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차이가 나는 제 막내 동생은 저와 음악을 듣는 취향이 거의 같습니다. 정확히 말해야 겠군요. 같았습니다.
전 서정적인 멜로디의 노래나 맑고 투명한 여성 보컬의 음색이 돋보이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동생도 그러했는데 아마도 제가 그렇게 만든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언제나 제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틀었으니 좋으나 싫으나 들을 수 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이 노래 들어봐봐. 좋지?"
서로 새로 알게 된 노래들을 들려주면 거의 대부분 저나 동생 모두 공감했지요.
영화도 그러했습니다. 제가 중학생일 무렵, 동생들과 저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이면 비디오를 빌려와 거실 불을 끄고 텔레비젼 앞에 이불을 깔았습니다.
그리고 과자를 그릇에 담아 베게를 베고 누워서 영화를 같이 보고 난 뒤 잠을 같이 잤지요.
비디오 가게에서 셋이서 한참 고민할 때면 어떤 영화를 볼 지는 제가 정하곤 했어요. (맏이는 독재자이니까요.ㅎㅎ)
하지만 제가 보고싶은 영화들을 빌려와 보아도 어린 동생들이 보기에 그것이 때로는 난해하고 지루한 영화일지언정 ('그린파파야 향기' 같은 ^-^;)
두 동생들은 늘 재밌게 보아주었기에 여전히 지금도 동생들은 심심할 때 무슨 영화를 보면 좋을지 제게 묻곤합니다.
학교 때문에 서로 떨어져 지낸 지 5년, 각자에게 애인도 생기고(저만 없습니다. 쿨럭~ ㅠ.ㅠ) 이런저런 일들도 생기면서
뭐랄까... 서로 다른 점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서로 먹고 싶은 음식이 달라지고, 옷 입는 취향도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지고...
네... 물론 당연한 거구 대수롭지 않은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가족이라 해도 형제끼리 매우 다른 경우도 많으니까요.
"이제는 싫어."
몇 달전 제 MP3의 노래들을 듣더니 막내 동생이 그러더군요.
"그게 뭐가 재밌단 거야!!!!!! 지루해 죽는 줄 알았잖아."
제가 추천한 영화를 여자친구와 같이 보다 여자친구가 자버려서 미안해 죽을 뻔 했다구 그러더군요.
딴에는 생각해서 골라준 건데,'슬럼독 밀리어네어'랑 '업(UP)'이었는데, 내용은 그렇다쳐도 꼬마 보이스카웃 러셀을 보는 재미라도 있었을텐데...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정말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제 형제가 제가 알 수 없는 부분들을 이제 많이 가지게 되는 것 같아 좀...서운해요.
토토로 벽지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던 제 동생이 러셀을 보고 뚱뚱하다고만 하다니 ㅠ.ㅠ
물론 많이많이많이 뚱뚱하지만 귀엽다고 생각하는 건 이제 저만의 생각이라니 ㅠ
오늘 우연히 러셀 실존 인물 사진을 보고 '빵!' 터졌었는데 동생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어서 뭐랄까 그래도 나만 보기 아까워서 올립니다.ㅎㅎ
(물론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