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어떤 심경 토로

  • 나미
  •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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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랑 관련된 이야기인 것 같긴 한데, 연애는 아니라서 저런 말머리를 붙였습니다.

예전에 만나서 연애를 한 사람이 있습니다.
햇수로 한 삼년 전쯤? 굉장히 행복한 날들이었고, 그 당시에도 이건 정말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기쁨이란 걸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갑자기 헤어지게 됐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같은 소속에 있던 사람이라, 이건 뭐 한순간에 무자르듯 모른 척 하기가 너무 힘든겁니다. 아니 뭐 사실 하려면 할 수 있었겠지만......그 사람 마음은 모르겠고, 저는 헤어지고 나서도 그 사람이 정말정말 좋았기 때문에 계속 만났습니다. 사람들 눈을 피해서 정기적으로 밥을 먹고 영화도 보고 이따금 술도 마시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쉽도 하고, 또 가끔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속내를 서로 털어놓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사람들은 다들 멋있다고 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도 저렇게 잘 지내다니(물론 둘이 따로 만나는 건 다들 모르고) 정말 쿨하구나! 멋져!

-그래서 나는 내가 진짜 쿨하고 멋있는 줄 알았어요.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고, 헤어지고 나서 약 1년 동안은(물론 그 때에도 정기적으로 만났습니다) 많이 슬펐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입을 맞추는 건 과거랑 다를 바가 없었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달랐으니까요. 아무래도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확실한 것 같고......그래서 몇 번이나 잠도 못 자는 밤이 이어지고, 수업 중에 눈물이 쏟아져서 구석에 앉아 내내 사람들 볼세라 웅크리고 울다가 화장실로 뛰쳐가기도 하고, 뭐 여러 가지......

그러면서도 계속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천천히 감정이 정리되는 중이라고 믿었어요. 아닌게아니라, 점점 다른 멋진 사람들도 눈에 몇 번씩 들어오고 그에 비해 이 사람은 어쩐지 좀 못나 보이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나는 정말로 내가 쿨한 거구나, 라는 생각이 차츰 들더군요.

중간에 끊을 수 있는 계기는 많았습니다.
이런 만남을 가지면서 오히려 더 많이 싸웠던 것 같아요. 게다가 그 사람은 여러 모로 정리를 다 끝냈는지, 하필이면 제 친구랑 데이트를 하더군요. 그 전까지 잠잠하게 잘 정리되는 중이라고 믿었던 저로서는 좀 힘들었어요. 글쎄 정신이 확 돌아 버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두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을 의심하게 되고...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면 내가 이래야 할 이유는 전혀 없고, 그러다 보면 모든 결론은 다 나 때문이다, 가 되고 그게 심해져서 우울증이 되어 잠시 병원을 다니기도 했군요. 결국 참다 참다 못해서 제 손으로 다 뭉개놓기도 했습니다. 폭발해서 다 터뜨렸죠. 웃긴 게 그 일로 그 사람이랑 저는 정말 심하게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웠는데 거짓말같이 일주일 후에 다시 만났다는 겁니다. 아으, 징글징글해......

또 그 사람이 1년동안 해외에 다녀온 일도 있었네요. 저는 이번에야말로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안 끊어져요. 저도 좀 소극적이기도 했고, 그 사람도 의지할 데 없는 곳에 혼자여서 그랬는지 유독 더 제게 신경을 많이 쓰고 그랬습니다. 올 때 비싼 선물도 저 준다고 많이 사 왔네요. 그리고 귀국하자, 또 다시 만나고......이젠 싸우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다 정리했다고 믿었거든요. 이건 그냥 쿨한 친구관계라고만 생각했지요. 또 서로를 점점 더 잘 알아서 말 안 해도 다 이해하고 양보하게 되니까 싸울 일이 없는 겁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저는 제 사정으로 타지에 왔네요. 이쯤 되자 진짜로 좋은 친구사이라고 믿었던 저는 뭐 지금도 나쁘지는 않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도 그랬구요. 우리 이제 그만 연락할까? 라는 말에 꽤 강하게 반대를 하던 것도 그 사람이었지요. 지금 이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데, 넌 왜 자꾸 뭘 손질을 더 하려고 들어? 난 서로를 잘 이해해 주는 지금이 좋아, 앞으로 애인이 생기더라도 너랑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 라면서요.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뭐 어때 친구사인데 하면서요.

그런데 이 사람이 다른 이성과 만남을 가지고 있는 걸 알게 됐어요. 사귀는 것은 아니고, 저한테 사진이나 그런 것도 잘 보여주면서 요새 얘랑 친해졌다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구요. 좋아해? 라고 물었을 때, 그 사람은 아니라고 대답했지요. 연애도 싫고, 이 애랑 사귈 마음도 없고, 동생같아서 잘 지내고 있다면서.

그런데 얼마 전에 이 사람이 그 이성을 데리고 친한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물론 다른 사람 몇몇도 더 데리고 가긴 했지만요. 끝나고 가벼운 데이트도 한 듯했고......이걸 알게 되자 또 피가 확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드는 겁니다. 그런데 웃기잖아요. 그 사람이 누구를 데리고 어딜 다녀왔건 제가 알게 뭔가요; 그런데 너무너무 속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더라구요. 이게 촉매가 돼서 간신히 참고 있던 다른 힘든 사정들도 봇물 터지듯이 줄줄 생각나서 괴롭히는 것 같고. 이런저런 나쁜 생각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며칠을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고 그랬습니다.

제 얘기를 들은 한 선배는 말했습니다. 너 그동안 도망 잘 쳐오다가 인제 막다른 골목에 온 거다. 진작에 니 모습이 위태롭다 싶더니 기어코 이런 사단이 나는구나. 니 얘기를 해야 될 때가 왔다. 이런 관계가 힘드니 그만두자고 말해본 적은 있냐? 없다니, 그럼 그렇지. 이제 피하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여라.

그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참 이상했어요. 힘이 안 나더라구요...먹먹하고. 헤어지고 나서 이태동안 나름 잘 살았나보다 했더니 결국에는 제자리였구나 싶어서요.

그 중간에 몇번 스쳐간 인연들도 많았지만 떠올려 보면 저는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뭔가를 증명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이것 봐, 나는 이 만큼이나 딴 사람한테 끌려! 더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아!! 라고 스스로에게 발악하듯 확인시켰나봐요. 근데 이 모든 게 참 헛짓거리였다니......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게 아주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젠 정말로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말에도 동감해요. 사실 지나도 한참 지났죠. 그런데 그 사람에게 이 말들을 다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얘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점점 마음이 약해질 것만 같아서요. 결국 저는 여기다가 채 하지 못할 것 같은 말들을 하는 겁니다, 겁쟁이처럼. 이제는 정말 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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