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의 안타까운 오해 케이스
아래 익명 님 글 보고 그냥 생각나서 포스팅합니다. 죄송.
대학 시절에 주선했을 때 일어난 경험이에요.
남자도 여자도 저와 꽤 친한 사람들이었죠.
저까지 셋 다 같은 대학이었고, 남자는 친한 고교 동창, 여자는 친한 대학 후배. 둘은 다른 단과대.
음, 둘 다 매우 선남선녀에 가까웠죠.
객관적으로 둘 다 외모가 뛰어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하고 순진소심하달까?
저는 조금 방관주의적인 타입의 주선자였던 것 같아요.
만나게 해주고는 헤어진 직후에 전화해서 꼬치꼬치 물어보거나..
신나하며 둘의 마음을 전달해주거나 하는 타입이 아니었어요.(이런 분들 비난 의도는 없;;)
만약 상담을 해온다면 적당히 상대방을 떠보는 정도로 도와주는 정도의 타입?
딱히 나서진 않고 알아서 하라는 건데, 도움 요청이 오면 살짝살짝 개입하기도 하는 정도의 타입이요.
아주 기본적인 정도는 물어봤어요. "어때? 꽝은 아니지? 타입 아니더라도 날 욕할 정도는 아니지?' 라는 정도요;;
둘 다 반응이 '괜찮더라'였기에, 잘 되든 안 되든 뭐 제 책임은 없다고 생각했고..
그들은 딱히 제게 상담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관심 끄고 지냈고, 이뤄지진 않았죠. 애프터 만남도 없더라고요.
둘은.. 헌팅도 당하는 수준의 외모였어요. 하지만 의외로 왕자공주는 아니었고요.
그냥 자신이 외모가 뛰어나다는 걸 인지는 하고 있는 정도의.. 참한; 사람들이었어요 ㅎㅎ 그러나 소심했죠..
먼저 적극적으로 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외모 덕에 자존심? 정도는 있었겠죠.
서로가 상대방을 어렵게 본 건지도 모르죠. 많이 대쉬받았을 거라는, 눈이 높을 거라는, 서로의 오해?
한참 후에야 알았어요. 서로가 서로를 아주매우무척굉장히대단하게 마음에 들어했었다는 것을요;;;;
그날 외모도 마음에 들었고, 서로 성격도 소탈하고 잘 맞는다는 것을요.
문제는 사소한 오해였죠.
소개팅 당일에 전화번호를 주고받을 때.. 여자애가 자기 폰이 요즘 맛이 가서, 문자나 전화가 잘 안 된다고 얘기했대요.
그건 말그대로 사실이었어요. 오래 된 폰이라 문자 늦게 오거나 전화벨이 안 울리는 상태.
여자애는 그 때문에, 미리 말한 거죠. 혹시 자기가 전화를 못 받거나 문자 답이 늦어질 수도 있다..
간절하게 연락이 닿기를 원했던 거고, 남자가 그런 상황 당했을 때, 혹시 오해할까봐요.
그러나 남자는 다르게 받아들였어요;; 여기서 꼬였죠.
예의상 번호 알려주긴 하는데, 애프터 연락이라든지 문자 연락을 안 받겠다는 뜻으로요 -_-
여자애는 외모 때문에 거만해서가 아니라, 외모 때문이겠지만 먼저 연락해본 경험이 없었어요.
그날부터 여자애는 전화기를 손에 들고 바라만 보고 살았고..
남자애는 소심하여.. 당일에 거부당한 줄 알고, 연락을 하지 못했어요 -_-;;;;;
그리고 그냥 끝이 난 거죠. 단 한 번의 통화도, 문자도 없는 채로 쭉 -_-
2년도 더 지났을 때 즈음인가.. 여자애랑 둘이 술을 마시다가 그 소개팅 얘기가 나왔어요.
그 오빠 잘 지내냐고 물었던가? 그러더니 그런 자세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많이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와 함께요. 연락이 안 왔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더군요.
아직도 미련이 좀 남은 듯한 상태였달까..
그날은 저는 남자애가 별로 이 여자애를 마음에 안 들어했나보구나 생각했죠 뭐.
그런데 우연히 그 남자애랑 얼마 후 술을 마시게 됐는데 걔에 대해 물어봤죠.
애프터 한 번도 안 할 정도로 마음에 안 들었냐고.
펄쩍 뛰더니 진짜 마음에 들었는데 연락 안 받겠다는 식으로 말해서 그랬다고..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아주아주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고.
타이밍이란 참 웃겨요. 그때 이 남자애는 잘 될랑말랑한 여자애가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얘기 듣더니 아쉬워하고 흔들리더군요)
여자애는 곧 교환학생을 갈 상황이었어요.
타이밍이 괜찮았다면 둘의 마음을 제가 뒤늦게나마 서로에게 전달하면,
당장이라도 사귈 것 같은 정도였달까요 -_-;;
뭐, 여자애한테도 그런 오해가 있었다고 전하긴 했죠. 아주 아쉬워하더군요.
이제 5년도 넘은 것 같네요.. 둘 다 직장인인데, 가끔 서로가 소식을 물어봐요 ㅎㅎ
이제는 미련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 보다 하면서 재미있어 하며 근황 묻는달까.
남자애는 최근에 다른 누군가와 결혼을 했죠.
주선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참 아쉽고 안타까운 인연이에요.
뭔가 바낭글이구나 ㅋ 길기만 길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