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맥커리 사진전, '크레이지'랑 '시리어스 맨' 보고, 비의 "히트곡", 포와로 vs. 미스 마플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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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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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a.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을 보았습니다.
최근들어 드물게 입장료가 1만원을 안넘는 전시였죠.
좋아하는 작가의 사진 작품을 잔뜩 볼 수 있었으니 불만은 없는데,
전시된 디지털 프린트들이 어째 좀 이상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작품 자체의 필름 그레인이 아니라
인쇄에서 생긴 디지털 노이즈같은 지글지글함이 눈에 띈달까요.
원본이 그런 건데 제가 착각한 걸 수도 있지만...
그러고보니 사진들이 전반적으로 밝다는 느낌도 들었구요.
오히려 집에 있는 화보집으로 볼 때가 더 풍부한 색감이었던 거 같은데.

전에 신문 기사에서 "신사동 가로수길에서도 스티브 맥커리 사진전을 한다"는
소식을 본 기억이 있어서 전시 보고 나오는 길에 물어봤더니...
음, 직원분께서 참 애매모호한 미소를 지으시더군요.
알고보니 둘이 서로 연계된 전시가 아닌 모양입니다.
"그거 그러면 안되는 건데..."라는 말을 흘리신 걸로 보아
저쪽의 스티브 맥커리 전시가 좀 황당하다는 뉘앙스.
근데 이정도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무단으로 전시할 수도 없을 거구,
어차피 정식으로 전시하는 거면 서로 연계해서 진행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이니 시간내서 신사동 쪽 전시도 봐야겠습니다.





1-b.
스티브 맥커리 사진 좋아하는 분들 많으시려나요.
이분 작품들을 보고 있으려면 그 화려한 색감 때문에
"이거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끔은 들지만,
전 사회적인 소재를 다룬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예술적인" 사진들에서
사람을 느끼기가 힘든 세바스티앙 살가도보다
차라리 대놓고 오리엔탈리즘 탐미주의인 거 같으면서도
(작가 본인의 의도가 어느쪽인지는 둘째치고)
그 중간중간에 피사체의 삶이 드러나는 스티브 맥커리 쪽이 더 좋습니다.
(예를 들자면 그 유명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아프간 소녀 사진처럼.)

음, 좋아하는 작가 이야기 하면서
다른 작가 깔아뭉개는 거 참 나쁜 버릇인데.
근데 어쩝니까 제가 살가도 사진들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거부감이 드는 것을.



1-c.
근데 살가도 이야기 나오면 종종 언급되는 일화가, 살가도가 매그넘 나간다고 했을 때
"회의장에서 열받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의자를 집어던졌다"인데
이게 과연 사실이긴 사실일까요?
제가 전에 본 글에서는 살가도가 회의에서 Abbas랑 싸우고 "나 나갈거야"라고 하니까
브레송이 번개같이 달려가 자기 의자를 문짝에 끼워버리고 "안돼 나가지 마!"이라고 했다던데,
이 글을 읽으신 어떤분이 오역해서 "집어던졌다"라고 말씀하셨던 게 아닐지.
하여간 어느쪽이든, 작품 이미지와는 다르게 큐트하고 인간적이신 브느님.

결론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님이 최고. -_-b



2.
며칠전에 크레이지를 보고 든 생각인데,
크레이지의 한국판 포스터가
'미스트'의 포스터 재활용이라는 문제점이 있기는 해도
그렇게 영화 성격에서 벗어난 디자인같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북미판 포스터들보다 영화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래 좀비 영화라는 게 여러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크레이지는 그 중에서 고어 요소는 확 줄이고 서스펜스를 강조하면서
은근히 재난영화식으로 등장인물들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 짝퉁(?) 포스터에 나오는 것 같은 오렌지색 폭발도 자주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그 포스터의 원본인 영화 미스트의 포스터로서는
실제 작품이랑 영 안어울리는 짝퉁스러운 포스터였는데 말이죠.
(영화 내내 음습하고 심지어 흑백 버전까지 고려된 영화에
엉뚱하게도 화끈한 오렌지빛 섬광의 이미지라니.)


이 영화 다 괜찮았는데 한가지 아쉬운 게,
결국 왜 어떤 사람들은 감염되고 어떤 사람들은 감염이 안되었는지를
극중에서 너무 애매하게 넘어가버렸더군요.
본래 독감 유행한다고 전부다 독감 걸리는 건 아니라지만,
(비유가 뭔가 이상한가... -_-;)
분명 극중에서도 "내가 혹시 감염된 건 아닐까?"라는 의문으로 서스펜스를 강조해놓고
그저 편리하게 주요 인물들은 감염 안된 걸로 넘어가버리더라구요.

좀비물과 달리 감염된 사람과 아닌 사람의 구분이
초기에 힘들다는 설정도
좀 더 파고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3.
시리어스맨을 봤습니다.
저는 이 영화 싫었습니다.
아니, 못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그냥 싫었습니다.
보는 내내 그랬고 보고나서는 더더욱 불쾌했습니다.

대체 이유가 뭐였을까요?
처음엔 제가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영화가 욥기의 패러디라는 걸 이해 못해서 그랬던 건가 고민했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이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 반대였습니다.
욥기라는 이해 못해서 불쾌했던 게 아니라,
지금 이 불쾌함은 바로 제가 어릴 적 욥기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불쾌함과 같은 종류의 불쾌함인 것이죠.
(어렸을 때이니 아마도 제대로 된 성경책이 아닌 어린이용 내용 요약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사실 욥기의 내용이라는 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유신론자에게나 무신론자에게나
세상을 살아가는 현명한 대처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자꾸 나한테 이런 날벼락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하느님 대체 왜 그런 건가요?"
라고 이유를 묻거나, "거대한 섭리"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말고,
세상일은 본래 그렇게 부조리하다는 걸 인정하라는 말인데,
이걸 좋은 쪽으로 발전시키면 그 부조리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해결책을 찾거나 어디 의지하려고하기 보다는
좀 더 주체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에 맞서나가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좋은 쪽으로 해석하기에는 욥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게
"야, 나 하느님인데, 내가 짱이니까 토달지말어"라는 느낌이 강해서...
그나마 욥기가 들어가 있는 성경이라는 책은
기본적으로 유신론적 세계관을 깔고 있는 내용이니
"아, 욥이 저렇게 개고생을 해도 나중에 천국가서 잘먹고 잘살거야"라는 희망이라도 있죠.
이놈의 시리어스맨은 영화 보는 내내 "쟤가 뭘 잘못했다고 저런 꼴을 당해야 해?"라는 생각이...
더 솔직히 말하자면, 기독교 세계관의 여호와보다 코엔 형제가 더 악독하다는 생각을 했다구요.

그러고보니 이런 불쾌감은 제가 홍상수 감독 작품들을 보았을 때
느끼는 불쾌감이랑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군요.
이상하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후로 코엔 형제의 작품들은
제 취향에서 점점 멀어지는 듯 합니다.
어딘가 미묘하게, 예전보다도 날카롭고 냉랭해진 거 같아요.
"뭔 소리야, 그럼 '레이징 아리조나'는 따뜻한 영화였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자신있게 "Yes"라고 답변을... ^^;


4.
도시락에 남은 잔액이 있길래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Somebody to Love를 샀습니다.
(시리어스 맨을 보신 분들이라면 왜인지 아시겠죠? :)
그리고도 잔액이 남았길래 시크릿의 Magic이랑 윤하의 신곡을 샀는데요.
(앨범이 나오는 건 아니고 무슨 드라마 삽입곡을 불렀더군요)
두 곡의 장르가 엉뚱하게도 "Blues"로 되어 있군요. -_-;
게다가 앨범 커버 이미지도 너무 작게 들어있고,
곡 하나 구매하려면 클릭질도 너무 많이 해야 하고,
심지어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곡 두 개를 구입했을 때는 파일 이름이 똑같아서
자꾸 두번째 곡이 첫번째 곡을 덮어써버리더군요.
이러니까 저같은 맥빠들이 벅스나 도시락이 있어도
계속 "우리나라에도 아이튠즈 뮤직스토어 들여와주세요"라고 노래를 부르는 거란 말입니다. :-(



5.
아, 요 며칠 인터넷마다 비 이야기 나오면서
"비는 히트곡이 뭔가요?"
"아니 그렇게 히트곡이 많은데 무슨 말씀이세요"
라는 패턴이 은근히 반복되고 있던데 말이죠.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비의 히트곡들은 멜로디가 꽂히는 노래들은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 "아이돌은 싫지만 소녀시대 노래는 귀에 익어요"라거나
"효리는 싫지만 텐미닛은 좋았어요"라는 의견이 가능한 것과 달리
"비가 유명한 건 알겠는데 대표곡이 뭐였죠?"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 같습니다.

근데 이건 비가 능력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식으로 멜로디 라인이 강조 안되는 노래들은 다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전에 저도 알리야의 유작앨범 타이틀곡 듣고 나서
"이거 뭐지? 그냥 리듬만 반복되고 있을 뿐 멜로디가 없어?"
라고 당황했던 기억이 나는데,
은근히 R&B도 그렇고 락도 그렇고 최근 몇년간 그런 노래가 많았거든요.
저처럼 전통적인 멜로디에 집착하는 대중들은
그런 팝이나 가요들의 성향에 당황했던 것 같고.
비의 노래가 그런 케이스였던 게 아닐지.
어떤분들은 이걸 그루브"만" 강조하는 노래들이라고 하던데
그게 맞는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구...

그런 성향의 반대편이 후크송이었던 걸까요.
멜로디든 리듬이든간에 아예 반복 학습으로 확 꽂히게 만드는.

음, 제가 대중 음악에 조예가 없어서 그런지 뭐라고 정확하게 말을 못하겠네요.
어쨌든 저처럼 비의 히트곡이 많다는 것도 알고 제목들까지 귀에 익은 사람들 중에서도,
정작 비 히트곡을 흥얼거려보라면 맹하니 아무것도 안떠오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

근데 이런식의 음악이 유행했던 이유는 뭐였죠?
노래보다 퍼포먼스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아니면 그저 한 때 북미 대중음악계에 유행했던 "예술적인 경향"?



6.
마지막으로 뜬금없이 올리는 동영상 하나.
Poirot and Miss Marple





도쿄의 도쿄 포럼에서는 아가사 크리스티 120주년 기념이라고 무슨 전시도 하던데,
시간 없어도 보고 올 걸 그랬어요.
뭐 원고같은 것만 잔뜩 있었겠지만, 그래도 궁금한데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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