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패드 이야기 잔뜩 썼다가 지웠어요. 아이패드 갖고선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가, 아이패드에 대한 이택광씨 글이 어땠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 사과 맛 봤다, 이런 자잘한 이야긴데. 이상하게도 이런 것까지도 주눅이 들게 되요. 이 정권 하에선. 제가 워낙 소심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2. 리쌍의 노래를 연거퍼 듣고 있습니다. "길"같은 남자는 정말 남자향기 물씬 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겉은 어설프고 단단하고 속내는 부드러울 것 같고.
3. 고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면서, 하려고 하면 할 일은 많다고, 인터넷에 글도 올릴 수 있고... 그런 말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 조차도 겁이 납니다.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의 포로수용소의 제 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비켜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