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고1 여학생의 과외 수업을 마치고, 집을 나서려고 현관에서 신을 신고 있었습니다. 그 학생의 여동생이 나와 인사를 했습니다. 중간시험 기간이니 안부 삼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부 잘돼 가나요?”
“네?”
“공부 잘돼 가나요?”
“네?”
그 중3 학생은 웃으면서 그렇게 두 번, 같은 물음을 하는 제게 반문했습니다. 신발을 다 신고 “그럼 잘 지내요.”라고 말을 하면서 인사했습니다.
승강기에서 내려 걷는데 문득 지난 월요일 일이 떠올랐습니다.
월요일 저녁, 친구와 둘이 꼼장어를 안주 삼아 소맥을 마셨습니다. 친구가 화장실을 가는데, 제게 문자를 하나 보냈더군요. 확인하니, 네 옆자리에 박정아가 앉아 있다, 라는 내용이었어요. 옆 테이블에는 처음에 네 명이 있다가 한 명이 더 와서 바로 제 옆에 앉아 있었거든요. 옆을 흘끔 보니 박정아와 비슷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말을 걸었습니다.
“혹시 박정아 씨가 맞나요?”
“글쎄요?”
“혹시 박정아 씨가 맞나요?”
“글쎄요?”
박정아는 웃으면서 그렇게 두 번, 같은 물음을 하는 제게 반문했습니다. 더는 박정아에게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중3 여학생에게 그리고 박정아에게 저는 대단한 대화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한 명은 과외를 갈 때마다 인사만 하는 사이이고, 박정아에 대해서는 호불호를 가지지 않고 TV로 익숙할 뿐이니까요.) 대단한 관심이 있지도 않아요.
단지 저는 그저 인사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길거리를 지나면서 낯선 사람에게 (물론 그들은 완벽하게 낯선 사람들은 아닙니다.) “Hi”라고 인사하는 것처럼요. 상대방이 제게도 “Hi”라고 말해주면 최고로 만족스러울 테지요.
그들은 제게 “Hi”라고 답하지 않았습니다. 무척 묘한 말을 남겼을 뿐입니다. “네?”, “네?” 또는 “글쎄요?”, “글쎄요?” 이렇게 말입니다. (물론 웃음과 함께였지만 말예요.) 의례적인 인사를 남겼을 뿐이기에,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더라도 저는 그다지 상관없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불쾌하기까지는 않았지만, 당황하였고, 제 질문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했고, 그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말이지 않았나 되새겼어요.
별일 아니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 신기해서 적었습니다. 그래서 바낭인 게지요.
p.s.
브로콜리 너마저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라는 곡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려고 했어요. 하지만, 싸이월드나 멜론에서 구할 수가 없네요. 대신 라천을 들으면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