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입사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 신입은 아니고 중고신입 좀 되겠네요. 경력을 인정 받아서 전 회사보다 여러모로 괜찮은 곳에 들어가 마냥 행복했습니다. 의욕도 충만 했지요.
얼마나 의욕이 넘쳤던지 남들보다 한 시간 삼십분쯤 일찍 출근해서 회사 주변을 산책도 하고
일도 해놓고 그랬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랬는데....
같이 입사한 동기가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입사한 친구입니다. 당연히 저보다 나이가 한 참 어립니다. 제가 뭐 이 친구에게 형 노릇을 하겠다. 이런 걸 바란 것도 아닙니다.
근데 첫 만남 부터 반말입니다. 제 나이를 아는데도 계속 반말입니다. 전 초면에 절대 반말하지 않습니다. 제 아랫사람에게도 . 그래도 텃세가 심한 조직에서 기댈 건 어찌되었건 입사 동기인 이 친구 뿐이라 생각하고 그래 친구처럼 지내자 이러고 말았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상사 때문에 힘든 것도 아닙니다.
일이 힘든 것도 아닙니다. 제가 다 이미 알고 능숙한 일 입니다.
동기라는 이 친구 때문에 정말 힘듭니다.
하나 하나 이 친구의 미운점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 제가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걸 본 이 친구가 어느 날 자기를 좀 태워 달랍니다. 이 친구 집
은 회사에서 도보로 25분쯤 거리입니다. 제 집은 차로 1시간 거리입니다. 이 친구 기상 타임
에 맞춰서 매일 아침마다 이 친구를 조수석에 태우러 갑니다. 퇴근때는 아무말 없이 제 차
조수석에 와서 앉아 있습니다. 차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차 없을땐 운전자의 고충을
몰랐기에 젊은 이 친구도 그래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친구 차가 있습니
다. 그래서 넌지시 왜 차를 안타고 다니는지 물어보니 내 차는 마티즈고 자기차는 SM5 뉴임
프레 뭐시기니 연비 때문에 그런다 당당하게 말합니다. 저 퇴근때 이 친구 내려주고 가느라
가는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쭉 돌아가야 됩니다.
* 5만원을 빌려 갔습니다. 다음 날 준답니다. 다음 날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일주일이 지나
도록 소식이 없습니다. 그러고 또 몇 일 지나서 8만원만 빌려달랍니다. 월급날 다 갚겠답니
다. 월급날이 되었습니다. 자기가 적금이랑 카드값이랑 술먹는다고 어쩌고 저쩌고
34만원만 빌려 달랍니다. 한꺼번에 다 갚는답니다. 거절했습니다. 저보고 보기보다 쪼잔하
답니다. 속된 표현으로 실실 쪼개면서 바로 제 면상 앞에서 이러는데 주먹이 울었습니다.
* 전 성격이 대차지 못 합니다. 직선적으로 표현하고 이런거 잘 못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그
래서 제가 좀 손해를 봅니다. 협력업체(말하자면 을)를 쪼아야 일이 진행이 되는데 전 좋게
좋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이 친구는 쌍욕을 하고 협박을 하면서 쪼으는 스타일입니다.
무섭게 을을 몰아부칩니다. 제가 을의 입장이라면 무척 괴로울 것이고 제가 상사라면 어찌
되었든 일이 빠르게 진행이 되니까 믿음직 스러울 것입니다. 스타일이 이렇게 극단적인데
이 친구가 제 스타일을 문제 삼기 시작합니다. 저 몰래 상사에게 제가 을에게 너무 휘둘려
다닌다고 ....여기까지는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저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절대 욕 못합니다. 다그치거나 화도 내지 못합니다. 제가 사정 사정 합니다. 어찌 되었
든 그래도 일은 기한내에 다 진행 시켰고 숫자로 나오는 클래임도 제가 제일 적었습니다.
일을 못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근데 이 친구 상사에게 제가 어리버리하다 일이 느리
다 자기 말길을 못알아 듣는다는 식으로 험담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박스를 개봉해서 물품을 3개씩 각 업체마다 배분해라. 상사가 지시한 내용입니다. 제가 이
때 다른 일이 있어서 제 동기에게 대신 부탁 했습니다. 박스를 개봉해서 물품을 3개씩 각 업
체마다 줘야 된다. 이 친구 박스를 통채로 각 업체에게 줘버리고 나서는 상사에게 이렇게
변명을 하며 제게 그 자리에서 불 같이 화를 냅니다.
제가 말을 잘 못 전달했답니다. 상사가 있는 앞에서 저보고 왜 그런식으로 말해서 자기 입
장을 난처하게 만드냐고 방방 뛰면서 화를 냅니다. 상사 앞이라 바로 말을 못하고 따로 있을
때 제가 따졌습니다. 내가 분명히 개봉해서 3개씩 줘야 된다고 누차 강조까지 했다. 내가 언
제 말을 잘못 전달했나? 자기는 그렇게 들은적 없답니다. 자기한테 미안하지 않냐고 커피나
뽑으라고...
* 이 친구가 저에게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물어봅니다. 연암공전이라고 말하니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거기 전문대 아니냐? 그런 학교도 있었나? 공부 좀 열심히 하지...장난 식
으로 이럽니다. 자기는 부산에서 대학을 나왔고 호주 어학연수 경험도 있고 토익이 870점에
자격증이 뭐가 있고 쭉 나열합니다. 저한테 책 좀 읽으랍니다. ....... 저는 아 이 친구 부산대
나왔구나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했나보다 하고 넘어 갔습니다. 실제로 제 회사 대부분의 스
펙이 이 정도는 되니까요... 열심히 일해야 겠다 하고....
나중에 알고보니 동서대 나왔더군요. 동서대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 때 그 친구의 태도나
충고를 해주던..그러면서 제가 자격지심을 느끼던 상황이 갑자기 너무 ...
* 참 사람이 미워보이니 외모도 미워보이더군요. 이 친구 뚱뚱한데다 여드름 흉터 자국에 머
리숱은 없고 그런데 이런 친구가 맨날 제 외모를 가지고 놀린다 이겁니다. 눈이 째졌니 장가
는 가겠니 곱슬이네 뭐네...무슨 어린애도 아니고...거기다 눈은 어찌 그리 높은지 ...다 커서
이런 걸로 험담하는 것도 웃기고^^:
* 전 술에 약합니다. 그래서 회식자리에 가도 1차만 간단하게 하고 집에 바로 갑니다.
이 친구는 자기 주량이 세다고 나발을 불고 다니더군요. 자기랑 술마시면 죽는다고...
무슨 새벽3시에 마셔서 다음날 새벽3시까지 마셔도 봤다고...
회식날이 있었죠. 저한테 자꾸 술을 권하는 겁니다. 한사코 거부해도 제 자존심을 박박
긁으면서 제가 거기에 넘어가 주량을 넘어 회식도중 필름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자기는 2차 3차 노래방이니 주점이니 가서 아가씨를 끼고 뭘했네 어쨌네 자랑이라
는듯 무용담처럼 막 늘어놓으면서 저를 막 심하게 놀리는 겁니다.(월급의 절반을 술값으로
썼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 너는 떠들어라 그러고 말았죠.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이 친구가 제가 없는 사이 제 험담을 그렇게 늘어놓았다더군요.
저는 이 친구 험담을 한적도 없고 이 친구에게 싫은 소리도 한 적이 없는데 ....진짜 살면서
꼭 이렇게 한 두명 뭘해도 미운 사람을 만난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