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의누>의 완결이 보고 싶어요.

  • 소상비자
  •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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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고 이인직의 소설 말입니다-_-(아마 대부분 영화 생각하셨을듯?ㅋㅋ)

전 금성사판 한국고전문학전집에 끼어있던 걸 아주 옛날에 읽었었는데..
무엇보다 아쉬운 건 작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완결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과연 옥련이와 구완서 커플의 운명은?
옥련이에 대한 날조된 추문을 들은 구완서 부모는 과연 옥련이와 구완서의 결혼을 허락할 것인가?
..뭔가 아침드라마스러운 스토리 되겠습니다.

요즘 다시 읽어보면 속이 좀 오글거리긴 해요.
일본에 대한 호의어린 시선, '아아, 어찌 잊으랴 이 날을~ 우리 모두 절치부심해서 학문을 닦아 조국을 길이 빛내세~(불끈)'라든가,
뭔가 교조적인 주제의식 등이 말이죠.

그리고 주인공인 옥련이도 '이른 봄 눈 쌓인 창가에 반쯤 핀 매화' 정도로 묘사되는 미모 외에 딱히 성격적으로 취향이 아니고요.
예전에 읽었을 때도 주인공인 김옥련의 운명을 꽤나 기박하고 가련하게 써놓긴 했는데,
그 시대 다른 여성에 비하면 사실 걸음걸음이 거의 로또 대박스러웠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7살에 청일전쟁으로 부모를 잃어버리고 총탄에 맞았지만,
치료해준 일본 군의의 도움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그 집의 양녀가 되고,
군의가 전사하고는 양모에게 구박받긴 하지만 소학교도 졸업했고,
구박이 자심해지자 죽으려고 집 나왔지만 용케도 전차에서 만나게 된 게,
역시나 공부하겠다고 집 뛰쳐나온 구완서라 둘이서 함께 사이좋게 유학하러 미국으로 고고씽.
미국에선 워싱턴의 호텔에 머물며 자기 돈 한 푼 안 쓰고 구완서네 집에서 보내 준 돈으로 계속 공부.
우등으로 졸업했다고 신문에 나 그 때문에 아버지까지 만나고, 은인인 구완서와 약혼까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비슷한 일을 겪은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 중에야 대박 친 팔자 아니냔 말이죠.
잘못했음 유괴당해 어디로 팔려갔거나 그래서 온갖 모진 고생을 겪거나 했을 테니.

그래도 그녀를 짝사랑하는 서일순의 계략으로 그에게 온갖 은혜를 입은 옥련의 부모가
이미 정혼해놓은 구완서를 제끼고 서일순으로 사위 삼으려는 심리는 보기가 많이 불편합니다.
물론 옥련의 부모는 딸자식 팔아 팔자 고치자, 이런 생각은 아니었을 거에요.
다만 구완서는 바다 건너 멀리 떨어져 있지, 10년 공부하고 오겠다 했으니 아직도 날은 멀지,
눈앞에는 부유한 서일순이 싹싹하게 알랑거리지 하니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
우리 딸이 이렇게 좋다는 남자가 있는데 이쪽으로 보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겠죠.
뭐, 그렇더라도 속물스럽게 보이지 않는 건 절대 아닙니다만..

그런데.. 읽으면서 현재의 관점으로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건, '몸으로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이에요.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시집간다..
이게 돈 받고 몸 파는 거랑 차이 나는 게 뭘까 싶기도 하고.
웃긴 건 무협지나 고전소설 등을 봐도 이 '몸으로 은혜를 갚는' 설정이 자주 나온다는 거죠.
도대체 무슨 심리인 걸까요??

아무튼.. 어쨌거나 완결을 좀 내줬음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문득문득 듭니다.
읽다 관둔 것도 아니고, 작가가 접어서 결말을 못 읽는 것만큼 찝찝한 게 없으니까요.

사실 부분부분 씹어대긴 했지만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옥련인 이뻐서 그나마 좋고, 구완서는 의리있고 정직해서 좋고.
그러나 생동감 넘치는 인물은 박제된 인형같은 옥련과 구완서보단 서일순이나 최여정, 하늘밥도둑 서숙자 같은 조연들이죠.
특히 가난하고 비천한 처지에서 어떻게든 줄을 잡아 신분상승 해보려는 욕구로 충만해 온갖 거짓말쯤은 밥 먹듯 하는 서숙자의 캐릭터는 꽤나 흥미로워요.
어려서 읽을 땐 주인공 괴롭히는 악역이라 싫었지만..ㅋㅋ
그녀의 말재간과 사람 다루는 수완에 놀아나는 구완서네 부모가 어찌될지,
과연 서숙자는 목표대로 옥련이와 구완서를 갈라놓을 수 있을지.
옥련이와 결혼하기 위해 전재산 던진다 해도 아까울 거 없다는 서일순을 부추겨 돈 빼돌리기로 작심한 '말로만 친구' 최여정이라든가...


그러니까 작가는 왜 완결을 안 내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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