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주감독] 누구를 찍든, 노회찬과 심상정의 공약을 꼭 읽어 주세요
"선배님, 누구를 찍든 노회찬과 심상정의 공약을 꼭 읽어주세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피로와 권태가 희망과 야심을 누르게 되었다. 소극이 적극을, 비관이 낙관을, 주저가 진취를 대신했다.”
작가 다나카 요시키는 그의 위대한 스페이스 판타지 <은하영웅전설>에서 은하연방이 루돌프 골덴바움이라는 독재자를 탄생시키고 끝내 공포와 전제의 은하제국으로 변질되던 시기를 위의 문장으로 표현했습니다. <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톨킨과 함께 이십대 중반의 저를 순식간에 판타지문학의 광신도로 개종시켰던 문신(문장의 신)다나카 요시키의 저 글이 문득 떠올랐던 것은 얼마 전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문화 예술인들의 프로젝트인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강지역 답사 때 였습니다.
참여정부의 과오에 삐친 것은 아닙니다
여의도에서 시작해서 여강까지. 버스에서는 천안함을 건저 올리는 생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스치는 바깥 풍경에서 저는 제2의 용산 참사를 원하냐는 주민들의 절규가 서려있는 플래카드를 두 군데에서 발견하였고, 드라마 <추노>로 더욱 유명해진 아름다운 여강은 이제 여느 공사현장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여주 시내의 한 호프집의 홍보라이터엔 4대강 개발을 위한 인력을 모집하는 전화번호가 적혀있었고, 다음 날 아침 캔 커피를 건네주던 편의점 주인은 이제 곧 이곳이 멋지게 개발 될 것이라며 눈을 반짝거리며 너털웃음을 짓더군요. 그 순간 바로 지금 이곳이 바로 피로와 권태가 희망과 야심을 누르고 소극과 비관, 그리고 주저함이 세상을 감싸 안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반대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4대강과 관련하여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 겁니까."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여강의 모습.
지난 2년 여간 우리는 참 많이 분노하며 살았습니다. 모두가 그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것이 현실이 되던 그날, 퍼런색 목도리가 휘날리는 것을 보며 씁쓸해 했던 것을 시작으로 시청과 광화문과 청계천, 그리고 구로역까지 이어지는 촛불과 함께하며 분노하였고, 용산 참사는 진심으로 우리를 참담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존경받던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배님. 며칠 전, 선배님께선 저에게 전화를 하셔서 “영주 너는 왜 반MB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니”라고 말씀하시곤 급하게 저와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생뚱맞게도 광화문 광장(광장이라고 말할 수 도 없습니다만)근처였죠. 오랜만에 만난 선배님의 눈빛과 얼굴은 격정과 분노로 가득 차 있어 보였어요. 참여정부 시절, 스크린 쿼터 문제와 한미 FTA를 가지고 술집에서 잔뜩 흥분된 상태에서 선배와 논쟁을 벌였던 그때 이후 오랜만의 만남이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대표적인 몇 가지의 진보진영과의 마찰과 관련해서 선배는 이제 그것들은 일단 잊고 무엇보다 현실의 가혹한 이 체제와의 전면전을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저에게 넌 아직도 신자유주의적인 질서로의 이행에 대해 문제를 삼느냐며 그것에 여전히 삐져있는 것이냐며 영화감독이라서 너무 감성적인 것 아니냐 질책 하셨습니다. 제가 사실 심장이 콩알 만 하다는 거 선배님 학교 다닐 때부터 아시고 계셨잖아요. 생긴 것과는 다르게 엄청 겁도 많고 누군가 잔뜩 분노의 포스로 나에게 훈계를 하면 전 끽 소리 못하고 고개 숙이고 있는 유형의 인간이라는 거요. 그래서 치사하게도 그날 선배님께 드리지 못했던 말씀 이제 글로 드리려고 합니다.
선배님. 저는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해 삐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재임 시절 많은 반대를 이런 저런 선언을 통해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세상에 눈을 뜬 스무 살을 기점으로 말씀드리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분이 대통령이던 그때가 가장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시절 외국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 할 때 제 유행어가 ‘까불지마, 우린 적어도 김대중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시민사회야!’라는 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선배님. 저는 삐져 있는 것도,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묻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 당신들은 어떤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하느냐고요.
지난 2년과 그때를 비교해서 어느 때가 더 비정규직이 늘어났냐를 묻는 게 아닙니다. 어느 때가 더 민주적이었냐고, 폭압적인 토목공사가 늘어났냐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현장이 얼마나 더 붕괴되었냐고, 그래서 사람들이 얼마나 더 불행해 졌냐고 묻는 게 아닙니다. 현 정부와 비교해서 좋았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는 아닙니까? 결국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다시 옮겨가면 되는 겁니까? 그게 고작 우리의 희망과 야심이어야 할까요? 아니 과연 그것으로 사람들이 피로와 권태를 희망과 야심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요? 분노는 감성을 흔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의 행동을 시작 하게 하지 않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슬픔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우리가 참으로 행복해 질 수 있을까라는 미래에 대한 확신과 계획이라고. 선배님, 그래서 저는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묻고 있는 겁니다.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반대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4대강과 관련하여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 겁니까. 어떤 시민의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한미FTA를 진행했던 것에 대해 아직도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당신은 어떤 경제적 비전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 겁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경제가 어려워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그러니 성장의 정책을 이명박 정부 보다 더 세고 화려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변한 게 없는 겁니다. 경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여전히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분배가 문제였던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말하기 쉽게 저들의 분류법처럼 세상을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어 본다면 제가 믿는 것은 우린 왼쪽이 아니라 가운데에요 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왼쪽이 당신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신념입니다. 그래서 제 심장은 여전히 콩알 만 하지만 그러나 뜨겁게 불타고 있습니다.
MB만 정리하면 행복해질거라 말하진 마십시오
그래서 선배님. 저는 선배님이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찍던 그것을 지지합니다. 다만 부탁이 있습니다. 노회찬과 심상정의 공약과 정책을 꼭 읽어 주십시오. 그들을 지지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니까요. 무엇이 더 급한가의 문제니까요. 하지만 선배님! 저는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서서 4대강 개발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한강의 반 생태적인 완성태를 다시 예전으로 복원하고 그러기 위해 한강을 죽어있는 호수로 만든 신월보와 잠실보를 없애는 노회찬의 공약을 지지합니다. 여덟시간 노동이라는 몇 십년된 노동의 숙원을 이야기하는 그의 정책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아이들을 끊임없이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는 바로 지금, 심상정의 교육정책을 지지합니다. 저는 그것이 비록 지금 한 자리 숫자의 지지율을 받고 있음에도 세상을 희망과 야심, 진취와 낙관의 세계로 전환시킬 첫 번째 촛불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묻는 겁니다. 당신은 어떤 희망을 제안하겠습니까. 부디 우리의 모든 불행은 MB에게 있으니 그를 정리하면 우리는 행복해 질거라 말하지 마십시오. 그는 우리의 모든 불행을 생산할 정도로 그토록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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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윤형씨가, 표뿐만이 아니라 정책도 같이 가져가달라는 글을 쓴 적이 있죠. ㅎㅎ
만약 그렇다면, 그 정책을 가져가는 곳이 한나라당이라도(그럴리가 없겠지만요-_-)
저는 뜨거운 가슴으로 환영할 것 같습니다.
반엠비도 좋지만, 반엠비를 하고 난 그 다음은 무엇할 것인가도, 함께 생각해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퍼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