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놈 만들기 - 마음껏 맘에들지 않아하기 위하여

  • 앙겔루스노부스
  •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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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웃기게 된거 같네요.(내가 정한거지만...)
저란 존재는 별로 웃기지 않은 인간이지만서도...--

미리 말해두려는 것은 세상에 상대주의와 절대주의라는 비교되는 가치관이 있다고 한다면
저는 그나마 절대주의 쪽에 가까운 편이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어요. 이를테면 선악 자체는
불분명한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옳은 것은 분명히 있다 라는 것. 뭐 이렇게 생각하(한다고 말하)지 않는 분은 별로 없으시겠지
만서도...

각설하고,
정치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도달하게 되는 정거장중 하나는 "수구꼴통(친일매국노) - 친북좌빨"
이겠죠. 그리고, 이 정거장까지 왔으면 그 노선은 끝난거고... 그 뒤로는 이전투구의 현장...

진보파와 보수파라는 건 정치라는게 있어온 이래 형태는 달랐을 지언정 늘 있어왔던 것이고,
그런 주장들은 나름대로의 정당성이 항상 있어왔죠.(앞서 분명히 말해뒀듯이, 정당성이 동
등했던 것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거에요. 당연하다고 하겠죠.
그런데 문제라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중에서도 상대정파에 대해 수구꼴통 - 친북좌파 시공을 시전
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일테죠. 이게 양립가능한 걸까요?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보죠. 듀게(뿐 아니라 상당수의 넷 게시판)의 분위기는 이명박을 가루가
되게 까는거죠.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을테구요.

이명박을 싫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요. 당연하죠. 저도 싫어하니까. 그런데, 싫어하는 것과
그의 존재의 정당성이나 주장의 타당성을 부정하는 것은 조금 맥락이 다르다고 저는 생각해요.
진보와 보수라고 뭉뚱그렸지만, 그것은 가장 크고 거친 단위에서의 의견그룹의 구분인 것이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바 배운바 생각한바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밖에 없죠.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립한 것이니, 그것이 정당하다는 확신을
갖는 것도 당연하구요.

그런데, "누구나" "최선을 다해" "고심끝에 정립한" 생각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단말이죠.
나와 이명박 사이에서도 그런 문제는 똑같이 발생할 것이구요.
이런 문제는 선택이 존재하는 영역이라면 어디서나 발생하고,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영역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 거의 모든 인간사고영역에서 발생하겠죠.
그렇지만, 그것이 취미의 문제라면
"취향이라능, 존중해 달라능"
한마디로, 취존 한마디로 쌩까면 되지만,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히면 그게 안된다는 거겠죠.

정치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텔레토비 놀이동산 정도로 취급받지만, 그렇게 폄하하는 사람도
결국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의 상당부분이 정치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의식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인지하고 있기에, 정치문제가 나오면 열을 내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일테구요.(사실 그런 의미에서
진짜로 정치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쿨하다면 그건 좀...)

분명히 의견의 차이(물론 그러한 의견이 스스로의 정체성의 표현이라는 부분도 고려해야겠지만)인
상황이고, 민주주의는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라는것 다 알고 있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그 간극사이에서 존중이라는 것은 설 자리가 좀 애매하죠.
그리고, 그런 간극에서 발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반감과 분노일테구요.

의견이 다른 존재가 미운 존재가 되는 순간은 바로 여기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한구처럼 세련되게
차이를 표현하는 사람과 이명박처럼 우악스럽게 차이를 나타내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스타일"
의 문제를 빼놓을수 없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갈등이 벌어진 다음에 그 거리를 좁히는 스킬의
문제이니, 갈등의 발생과는 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네요. 이한구라고 나와 갈등이 없는건
아니잖아요.

누군가에게는 절대로 옳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되는 소리가 되면서 갈등이 벌어진다는거야
이렇게 구구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도 하겠죠.(그런데 왜 썼지...)
문제라면 이 감정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느냐, 라는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감정이라는 것은 함부로 표출되어서는 안되는 것, 감정을 절제하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
는 것은 사실 국민학교 저학년을 지나면 대놓고 가르치지 않아서 그렇지, 절대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불문률이겠죠. 저것은 누구도 어겨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그러나, 내 눈앞에 있는 저 이명박은 너무도 맘에 안들고 떠라이같은 소리만 한다 이거죠.
이걸 어떻게 까야 할까, 하는 고민끝에 나온게 수구꼴통과 친북좌빨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즉, 상대를 일방적으로 폄하하고 비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이지만,
만약 상대가 나쁜존재, 부도덕한 존재라면 그것은 일방적으로 비난해도 된다, 라는
일종의 의견그룹(좌익이든 우익이든)내에서의 암묵적인 판단이나 동의하에 이뤄지는 이름붙이기
라는거죠.

북한이라는, 도저히 인정하기 어려운 대상(독재국가이고 인민을 탄압하며 전쟁책임이 있다는
의미에서)과 상대정파를 동일시해버리거나, 혹은 친일파라는 역시 한국이라는 역사적 존재의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대상과 상대정파를 동일시 할 수 있다면, 상대정파는 존중하지 않고
무조건 비난하고 공격해도 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기에, 이러한 정치적 기획은
매우 강한 매력과 힘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죠.

하나 더 말해두자면, 저는 이러한 감정적인 행위가 나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지 않아요.
지금 이 사회에 존재하는 정치적 감정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적 산물이자 사회적 상황의
발로로서 어떻게든 이해하고 설명을 할 수 있어야,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인거죠.

이러한 극단적인 현상의 한 반동으로 존재하는게 중도파론이겠죠.
보수의 입장에서 한국에는 몽상에 쩔은 좌빨들밖에 없다
진보의 입장에서 한국에는 썩어빠진 수꼴들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절대로 극단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한단 말이죠. 실제로 그다지 극단적이진
않죠. 상대를 극단적인 정파로 몬다고 그가 극단적인 사람은 아닌거니까. 그러면서 공통적으로
하는말이,

"존경할만한 중도를 걷는 사람이 없다"

라고들 하죠. 그러다보니 다들 "나는 중도" 드립이 정치권에 횡행하기도 하구요.

이야기가 좀 샜는데... 분명히 현재의 한국의 정치담론의 상황은 저러한 나쁜놈 만들기가
매우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다시 말하지만, 이게 꼭 나쁘다는건
아니에요. 그러나, 그런 상황이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정치적인 문제야 이야기하자면 한도 없으니, 사회적 심성, 멘털리티 라는 측면에서만 조금
이야기를 해 보자면, 감정이라는 것과의 관계가 - 나아가 감정이라는 것 자체와의 관계가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글 초반에 썼듯이 분명히 의견의 차이라는 '이성'의 영역
에서 문제가 출발하여, 상대에 대한 불편함이라는 '감성' 의 영역으로 문제가 넓어지고 있죠.
그런데, 지금의 한국사회에서는 이성의 문제가 아닌 감성의 문제로 상황을 파악하려는 시도들이
매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게 저의 판단이에요. 지금까지 구구하게 썼듯이.

그러면서, 이 문제를 지적하면 나 때문이 아니라 저놈이 나쁜놈이라서, 라고 말들을 한단 말이죠.
많이들 지적하는 안티정치라는 거죠. 반한나라라던가 반노조 반북이라던가 하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사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이 참 대단한 사람이었어요. 누군가에 대한 안티를 명제로
내걸지 않고 스스로의 주장으로 상황을 이끌었다는 의미에서.

조금 다른 측면을 인정해보는게 어떨까 하는게 제 생각이에요.
지금의 상황은 상당부분, 싫은놈을 나쁜놈으로 만들어서

"마음껏 맘에 들지 않아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는 거죠. 물론, 정말로 상대가 나쁜놈인 측면도 있죠. 그러나, 문제는 늘 그렇듯이
하나의 측면만 인정된다는 거죠. 상대가 나쁜놈이라는 것은 쉽게 인정되어 버리지만,
상대를 싫어하기에 나쁜놈으로 만든다는 측면은 쉽게 외면된다는.

그런 의미에서 조금 솔직해져보는게 어떨까 해요. 저녀석이 맘에 안들어서 쟤를 깐다 라고 말이죠.
꼭 나쁜놈이어야만 상대를 깔 수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의견이 다르면 깔 수 있죠.
한국사회에 토론문화가 부족하다라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는 여러가지겠지만,
비판이라는 것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의미도 있을거에요. 상대를 굳이 나쁜놈으로
만드는 것은, 비판이라는, 익숙치 않은 행위를 하기위해 상황을 익숙하게 만들려는 하나의
시도라고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스스로의 감정을 정당화하려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나는 보수파가 진보파가
싫어여. 말도 안되는 소리만 지껄이지나여. 라고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으면 하네요.
그러다보면, 굳이 상대에게 낙인을 찍기 위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의 주장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 부수효과도 있을테니까요.

물론, 상대에게 낙인찍지 않기가 어렵냐, 상대에게 낙인찍지 않고 그냥 싫어하기가 어렵냐
라고 한다면 답은 다시 미궁속으로 빠질듯도 싶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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