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존

  • milk & Honey
  •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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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미국의 바그다드 공습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야밤에 일어난 폭격의 화염은 죽음과 파괴의 불길한 화신이면서 검은색과 붉은색, 어둠과 빛의 대비를 보여주며 처연한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이는 보는 이에게 씁쓸함을 일으키지요. 그것은 ‘나는 저기 있지 않다’는 안도감 반, 죄책감 반일 것입니다.

로이 밀러 팀장이 이끄는 MET-D팀은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는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만, 번번히 허탕을 칩니다. 대량살상무기가 무슨 파랑새도 아니고, ‘보물은 바로 우리들의 우정이돠’ 같은 성의 없는 보물찾기 이야기도 아닌데 말이죠. 군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충실한 그였기에, 이런 헛가락 짚는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작전의 바탕이 된 정보가 잘못되지 않은 이상 이런 어이없는 일은 생기지 않는 법이죠. 정보의 정확성에 대해 상관에게 항의도 해봤지만 씹히고 무시당합니다. 오직 CIA소속 ‘마틴 브라운'만이 그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그는 각종 명분으로 치덕치덕한 이 무의미한 전쟁에 심한 염증을 느끼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밀러에게 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임무를 하나 부여합니다.

실제 전쟁과 그 진상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나리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흘러갑니다. 음모와 반전이 시나리오상 중요한 모티프이긴 하지만 감독도 관객도 거기에 감상의 주안점을 두지 않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미국인인 밀러의 목소리가 아닌, 이라크 현지인, 그러니까 영화를 만든 쪽에서는 분명 타자였을 캐릭터에 무게를 실어준 점, 그리고 전쟁 액션 영화로서의 가치. 이 두 가지가 이 영화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일 것입니다. 한편, 제게는 이 영화가 워낙에 어이없고 못되 빠진, 미국이 보여주는 가장 악독한 비즈니스를 스크린으로 재차 확인하는 자리였기에 좀 피곤하기도 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건조한 면이 좋았습니다. 영화는 쓸데 없는 곳에 장면을 낭비하지 않고 딱딱 필요한 부분만 짚어 속도감 있게 전개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보여준 카메라 워크도 가슴 두근거리게 했구요. 그리고 전쟁은 싫지만, 몸 여기저기 장비를 설치한 제복 입은 사람들이 수신호를 보내며 ‘일’에 열중하는 것. 그런 거에 좀 약하기 때문에 어머어머~ 하면서 봤습니다. 또 쓸데없이 잔인한 장면을 끌어다가 시각적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것도 고어에 약한 제겐 참 다행이었죠.

그리고 바그다드의 디테일도 생각할 게 많았습니다. 찌그러진 플라스틱 통을 들이대며 물을 찾는 바그다드 민중들과 쭉빵 언니들이 샬랑거리는 그린존의 풀장의 대비는 말할 것도 없고 첫 장면에서 목숨을 건 ‘신비의 고대 유적을 찾..’.이 아니라 ‘있었으면 하는 대량살상무기’를 탐색하는, 건물 위에서는 스나이퍼가 총을 피융피융 쏴대는 그 긴장된 전투에서도 이리저리 짐을 나르며 전장에서의 ‘일상’을 영위해나갈 수밖에 없는 이라크 사람들을 무심하게 카메라에 담아내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흥행이 신통찮다는 이야기가 보입니다. 이미 알려진 역사대로 진행되는 영화라 서사가 주는 긴장감이 없어서였을까요, ‘불편한 진실을 확인한다’ ‘사실 우리 정부는 나쁜 놈들이었다’는 주제가 귀찮아서였을까요. 혹은 강대국이 누리는 부의 가장 밑바닥을 다시금 확인할 필요까지는 없어서였을까요.




* 알라딘 50% 티켓으로 봤습니다. 앞으로 몇 편 더 보는 걸로 6900원의 본전을 건지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

*정확히 영화관엔 4커플+1 있었습니다. 네. 그 1이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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