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째로 다시 읽는 거지만, 아무리 거듭 읽어도 당테스의 치밀한 복수기와 거기에 나가떨어지는 인간들을 보면 통쾌하기 그지없단 말이에요.
그런데 항상 이 작품을 읽을 때마다 신기하게 생각되는 점이 있습니다.
듀게의 어느 분 글에서도 봤는데, 당테스에게 누명을 씌운 적들은 그 이후엔 양심의 가책을 받은 일이 없이 착하게 살았나보다 하는 거였어요.
어떻게 당테스가 진면목을 드러내고, '내가 에드몽 당테스다~' 이러면 그의 적들은,
"오~~ 하느님은 진정 계십니다!!"
이러면서 한방에 무너지잖아요.
당테스 이후로 그들의 권모술수와 계략에 의해 해침을 당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까 하는..
저도 그와 비슷한 생각인데, 카드루스와 당글라르를 제외한 페르낭 몬데고였던 모르세르 백작, 빌포르 검사는
무엇보다 명예와 사회적 평판을 중시하고 그게 무너지는 것이 그들에겐 죽음보다 더한 타격이란 거였어요.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회 역시 모르세르가 자니나 총독을 비열하게 배신한 것이며,
빌포르의 과거 스캔들과 그로 인한 파장을 결코 용납치 않는 단호함을 보여주는 것이 희한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모르세르의 아들인 알베르는 자니나 성의 멸망에 아버지가 연관되어 있다,
아버지는 주인을 팔아넘긴 배신자다 라는 것까지만 알았을 땐 그 불명예에 치를 떨긴 했지만
그걸 폭로한 장본인인 당테스에게 분노했던 반면,
자신의 아버지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당테스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것을 안 이후에는
그를 더 이상 아버지로 인정하지도 않고 모질게 그를 떠나 버리죠.
아버지가 자살한 것도 그에겐 그리 타격이 컸던 거 같지가 않아요.
희한하죠.. 현재의 한국에 살고 있는 저로선 저런 심리와 분위기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해요.
한국의 부유층들 같으면 그야말로 일소에 부칠 일이잖아요.
고작해야 '날 음해하려는 적들의 음모다'라든가, '오햅니다 으허허' 드립이나 치고 끝낼 일이란 말이죠.
아무리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더라도, '그래서 어쩌라고?'의 반응일걸요?
사람들도 관심 없을 거에요.
그래서 어쩌라고? 성공했잖아? 돈 벌었잖아? 과거가 어때서?
그런 사고의 결과물이 얼마만한 재앙인지 목도하며 사는 지금..
전 저 작품을 읽을 때마다 착잡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 당시의 프랑스가 정말 저 정도로 명예를 중시하고, 그간 쌓아온 명예가 무너지게 되면
사회의 구성원들도 모두 등을 돌리고 그를 비난할 정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소설은 더욱 극적인 장면을 위해 그렇게 했겠지만..
글쎄요. 전 작품 속의 프랑스가 부럽기까지 하네요.
자신의 이름값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성공을 거머쥐었더라도 그 수단의 비열함과 어두운 과거가 드러났을 때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것을 용납치 않기에 그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 등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