험하지 않은 듯 여기려면 질병을 앓는 수밖에 없다. 군대가 하나의 질병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군 복무 기간은 대개의 경우 한 사람의 청춘과 일치한다. 청춘이란 우리 삶에서 가장 고귀한 시간이다. 청춘은 아직 불의를 모른다. 그러나 청춘이 맞닥뜨린 현실은 그가 지금까지 겪었던 그 무엇보다 거대한 부조리와 비합리다. 부조리와 비합리 자체가 그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그가 최초로 만난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 제도가 그의 꿈을 꺾어놓는다.
이백은 어느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하늘에서 내린 황하의 물이 세차게 흘러 바다에 이르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음을.’ 군대를 돌이킬 수 없는 절망으로 만든 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누구인지는 몰라도 악몽으로 기억하지는 않는 자들일 게다.
좀 비약이 있긴 하지만, 군대와 관련해서 이 정도로 간결하게 핵심을 이야기한 칼럼은 처음 본 것 같아요.
누구든 예외없이 군대에 다녀오면 사람이 변하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단지 2년 정도의 시간의 흐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변화를 겪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겝니다. 저 역시 복무 전후를 비교해보면 많은 면에서 변화가 있었는데, 비교적 긍정적인 변화를 겪었다고 생각해요. 나름 군대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 왔거든요. 개인적인 노력도 있었고, 운도 좋은 편이었죠. 그래서인지 군대 관련 꿈을 가끔 꾸긴 하지만, 그다지 심한 악몽인 경우는 없었어요. 하지만 복무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포기'와 '순응' 을 배우지 않을 도리는 없더군요. 그야말로 '거대한 부조리와 비합리' 앞에서 일개 병사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었을까요? 그래도 나름 제가 맡은 분야에서, 정말이지 어이없을 정도로 주먹구구로 돌아가던 걸 그래도 좀 체계적으로 해 보겠다고 많은 것들을 바꾸고 만들어 놓고 후임자도 신경써서 뽑아 놓았었는데, 모르긴 해도 지금은 당연히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있겠죠.
'거대한 부조리와 비합리' 앞에 세워진 청춘(이 단어 별로 마음에 안 듭니다만)들이 배우게 되는 포기와 순응, 이것이 아마 군이 우리 사회에 끼치고 있는 가장 큰 악영향이겠죠. 혹시 군 본연의 역할이 그것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 설마하니 징병제 국가의 군대들은 다 이따위로 돌아가는 걸까요 - 아니, 어차피 졸업하고 취업하면 배우게 될 것을 몇 년 일찍 가르쳐 줄 뿐이니 별 상관 없으려나요? 그러고 보니 '불의를 모르는 청춘의 꿈' 따위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우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