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우석훈은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섰던 이계안을 지원하다가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불발되는 즈음에 노회찬 공개지지에 나섰죠. 이계안을 지원한 건 민주당에 대한 지지여부와
관계없이 이계안과의 개인적 인연이 작용했다고 하네요.
제 개인적 생각과도 맞는 부분이 적지 않아서(글쓰기 버거운데 누가 대신 해주면 참 좋더군요)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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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종반전을 돌아가면서, 약간씩 이번 선거에 대해서 내가 느낀 것들을 좀 써볼까 한다.
물론 분위기 빠지고 김새는 일이라서 선거 끝나고 하는 게 맞겠지만, 선거가 끝나면 또 사람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잘 생각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그렇게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편은 아니다.
아마 진보신당은 선거가 끝나면 엄청 큰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고, 스스로 확인한 자신의 크기에 아마 가슴 북북 긋는 일들을 하게 될 것이다.
심상정, 노회찬, 둘 중에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참 잔인한 일이기는 한데,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듯이, 나는 두 사람 중에 한 명이 2012년 대선에 나서기를 바라고,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잘 준비되어 있고, 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제대로 치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생각은 비슷하지만, 서울 시장에 나오는 것이 꼭 최선의 전략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난 좀 생각이 달랐다. 물론 생각이야 늘 다를 수 있는 것이지만.
난 선거구를 옮기는 것과 동네를 옮기는 것에 대해서 기본적으로는 찬성하지 않는 편이지만, 꼭 노원구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좀 고민이 있다. 누군가에게 지역구를 옮기라고 권유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 아마 2012년 총선에서도 노원구라면 노회찬이 가망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좀 든다.
아마 노회찬이 아니라면 그냥 그 동네에서 뼈를 묻으라고 했을 것이, 평소의 내 소신대로라면 100%이겠지만, 어쩌면 지역구를 옮겨보라고 얘기해볼까, 말까, 그런 게 좀 고민 중이다. 심상정이 고양에 갈 때도, 사실 나는 반대했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고양이든, 노원구든, 시민단체를 비롯한 동네 분위기는, 내가 약간 안다. 두 군데 다, 2002년과 2006년에 지방선거를 뛰어본 곳이라서... 하여간 이건 내가 결정할 일은 아니고, 외롭지만 어디까지나 본인 몫의 선택이니까.
이번 보궐 선거에서 비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너무 선거에 자주 나오는 것 같아 보인다는 부담과 너무 지쳤는데, 또 선거를 치루라는 것은 잔인한 일인 것 같지만. 그래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으려고 하는데, 사실 해볼만한 곳이 좀 있기는 하다.
선거가 종반이 보이는 이 시점에서, 내가 배운 것 말고 새로 결심을 한 것은 딱 한 가지이다. 그 뒤에는 모르겠지만, 2012년까지는 노회찬과 함께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상정에 비하면, 노회찬은 조직도 없고,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사나이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참 가여운 사람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운동을 했었는데, 정작 자신 주변에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너무 없는 사람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그런 벽을 뛰어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지금까지 난 어떤 정치인과도 꿈을 나눈 적이 없었다. 내 꿈은 나의 꿈이고, 그의 꿈은 그의 꿈. 난 늘 내 길을 갔고, 길에서 만나는 모퉁이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돕고. 이번 선거를 보면서, 노회찬과 딱 3년만, 그와 꿈을 나누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3년 뒤는? 그건 나도 모른다.
선거 기간 중에, 노회찬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전부 참았다. 지켜보는 내 속이, 혹은 우리 속이 그런데, 본인 속이야 어땠을까?
정치라는 게, 참 희한한 속성이 있다. 욕이라도 먹고 있어야 하는데, 노회찬도 이번에 욕은 꽤 먹은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번에 노회찬이 먹은 욕이, 정치인 노회찬으로서는 처음으로 가지게 된 자산인 셈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큰 욕 먹을 일은 별로 한 게 없는데, 이번에는 욕 진짜 많이 먹었다. 그것도 나에게 자산이 될까? 나는 정치인은 아니라서, 뭐 그럴 일은 별로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이번 선거는, 그 수가 몇 명이 되든, 노회찬과 사선을 함께 넘는, 그런 계기인 것 같다. 사람이라는 게, 사선을 함께 넘어야 비로소 등을 맞댈 수 있게 되는 거 아닌가? 참 어려운 선거이고, 그야말로 악전고투이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진정한 사선을 넘어보는 노회찬이 이제야 비로소 대중 정치인으로 첫 발을 떼게 된 순간,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