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자장면"에 민감할까?

  • 도너기
  •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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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게에서도 주기적으로 나오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짜장면' 표기 논쟁일 겁니다.

'짜장면'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장면'이 맞다는 주장이 항상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자장면' 파입니다. 표준어는 학자들의 합의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고 학자들의 주장이 타당한 경우가 99.9%이기 때문이다..라는 점이 제 생각의 근거입니다. 다른분야에 있어서는 전문성을 인정하면서도 유독 역사와 국어 문제에 대해서는 대중적 믿음을 더 신봉하는 경우가 있죠. 아.. 그렇다고 제가 평소에 발음이나 표기를 반드시'자장면'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발음은 거의 '짜장면'쪽이고 쓸 때도 일상적인 메모나 쪽지, 메일 등에서는 '짜장면'이라고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나 공식적인 글에서는 '자장면'으로 쓰는 것이 교양있는 사람들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하간 아래 게시물의 댓글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듯이 사람들은 왜 '버스', '소주'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자장면'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쓰여진 글자가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인 5천만 중에 실제로 '버스', '소주'라고 발음하는 이는 거의 없지만 쓰여진 글자는 대부분 표준어 규정에 맞게 쓰여져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의 노선도나 술집메뉴판에 '뻐스', '쏘주'라고 쓰여 있는 경우는 거의 없죠.

발음은 경음화로 하더라도 글자로는 표준어 규정에 맞게 적혀 있는 것을 오랫동안 봐 왔으니 아무도 '버스', '소주'에 거부감을 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장면'의 경우는 다른데... 전국 어디서나 중국집 메뉴판과 안내전단지에 쓰인 글자는 백이면 백 '짜장면'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짜장면'이라는 표기를 봐 왔기 때문에 '자장면'이라는 표기는 눈에 익지 않아서 거부감이 드는 것이죠.

'88년 표준어규정이 바뀌기 전까지는 앞 어간의 받침이 'ㅅ' 또는 'ㅆ'으로 끝나는 경우에는 '읍니다'가 표준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했습니다' '그랬습니다'라는 표기를 인쇄된 글에서 보았을때는 무척이나 거부감이 들었었죠.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어를 밝힐 수 없는 누군가가 '읍니다'로 썼을때는 무척이나 우습고 어색하게 느껴졌었죠.

결국 모든 건 익숙함의 문제라는 겁니다.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었을때 누구나 어색해 했지만 지금은 일부 고집스런 사람들 빼놓고는 옛날 시절을 이야기할 때도 '초등학교'라고 말하고 있고 그게 자연스럽습니다.

내가 다닐때는 '국민학교'였으니 옛시절을 이야기할때는 '국민학교'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리는 있다 싶다가도 어렸을 적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소학교'운운 했을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들립니다.
옛날 옛적에 여자 고등학교를 나온 분들 중에는 아직도 '여고'를 나온 것이 아니라 '고녀'를 나왔다고 말하는 할머니들이 있습니다. 그시절에는 '여자 고등학교'가 아니라 '고등 여학교'였기 때문에 줄임말은 '고녀'였죠.

좀 딴 이야기로 샜는데... 여하튼 국민 대부분이 표기를 '짜장면'으로 하니 그렇게 표준어규정을 바꾸는게 좋지 않나.. 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반대로 대부분이 '짜장면'으로 표기한다면 '자장면'으로 표기하자는 운동을 하는 것도 옳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만일 어떤 계기로 캠페인이 일어나 중국집 메뉴판과 전단지를 '자장면'으로 표기하자는 운동을 벌어지고 그것이 효과를 거둔다면.. 불과 몇년 후에는 '자장면'이 더 익숙해진 표기가 되고, 그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극소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글을 쓰다보니 제가 가진 맞춤법/표준어에 대한 생각이 약간 딱딱한 편이라는 생각은 드는 군요. '88년의 맞춤법 개정때도 일부 사람들이 '좋습니다', '옳습니다'를 '좋읍니다', '옳읍니다'로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있어서 아예 '습니다'로 통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거부감이 들었거든요. 왜 잘못 표기하는 사람들때문에 올바르게 구별하여 쓸 줄 아는 사람들이 바꿔야 되는 건가?... 하는 생각 때문에 약간 억울했거든요. '사글세'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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