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1억은 되어야 내수로 먹고산다.

  • 앙겔루스노부스
  •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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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이들 들어본 이야기이실거 같습니다. 한국의 무역이나 내수, 나아가 복지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끊임없이 나오는 이야기이곤 한데... 다만 저로서는 저런 이야기의 기반이 되는 학설이나 논리 저서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저 명제를 인용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아도 "...라죠" "...다죠" 형태로 인용의 형태를 띄는데 말이죠.

실제로 인구가 1억 이상인 국가를 나열해보자면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브라질, 방글라데시, 러시아, 일본, 나이지리아 정도이겠네요. 10개국밖에 안되는 듯? 설마 빼먹은건 없겠죠. 내수로 먹고 산다는 것은 무역의존도가 낮다는 이야기일텐데... 무역의존도로 나베르를 검색해보니 2008년도 무역의존도라고 자료가 나와요. 페이지는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jho93700&folder=40&list_id=11157414

상기 국가들의 무역의존도를 표에 나온대로 인용해보자면

중국 - 59.2%
인도 - 37.7%
미국 - 24.3%
인도네시아 - 54.3%
파키스탄 - 28.5%(수출분 자료 누락)
브라질 - 24.1%
방글라데시 - 43%
러시아 - 47%
일본 - 31.6%
나이지리아는 자료없네요.
참고로 한국은 92.3%라는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이하 이 수치들은 전부 2008년 자료입니다.

어느정도수준을 내수로 먹고산다, 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경제에 대해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자료가 있는 9개국중 4개국이 40%를 넘는다고 한다면, 인구와 내수의 관계는 분명한 상관관계를 갖는것은 아니랄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파키스탄의 경우 수출분이 반영되면 역시 40%를 넘을수 있다고 볼 때 5개국일수도 있겠구요. 뭐 40%란 수치를 들먹인 자체가 50%로 하려다 50%인 나라는 둘 밖에 없어서 꺼낸 기준이긴 합니다만...

짐작은 하시겠습니다만 저는 1억은 되어야 내수로 먹고산다라는 주장에 별로 호의적이지 않거든요. 실증적으로 입증이 되었다고 하는 경제적 주장들도 상당수는 변인통제나 증거의 선택적 이용을 통해 특정한 주장에 봉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특별한 논거가 없는 주장이라면... 물론 논거가 있는데 저의 저질 검색능력이 못찾은 것일수도 있겠죠.

한편으로 무역의존도가 낮은 경제적으로 웬만큼 위상을 갖는 국가들의 목록을 보자면...

브라질(24.1%), 미국 (24.3%), 일본(31.6%), 인도(37.7%), 호주(39.1%), 영국(41.2%), 스페인(43.3%), 프랑스(46.0%), 러시아(47.0%)

정도입니다. 저중에 인구가 1억을 넘는 나라가 5개국입니다만,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에스파냐, 프랑스등 인구 1억과 거리가 있는 나라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요.

물론, 1억이라는 수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겠죠. 해당국가의 개방도, 정치적 상황, 1인당 평균생산액, 부존자원여부 등 여러 요소가 고려되어야 겠죠.

이를테면 석유수출 대국인 러시아의 경우 무역의존도는 47%이지만, 수출이 27.9 수입이 19로 수출이 압도적이며 이중 상당부분은 석유수출이죠. 만약 석유수출이 없다면, 무역의존도는 40%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요.(물론 경제는 지금의 위상과 전혀 다르게 줄어들어버리겠지만)

이쯤 되고 본다면 인구 1억은 되어야 내수로 먹고산다는 주장은 체계적인 경제학적인 주장이라기에 허점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닐까요?

이 주장에 대해 제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글 초반에 밝혔듯이, 이것이 한국의 현재의 상황에 대한 중요한 설명으로 이용되고 있는 부분때문이에요. 다들 아시고 자료에도 나오듯이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엄청나게 높죠.

이런 상황이 된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거에요. 박정희정권이 들어온 이래 한국이 수출주도를 통한 산업화를 추구해 왔다는 것이야 다들 잘 아시는 것이겠죠. 그것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무역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중심이 된 것도 분명하구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역 자체가 갖는 실질적인 기여나 공헌만큼 그것이 이데올로기나 담론화 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고 봅니다.(늘 그렇듯이 이런 이야기는 계량화될수 없기는 합니다만...) 무역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돌파구랄까 절대적인 명제로서 '신성시' 되다시피 한게 아니냐라는 것이죠.

정치적으로 민주화 된 이후, 점점 경제분야의 헤게모니가 높아졌고 경제분야에서도 내수기업보다는 수출기업이 훨씬 높은 생산을 담당하는 한편 사회적인 위상도 높아지면서, 그러한 담론은 더더욱 뿌리깊게 사회에 자리하게 된 것이기도 할 것이구요.

그러한 과정에서 한국의 현 상황 - 무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회구조를 설명하는 하나의 기제로서

"1억 내수론"

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문제라면, 언제 어디서부터 이런 주장이 퍼지게 된 것인지 별로 알려진게 없는데도, 그 주장 자체는 굉장히 뿌리깊고 넓게 알려져 있다는 것이겠죠.

이러한 주장은 한국이라는 사회가 나아가야할 미래상에 대한 논쟁을 불구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해요. 위에 인용한 자료를 보셔도 아시겠지만, 한국보다 인구가 적은 에스파냐도 무역의존도는 낮은축의 국가에 들어갑니다. 한국보다 1인당 소득도 높구요.(물론 이 나라는 만만찮은 관광수입이 있지만, 제가 아는바로 관광수입은 국내총생산의 10%정도로 알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낮잠시간도 있고, 밤에 나가놀기 좋아하는 이 나라 사람들은 노동시간도 한국보다 훨씬 짧죠. 1억 내수론이라는 주장은 한국이 '에스파냐 같은 사회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봉쇄하는 중요한 논거가 되어버릴수도 있다는 점에서 저 주장은 공정하지 않아요.

애초에 저 주장 자체가 매우 이데올로기적이라는 것이죠.

계속 말씀드리듯이 저는 저 주장에 대해 비판적이고 공감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 주장이 실증적으로 입증될 날이 올 수도 있죠. 그렇기에 저 주장 자체가 허무맹랑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저 주장이 별 다른 비판없이 굉장히 폭넓게 유통되고 있는 상황은 분명히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의 정치적 주관에 배치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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