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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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원면옥에서 찍은 평양냉면. 자연광으로 놓고 찍으니 뭔가... 서광이 비치는 듯한... 쿨럭)


- 아는 한의사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서울 제일로 치는 곳은 남대문시장 부원면옥입니다.

이분이 완전 본투비 서울내기(...)라서 냉면에 조예가 깊은 것도 있지만 - 엊그제 침 맞으면서
들은 얘기로는 좀 다른 이유도 있더군요. 그 특유의 60년대 서울 토박이 억양으로 선생께서 가로되


"내가 친구하고설랑 자네가 저번에 말한 경동시장의 거길 가 봤는데, 난 좀 아니더구만. 수육을 시켰는데 쇠고기가 나오더라고."


"예에?"


"냉면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돼. 이 메밀이라는 게, 냉한 음식이라서 말이지. 특히 자네처럼 신(신장)이 망가진 사람한테는 이게 독이야.
그러니까 이 돼지고기라는 게 메밀의 냉한 기운을 보 해준다... 이건데."


"원래 돼지고기 들어간 데도 그닥 많진 않잖습니까. 뭐 필동이라든가..."


"암은. 필동면옥이, 면 맛이 제일인 거 같애. 내 입맛엔 그래."


"근데 거긴 뭐... 저는 자주 가서 잘 먹지만 제 후배들은 델꼬 가면 컬쳐 쇼크랄까 뭐랄까.. 그리 느끼지 말입니다?"


"자네야 냉면 즐기지? 근데 다른 치들은 아마 이걸 무슨 맛으로 먹나아- 그럴 걸? 자고로 평양식이라 함은 그래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부원면옥도 오랫만에 가보니까 옛날보다 좀 단맛이 받치지 말입니다."



"그래도 거기가 오래 된 데야. 서울시내 그 근방에선 아마 젤루 오래 됐을 걸? 옛날에 내가 화동에서 전차를 타고
남대문통으로 이렇게 낼루가믄(내려가면) 그 시장통에 냉면집이 서너, 너덧 군데가 있었다구."


"네에"


"그런데 지금 거기서 그 집만이 남아 있는 거. 옛날에는 많았다구, 그런 곳이. 요샌 뭐, 아주 그냥..."



(부원면옥의 면수(면 삶은 물). 냉면집은 육수를 내오는 곳이 있고, 면수를 내 오는 곳이 있죠.)


옆에서 사모님이 그 특유의 강원도 억양으로 가로되


"근데 박 군은 경상도에서 올라왔는데 어떻게 이북 맛을 알고 그러네요?"


"지금 세상 베린 이모네 할배가 흥남서 미군 LST 타고 월남했다 아닙니꺼. 달랑 일가붙이 중에서는 형제가 둘이 바리바리 마 싸짊어지고 오갖고 거(거기)서 그 할배가 냉면집을 한 기고."


선생님이 말을 받아서 다시 가로되


"가설라무네, 이북에서, 그 우리 때는 그런 양반들을 삼팔따라지라고 그랬는데, 그 양반들이 내려와가지고설랑은 뭐 할 게 있었겠어.
할 줄 아는 거 중에서 보니까 사람들한테 장사 잘 되는 게 냉면이고, 개중에 실력 좋은 집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지 뭐."




(제기동 평양냉면. 이 퀄리티가 무려 4천원.!)


"경동시장에는 그래도 아직 시장통 냉면집들이 더러 있던데 말입니다."


"그 집도 말이야, 나쁘지는 않은데. 면이 좀 부드럽더라고. 이 냉면을 뽑는 걸 가만히 보면은, 그 메밀 반죽을 딱딱할 정도로 덩어리를 이렇게 맨들어가지고 눌르잖어?
근데 그 집은 약간 무른 반죽을 떠서 넣더라고. 내가 또 그런 거 유심히 보잖아."


"선생님은 약간 거칠거칠한 거 좋아하시지 말입니다."


"아유, 그게 오리지날이야. 다른 데도 괜 찮기는 괜 찮은데, 내가 즐기는 옛날 맛은 그런 거라- 이거지."


"그래도 그 제기동 평양면옥이 저한테는 참 축복입니다. 흐흐. 4천원에...."


"하기사 요즘 어디서 그 정도를 그렇게 돈 주고 먹겠어? 정말 요 모르는 사이에 알음알음으로서니 10년 동안 물가가 거진 두 배는 올랐다니까."

(이후 물가 얘기로 넘어가서 냉면 얘기는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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