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여자가 더 여자에게 가혹한듯...

  • 베네피트
  •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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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거창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 출근 시간에 겪은 일을 생각하면 계속 저 말만 떠오르네요.

환승 버스에 올라탔는데 경찰관과 버스기사가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이유인즉슨 버스기사가 신호를 어긴걸 봤으니 운전면허증을 달라는 거였고
버스기사는 안 어겼다, 경찰관이 먼저 수신호 보낸거 아니냐 하면서 맞서고 있는거였죠.
(저는 버스가 오는 과정을 지켜본게 아니라 딴 생각 하고 있다가 버스가 와서 탄거라
사정이 어떻게 된건진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한 5분째 실랑이를 하면서 뭐 별 이런저런 말이 나왔습니다.
기사쪽은 민중의 지팡이가 이래도 되냐고 왜 나만 잡냐고 하고
경찰관쪽에서는 난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경찰관일뿐이라고 맞서고
기사가 열받아서 경찰서 가서 cctv 까자고 출발시키니깐 경찰관도 왜 출발시키냐고 소리치고
또 1분 1초가 바쁜 아침이다 보니 버스 안 손님들 표정도 썩 좋진 않았죠.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험악해있고 지나가던 버스기사들마저 참견하려는 판에
아무튼 지금 이 손님들 데려다줘야 하니 나중에 경찰서로 찾아오는걸로 합의를 보고
주민번호 불러주고 경찰관이 내렸습니다. 문이 닫히고 이제 좀 숨통이 트이려는데
(전 잔뜩 쫄아있었거든요; 그런 분위기를 좀 무서워해서;;)

제 앞에 서 있던 여자 두 명이 그런 말을 나누더라구요. 귀가 나쁜 제가 들릴정도니
제법 크게 말한거죠. 여자가 뭐 저렇게 시끄럽게 얘기를 하냐. 따박따박 말대꾸(?)하는데
정말 별로드라. 여자가 저렇게 까칠하게 말해서 되겠냐 등등.

그 여자 경찰관이 조금 언성을 높이고 상대방 기사도 세게 나오다보니 세게 나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여자가 말이야, 라고 말할것 까진 없지 않나요? 저 경찰관 좀 시끄럽네, 라고
말할수는 있겠지만요. 만약 남자였으면 어땠을까요. 남자가 뭐 저렇게 시끄럽게 말하냐 라고
했을까요 과연. 저렇게 말대꾸하냐라고 했을까요.

내가 지금 딴 세상에 와있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뭐 그런 충격이었어요.
우리 아빠도  여자가 말이야, 여자는 이래야 한다, 라는 말은 절대 안하시는데 ;;
아이러니한건 (레알, 제가 꾸민게 아니라) 그 여자들 손에 여성학에 관련된 책들이 있었다는거죠.
그 중에 한권이 페미니즘의 도전이었죠. 저도 얼마전에 읽은 책이라서 그 책이
제일 먼저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학과가 써있었는데 한 사람은 정치외교학과였네요.
뭔가 참 재밌는... 모양새랄까요. 그 두 사람과 손에 들린 책을 번갈아 쳐다보는데
(물론 상대방은 눈치채지 못하게)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란게
가혹하다. 뭔가 이건 좀 가혹하다. 라는 생각이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이 머리를 맴돌아요.

여자라서 그 경찰관을 편들어줘야 된다는게 아니라요....
여자들조차도 그 여자경찰관을 심지어 업무중인데도 경찰관이 아니라 여자로 본다는건
좀 많이 슬픈 일이 아닌가 해서요.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좀 힘든 업문데 대단하네, 이런게 아니라
그 사람이 업무수행중에 보여지는 태도에까지 소위 '성역할'의 잣대를 들이댄다는거,
심지어 여자가 그런다는거 좀 가혹하지 않나요...
많이 낯설더라구요. 제 주위에서는 아직 그런모습들이 좀 드물어서인지는 몰라도...

이래저래 기분이 뭔가 좀 찝찝하네요.....
그 두 여자같은 사람들이랑 안 만났으면 좋겠다.. 저런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도 들고..
심지어 여자경찰관이 이겨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뭐 그래요 ;; ㅋㅋ

그리고 좀 뻘소리지만 교통경찰관은 특히 정말 냉정심을 빠른 시간내에 찾는 능력이 필요할것 같아요.
그 경찰관 막 싸우다가 나중에 내리면서는 수고하세요, 하고 내리는데 왠지 소름이-_-ㅋㅋㅋ;;
저라면 닥치구 씽 하니 내려버릴텐데, 흠. 그런것도 다 습관, 훈련된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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