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보통 어떻게, 잘 그만두시나요?

  • 이울진달
  • 04-07
  • 2,477 회
  • 0 건
1.

그만둘래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길 몇 날째,
일은 더 손에 안잡히고 다른 거 찾게 되고 그러네요.

이젠 힘내자 힘내자 하기도 지치고..
이런때도 있는거겠죠.

그래서 말인데, 보통 회사 어떻게 그만두시나요?
여러가지 사정으로, 또 각자 직장 상황에 따라
그만두는 사연도 절차로 가지 가지 겠지만 궁금해서요.

2.

일단 저부터 얘기하면...
첫 번째 회사는 휴학하고 정직원으로 일했던 거였는데,
복학 한다고 그만뒀지요. 원래 그런 계획인 걸 회사도 알고 있었고
뭐 좋게 마무리가 되었죠.

두 번째 회사는 인턴이었는데, 누명을 썼어요.
윗선의 지시대로 일을 했고, 현장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이 증언도 해 줬는데
팀장님과 과장님이 쏙 빠지고 사람을 쥐 잡듯 잡길래..

안그래도 팀장님의 갈굼과 격무-그 때도 격무였군요-를 견디다 못해
뇌에 피가 안통해서 응급실에 갈 정도였는데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그만뒀었죠.
듀게에서 여러 분들이 빨리 빠져나오라는 조언을 주셨던...

아무튼 저는, 프랑스에 유학간 선배에게 온 헌책방을 뒤져서
프랑스 보그 1998년도 특별판 GOMET을 구해달라고 부탁하고는 회사를 관뒀죠.
-프랑스 보그 본사에도, 인터넷에도 없었거든요-

제 잘못은 아니었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저도 가만 있으면 찜찜해하는 성격이라서.
중간에 힘들다고 팀장님께 얘기하려고,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랬더니
먼저 '힘들다고 하면 죽는다'고 선수를 치길래
편집장님께 가서 '팀장님께 말씀드리는게 순서에 맞겠지만 들을 생각이 없으신 것 같다'고.
거의 싸우자는 거였죠.

마지막에는 정말 이판 사판이었어요.
옆에서 소리지르지 좀 마시라고, 간 떨려서 우황청심환 먹고 출근한 적도 있다고 했더니
그럴거면 진작에 관뒀어야지, 회사에서 죽으면 누가 책임지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만 둔다고 하는거 아니냐고, 왜 사람이 말 좀 하려고 하면 듣지를 않냐고..
결국 회사에서 그 팀장님을 울린 유일한 사원으로 퇴사.하고 나왔어요.

1998년 프랑스 보그 특별판 GOMET는
퇴사 후 일주일 쯤 뒤에 사무실에 도착했다고, 남아 계시던 분이 알려주셨어요.
그래도 사람이 끝낼 때 좋게 끝내야 되는건데 사실 그건 지금도 마음에 걸리긴 해요.

여길 그만두고, 첫번째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 계신 곳으로 갔는데.
그 곳에서 일하는 건 여러가지로 만족스러웠고, 스트레스도 거의 안 받았지만
저를 부른 분이 갑자기 급성 백혈병으로 퇴직하시면서 문제가 생겼죠.

그만 둔다고 말했을 때 사장님도, 언제 소주나 한번 하자 하셨고..
다른 사람들 한테도 '자기 있을 자리 찾아가는 거지 뭐' 하셨던..
그리고, 이 다음 회사에서는 오래 오래 있으라고 했는데.
이젠 뭐 제가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야, 라는 말이 자꾸 자꾸 삐져나오네요.
너무 지쳐서, 이 쪽 업계 자체를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3.

사실, 회사를 다녔다-라고 그래도 말할 수 있는 건
세번째 회사와 지금 회사 정도로.
좋게 그만두기도 나쁘게 그만두기도 했지만
회사 그만두는 문제는 언제나 어려운 거 같아요.

어차피 동종업계로 이직할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부려먹으면서 툭하면 '평판 체크' 무기 삼아
그만두면 매장시킨다고 하는 것도 짜증나요.

언제는 또 니가 이직하고 싶더라도, 내가 잡으면 한 번만 말 들어달라고
부탁아닌 부탁을 하기도 하고..그럴거면 잘 좀 해주든가..

당장은 아니라도, 상상이라도 하면 속이 좀 시원해지게
회사 어떻게 그만둬야 잘 그만두는 건가요?
보통 어떻게 그만두시나요?

게시판2004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38969 택시기사가 나를 만만하게 보지 않게 하는 방법 fan 3,652 04-07
138968 영화화된 스티븐 킹의 작품중에 본 것들.... 스위트블랙 2,374 04-07
138967 교도소 출신입니다.성폭행범 전자발찌 절대반대합니다 사과식초 6,836 04-07
138966 런던 프라이드라고 아세요? 거북이는진화한다 3,511 04-07
138965 오늘 신데렐라 언니... DJUNA 3,663 04-07
138964 순탄한 삶 VS 역동적인 삶 앙겔루스노부스 2,928 04-07
열람 회사, 보통 어떻게, 잘 그만두시나요? 이울진달 2,478 04-07
138962 예언자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장면. (스포일러) mithrandir 1,665 04-07
138961 그냥 가정 : 그럼 종부세가 그대로 유지되고 술/담배 세금 올리자는건? stardust 1,333 04-07
138960 마치 천상의 세월인 듯 기나긴 삶 Aem 1,286 04-07
138959 오늘 있었던 일.. Apfel 1,056 04-07
138958 연아양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친필 편지를 보냈군요 소년 4,328 04-07
138957 김연아를 대하는 자세...누구일까요? Grey 3,904 04-07
138956 새 닥터 후 액션 피겨 ginger 1,917 04-07
138955 롯데가 제 정신 차린건지... 달빛처럼 1,717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