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한 삶 VS 역동적인 삶
듀나 게시판에는 VS 놀이가 별로 없는거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게시판에서 VS 놀이는,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게시판을 활기차게 해 주는 감이 있는 거 같아요~ 좀 찌질하긴 하지만... 듀게에서는 잘 안먹히려나...
낮에 모 유저(어떤 분이신지 직접 언급하면 실례가 될지 모르니...)님께서 잔잔한 일상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보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순탄한 삶과 역동적인 삶이라고 했는데, 많이 쓰는 표현으로는 굵은 삶과 가는 삶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이 비교에는 굵고 짧게 와 가늘고 길게 가 들어가지만... 요즘은 길게 사는 것을 그렇게 바라지 않는 쿨한 세태니까... 생물학적 수명이 연장될수록 오히려 긴 삶에 대한 욕구는 줄어드는 아이러니 랄까요...
이런 비교를 할 때는 하나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순탄한 삶과 역동적인 삶의 비교이긴 하지만... 종종 순탄한 삶에 일상을, 역동적인 삶에 일상과 다른 -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다른 삶을 이입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일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들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일상은 따분하고 지루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순탄한 삶과 역동적인 삶의 비교가 일상과 비일상으로 되어버리면 아무래도 그 비교는 공정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어떤 삶에 대한 바램이 지금의 삶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죠. 아니 당연할 거에요. 그렇지만, 순탄한 삶과 역동적인 삶이라는 것은 삶들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설명일 뿐이기 때문에, 그것중 어떤 것을 더 좋게(혹은 바람직하게) 여기는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일상과 살짝 거리를 두고 볼 필요는 있을거 같아요. 어렸을 때 그런 동화들 많이 보잖아요. 모험을 꿈꾸는 소년이 소원대로 모험을 했더니 너무 힘들고 고생스럽기만 해서, 모험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역시 집이 좋더라, 하는 이야기. 물론 이런 이야기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삶에 대한 소망과 스스로의 일상은 거리를 두고 봐야 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역동적인 삶에 대해서 다양한 생각들이 있으실텐데... 저는 대충 이런 느낌을 갖고 있어요.
스스로의 타고난 소질을 계발하여 뛰어난 능력과 매력을 갖게 된 나는 훌륭한 동료들을 만나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을 수행하면서 강력하면서도 때로는 악랄하고 때로는 멋지기도 한 상대들을 맞아 일을 성공시키고 큰 명성과 권력 부를 얻게 돼요. 그 과정에서 매력적인 연인과의 뜨겁고 격렬한 사랑을 나누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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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오그라드네요. 뭐 성공담이라는 것의 원형은 대략 저런게 아닐까 하고 변명해 볼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저런 삶을 별로 원하지 않아요.
아까 말씀드린 모 유저님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너무 고요한 일상.
걱정도 없고; 별다른 고민도 없고 그렇지만 너무 심심한 일상'
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모 유저님께서 보고 계시다면 이해해주시길...--) 저도 사실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어요. 별 일도 없고, 고요하고, 큰 걱정도 특별한 고민도 없는. 근데 앞의 설명들이 사실을 나열한 것이라면 심심하다 라는 것은 그런 삶에 대한 가치판단일거 같네요. 스스로의 삶이 심심한가? 라고 생각해 본다면... 글쎄요. 저는 꼭 그런거 같지는 않거든요. 누구 노래제목처럼 별일없이 살지만요.
별일없는 삶에 대해 모 유저님은 심심하다고 하셨는데... 그것을 제식으로 표현해보자면
"평화로운 삶"
이라고 하고 싶어요. 별일없다라고 하지만 아무일도 없는 것은 아닐거에요. 뭔가 즐거움도 괴로움도 있겠죠. 다만, 즐거움도 괴로움도 소소하다보니 그것이 심심하게 여겨지는 것일테구요. 사람의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크게 둘로 나눠보자면 뭔가 바라는 것을 얻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동과 뭔지는 몰라도 바라지 않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소극적인 행동으로 나뉠거라고 생각해요.(너무 진부한 동기위생이론...)
별일없는 삶 = 순탄한 삶 은 확실히... 좋은 일이 그렇게 많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싫은 일도 그렇게 많이 벌어지지는 않겠죠. 물론 싫은 일만 많이 일어나는 삶도 있겠지만, 지금의 VS놀이는 균형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좋은 일만 일어나는 삶과 싫은 일만 일어나는 삶은 제외예요~
별일있는 삶 = 역동적인 삶 은 좋은일도 크게 싫은일도 많이 벌어지겠죠. 이 둘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가라는 정답은 없을거에요. 개개인의 선호에 따른 선택이지.
이렇게만 말하면 멍석을 깐 이로서 무책임하니까, 너는 왜 순탄한 삶이 좋으냐? 에 대해 제 생각을 말해보라면(듣고싶어하는 분은 별로 없겠지만...ㅜㅜ),
결국 저 두 삶을 가르는 기준은 관계일 거에요. 적극적이고 많은 관계를 갖느냐 소극적이고 적은 관계를 갖느냐 라는. 관계라는 것은 분명 상호적인 것이지만... 나라는 한 개인의 차원에서 본다면,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것인 한편으로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간섭 당하는 것이랄 수도 있겠죠. 그리고, 그것은 나의 의지를 상대에게 요구하기도 나의 의지가 상대의 요구를 받기도 하는 것일테구요.
저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 의해 나의 행동이 이뤄지는 것을 아주 싫어하거든요. 그리고, 내가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다, 라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내가 스스로 바라는 기준에 대해 공정하고 싶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필연적으로 행동을 요구하고 요구받을 역동적인 삶은 저로서는 별로 매력을 느낄수 없는 삶이에요.
물론, 이것이 관계의 포기는 당연히 아니에요. 이처럼 감수성이 무디고 둔한 저이지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많죠. 이 듀게에도 그렇구요. 사실 이렇게 글을 쓴다는 자체가, 이 곳에서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쓰는 것이겠죠. 그렇기에 이렇게 동기가 유발된 경우에는 무거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터덜터덜 글쪼가리를 쓰게 되는 것이겠죠. 물론, 내가 매력을 느낀다고 상대도 나를 좋아해줘야 할 이유는 없어요. 좋아해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겠죠. 그렇게 되면 별 수 없죠. 아쉽지만 포기할 수 밖에. 그리고, 이번의 실패를 새겨둬야겠죠. 다음의 만남에서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제가 순탄한 삶을 바란다고 해서 그렇게 살수 있는 것은 아닐거에요. 다만 그렇게 되도록 신경쓰는 것이죠. 다만, 좀 더 공정해져보자면 아무래도 역동적인 삶보다는 순탄한 삶이 더 쉬운 것이겠죠. 실현하는 것 자체가. 그렇기에 어쨌거나 현실주의자인 저로서는 가능한 것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