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과학과 종교가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요?
그런 주장의 논리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는 증명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들은 무신론도 일종의 '믿음'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믿는 일종의 종교라는 겁니다.
자.. 예수가 신의 아들이었는지 아닌지 우리가 증명할 수 있습니까?
그가 3일만에 부활했는지 아닌지 밝혀낼 수 있습니까?
...... 불가능합니다.
전 정말 이런 논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속이는 지 놀랍기만 합니다.
아시겠지만, 버트런트 러셀이 이 엉터리 논리에 사망선고를 내린 바 있습니다.
유명한 '천공을 도는 도자기 찻주전자'의 비유입니다.
지금 이 순간 찻주전자 한개가 태양 주위를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걸 증명할 수 있나요? ...... 아뇨.
그런 찻주전자가 정말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일까요? ...... 아뇨.
그럼 그 찻주전자에 대해 '난 불가지론자야'라고 선언하는 게 합리적일까요?
...... 역시 아닌 것 같죠?! (청중들 웃음)
더 얘기할 것도 없습니다.
제 요점은 이런 황당한 주장들을 무신론자들이 증명할 책임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항상 희한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사실 종교인들도 이런 주장이 엉터리라는 걸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자기 종교는 빼고 다른 종교의 교리에 대해서만요..
모든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의 교리가 왜 엉터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무슬림들이 코란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책이라고 주장한 다음
이유는 코란에 그렇게 쓰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 누구나 말도 안된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거의 직관적으로 그런 모순을 알아차리는 기독교인들이
정작 자기 종교 앞에선 벙어리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제 생각엔 종교의 신도들 뿐 아니라 우리 과학자들도 이런 함정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 논리는, 솔직히 많은 과학자들이 채택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논리는 종교와 관련 있을 수 있는 모든 과학적 자료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증명된 어떤 과학적 자료를 가지고, 두가지 방식으로 질문하는 게 가능합니다.
이 자료가 '신의 존재'를 가리키는가?(suggest) 라고 묻는 방식과,
'신의 존재'와 함께 설명할 수 있는가?(compatible with)라고 묻는 방식입니다.
두 질문 방식은 얼핏 비슷하게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결론을 끌어냅니다.
하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구상에 나타난 생물종 중 99%가 멸종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 전제로부터 전지전능하고 자비로운 신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나요?
...... 전혀 불가능합니다.
이 사실 앞에서 "이거야말로 창조의 증거야"라고 외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이 사실을 신과 엮어서 그럭저럭 말이 되게 설명하는 게 가능한가? 라고 말입니다.
.... 대답은 거의 항상 가능하다는 겁니다.
사실 어떤 과학 데이터를 가져오더라도 대답은 항상 그렇다로 나올 겁니다.
몇가지 흔한 문구만 붙이면 이 모든 것을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신의 뜻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혹은
"아마도 창조주가,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피조물을 지워 버리려던 것이다" ...
이런 편리한 논리는 우리 인류와 관련된 사건에도 똑같이 써먹을 수 있습니다.
홀로코스트를 봅시다.
수백만의 사람들을 짐승처럼 게토에 가두고 죽여서 재로 만들었습니다.
다름아닌 그들의 이웃이던 사람들의 손에 의해 그런 일이 저질러졌습니다.
이런 사건을 보고 전지전능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역시 질문을 살짝 바꿔 봅시다.
이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설명하는게 가능한가? 라고 말입니다.
..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유대인들에게 진노하셨다"
혹은 그 자유의지와 같은 논리를 써서 "신도 나찌의 만행을 막을 수는 없었다."
등등 말입니다. ... "누가 그 분의 뜻을 알 수 있습니까?"
과학자로서 저는, 우리가 이 두가지 질문 방식에서
과학과 종교의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사실을 냉정하게 분석함으로써 이 세계를 파악하는 방식과
들뜬 감정과 자의적 소망의 안경을 쓰고 현실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 말입니다.
과학이 우리 세계를 100%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과
위와 같은 종교적 변명들이 거의 무한한 융통성을 가진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과학적 사고와 이 넌센스 중의 넌센스가 이상한 방식으로 '화해'하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