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인비는 문명의 쇠퇴의 조짐으로 다음 세 가지를 말한 바 있습니다.
첫 번째는 코러스, 다음은 휴브리스, 그리고 마지막 아테의 순서인데요. 모두 희랍어로써
코러스는 도덕적 해이에 의한 오만, 휴브리스는 과거 우상화에 의한 오만, 그리고 아테는
오만에 의한 파괴적 행동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쇠퇴와 도덕적 해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예를 들기도 힘들 정도로 많고,
문명의 쇠퇴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것인지, 도덕적 해이가 문명의 쇠퇴를 촉진하는 것인지
구별하기 곤란할 만큼 둘 사이의 관계는 끈끈합니다. 성서에서 언급된 수메르 사회의 소돔과
고모라 얘기를 시작으로, 로마의 쇠퇴와 로마인들의 도덕적 타락에 관한 것은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기번의 말 '나는 여기 종교와 야만의 승리를 서술했다.'로 설명이 될 듯하며,
페르시아 전쟁 이후 아테네가 델로스 동맹의 공금을 전용하여 축재한 일은 2000년이 지나
그리스가 유로 친구들의 돈으로 빚잔치(?)를 한 일과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최근의 예로는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보여준 부도덕한 행위들이 있겠지요.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얘기들이 그렇습니다. 패륜적이고 부도덕한
범죄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심각한 것은 사람들의 의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큰돈을 벌기 위해선 사기를 치는 방법밖에 없다고, 그리고 속인 사람보다
속은 놈(?)이 더 큰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군요.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잘 덮고,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는 것이 처세술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작은 이익을 위해 사기를 치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헤로도토스는 아케메네스 페르시아의 융성을 설명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교육을 들고
있습니다. '페르시아에선 아이가 20살이 될 때까지 세 가지 만을 가르친다. 말 타기, 활 쏘기,
그리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문명의 쇠퇴에서 법이 무너질 때는 이미 누구나 징후를 알 때입니다. 도덕이야말로
징조이며, 지켜야 할 것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덧붙여 말하기. - 참고로 휴브리스는 과거의 우상화인데, 고도 성장기에 대한 우상화가 지금
대한민국에 어떤 망령들을 불러왔는지 생각해 볼 일인듯 합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이 왕정복고기의 프랑스의 귀족들의 말과 얼마만큼
닮아 있는지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납니다. 우상화의 정점은 혁명을 말살한
정치군인의 딸이 승리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휴브리스는 완성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아테는 파괴적 행동이며, 짐작하시는 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세계대전 직전 유럽인들이 얼마나 전쟁을 하고 싶어했는 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열망이 전반기 대전 이후 어떠한 감정으로
변했는지도 마찬가지로 잘 알려진 이야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