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언니.

  • 작은 마법사
  •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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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를 보고 있으면 8, 90년대가 생각이 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요. 다음 주부터는 배경이 현대라 달라지겠지만, 이 느낌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예컨대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정도의 나이가 된 어른이 문득 자신의 책을 찾으러 다락방에 올라가는 거죠. 그리고 먼지 쌓이고 곰팡내 나는 동화책을 꺼내 보는 겁니다. (덤으로 옆에 있던 홀로서기나 애너벨리같은 시집도 말이죠.)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거죠.

'뭐야? 이거, 지금보니 신데렐라 얘 좀 짜증 나는 애 아냐?' '글고 신데렐라 언니는 쫌 쿨한데?'

그런데 이런 식의 동화 비틀기는 오래된 소제였고 지금 와서는 새롭게 윤색된 동화책들도 이미 다락방에 있어야 할 정도로 지나버린 얘기가 됐어요. 소위 상해버린 떡밥이 된 거죠. 그런데 이 떡밥을 용감히 드라마화 해보자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20부작으로!

이거 힘들어요. 힘들 것 같잖아요? 이미 진부한 얘기가 된 것을, 아니 왜 한창 유행할 때 하지 않고?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쉬운 소제는 아니었던 거죠. 동화를 비튼 것까지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다음이 없다는 거에요. 신데렐라는 짜증나고, 새언니는 쿨한 츤데레야. 오 재밌네. 근데, 그래서......?

뭐 저 같으면 이런저런 식의 동화책 비틀기를 계속 집어넣는 식으로 가서 극을 망쳐놓겠지만 말이죠. ^^근영이를 데리고는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단 말이죠 우렁각시라거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 혹은 라푼젤 등등. 사실 라푼젤은 그래도 매우 적극적인 여성 아닌가요.

대신 제작진은 이걸 정극적으로 풀어가려고 하는 듯 합니다. 인물들의 감정선과 표정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거죠. 제가 보기엔 지금까지 성공적이에요. 마침 계속되고 있는 사극과 사극 연기가 조금씩 질려가고 있는 찰나에 섬세한 현대극을 한다는 말이죠. 더구나 섭외한 연기자들이 모두 연기를 잘해요. 근영이의 표정변화를 보고 있으면 바화때도 그렇지만 계속 보고 싶단 말이죠. 들쭉날쭉 하다는 게 아니라 매우 섬세하단 말이에요. 그렇게 예쁜 아이가 그렇게 귀엽게 표정을 풀어가다니 반칙이잖아요.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이 있어요. 엄청난 거죠. 그리고 그 대칭이 되는, 혹은 되어야 하는 서우도 놀랄정도로 연기를 잘합니다. 근영이에게 지지않겠다는 기백이 있어요. 김갑수씨와 이미숙씨는 말할 것도 없죠.

그런데 천정명의 캐릭터가 좀 심심해요. 연기를 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잖아요? 안타깝지만 비틀어진 동화 속에서 그래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게 왕자님 역할이라 방법이 없었다고도 생각해요. 신데렐라에게(혹은 언니에게) 주어지는 포상이 과거가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오히려 왕자는 스테레오 타입에 가까울 수록 성공적인 거죠. 그러니 왕자에게 복잡한 배경을 줘도 캐릭터가 재미가 없죠. 이건 작가분들이 좀 더 고민해야 하는 문제에요.

앞으로 더 지켜봐야 겠죠. 이제 2주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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