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는 그냥 여성동성애자들을 위한 세컨드 라이프 홍보물처럼 보였어요. 필러로 더 좋은 작품을 넣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빈의 대담한 여자들은 5,60년대 빈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던 여성동성애자들에 대한 인터뷰들을 모은 다큐멘터리에요. 다들 재미있는 사람들이고 노년을 즐겁게 보내고 있더군요. 단지 이들의 회상에서 스톤웰과 같은 엄청난 경험을 기대해서는 안 돼요. 당시 빈에서는 그런 게 없었죠.
오버 더 레인보우 시리즈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첫 번째 단편인 오 마이 갓이에요. 80년대에 노르웨이 꼬마애들 세 명이 모여서 오르가즘을 갖겠다고 소동을 벌이는데, 해리샐리의 멕라이언 연기의 3종 세트를 볼 수 있지요. 정말 귀여워요.
이탈은 원나잇스탠드 상대와 모텔에서 관계를 맺으려던 여자가 과거 기억의 방해를 받는다는 이야기로, 기술적으로 좋고 섹스신도 잘 찍었어요. 하지만 황량하죠. 이 이야기는 크게 해석할 수도 있고 작게 해석할 수도 있는데, 감독은 전자를 생각하는 것 같고 저도 그냥 전자로 밀고 갈래요.
아리아 디바는 폴란드 영화로, 위층에 이사온 오페라 디바와 아래층에 사는 전업주부의 관계를 그리고 있어요. 이들의 이야기는 애매하고 모호한데, 그건 두 사람 다 모두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암호화하기 때문이지요. 근데 영화 보면서 위층에 오페라 가수가 이사를 오면 정말로 불편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오래 있지도 않을 거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주지 않는 곳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린치는 어떻게 내 스웨터와 심장을 훔쳤는가!는 막 여자친구에게 차인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닥터 수스 식으로 풀었어요. 웃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말은 쓸쓸. 근데 sweatshirt를 스웨터라고 번역해도 되는 건지.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저에겐 전혀 다른 종류처럼 보여서요.
크리스티의 티셔츠는 나의 장미빛 인생의 여성판 정도? 하지만 과연 그 애에게 좋아하는 셔츠가 그거 하나밖에 없었으려나요.
커밍아웃 여행은 엄마에게 정식으로 커밍 아웃을 하려는 감독이 자기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담았어요. 진지한 이야기인데 솔직히 드라마가 전개될 때마다 감독이 카메라를 세팅하는 장면이 상상되어서 가끔씩 집중을 못하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