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속된말로 "x싸다가 만 기분"이라고 하죠. 액션씬 나올때마다 딱 그 기분이었습니다.
처음에 레이스장 시퀀스도 "와, 이거 괜찮은데? 영화에서 이 장면이 가장 좋다더니 역시 멋지군!"이라고 감탄했는데,
"이제부터 대결이 시작되는 건가!"라고 기대를 거는 딱 그 순간
토니 스타크가 열심히 고무줄 놀이(-_-;) 하더니 게임 끝.
마지막 2:1 대결 장면도 "오, 이제부터 본격적인 최종보스전의 시작인가!"라고 기대를 거는 딱 그 순간
주인공 둘이 짝짜꿍하더니(-_-;;;) 게임 끝.
아이언맨2 찍으라더니 어벤저스 예고편 찍어놓은 건,
그래도 덕분에 블랙위도우가 날고 뛰는 거 봤으니 용서해주죠.
"2시간짜리 영화 속에 전혀 상관없는 단편 세편을 구겨넣은 거 같지만
어쨌든 세편 다 주인공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인 거 같으니 상관없어..."라는 기분?
하지만 중간에 캡틴아메리카 방패 나오는 부분이나
마지막 쿠키로 토르의 망치가 등장하는 부분은 도저히 용서하기가 힘드네요.
영화밖 정보를 "알면 더 재미있는" 설정이라면 괜찮지만,
"모르면 헷갈리는" 설정은 정말 짜증스럽습니다.
아이언맨2 영화를 보러온 사람들에게 어벤저스 예고편을 때리는 걸 굳이 이해해줘야 할까요?
이건 영화를 만든게 아니라 삼류 장사꾼들이 광고질해대는 꼴이죠.
워머신도 등장하고, 1회용 어쩌구하는 이상한 필살기도 등장하고,
그런대로 2시간이 지루하지는 않게 잘 보았습니다.
배우들 보는 재미도 있었구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영화에 대한 무시무시한 악평들을 듣고 기대치를 최대로 낮춘 상태에서,
"뭐 이 영화는 그저 그렇지만 앞으로 또 속편은 나올 거구
여름 시즌에 볼 영화가 아이언맨2 한편은 아니니 내 알바 아니야."라는,
될대로 되라식 심정으로 보았으니 "기대보다는 볼만했다"는 거죠.
엄밀하게 평하자면 이 영화 꽝입니다.
"작품의 완성도"보다 "프랜차이즈 관리"에 힘을 쓸 수 밖에 없는 게
수퍼히어로 무비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생각한다면,
이게 당연한 결과였던 걸까요.
사실 엑스맨1,2편이나 다크나이트같은 영화가 정말 드문 희귀종 사례였던 건데,
우리는 코믹북 원작의 영화들에 너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독 이러다 3편에선 짤리는 거 아닌지 몰라요.
(감독에서 짤려도 배우로는 계속 나와주길.)
그치만 1편보다 비중도 늘었고 중간에 블랙위도우랑도 얽히고
3편에서 짤려도 한은 없을 듯 한 해피 호건씨.
어쩌면 "내가 3편 감독은 못할지도 몰라"라는 위기감에 할 건 다 해본걸까요?
원작에선 자기랑 맺어질 페퍼 팟츠양으로 토니 스타크에게 양보했으니
"감독님 대인배"라고 말해줘야 하려나.
그래도 이 악당 저 악당 등장하는 와중에
은근히 미키 루크 캐릭터에게 중심을 몰아주는 솜씨를 보면
스파이더맨3의 총체적 난국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거 같기도 하고...
(저는 그 영화 좋아하긴 하지만 난국은 난국이죠... -_-;)
전에 모 배우(제x 브xxx씨 -_-;) 인터뷰보면 존 파브로 감독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를 만들면서도 너무 "학생영화 만드는 거 처럼"
즉흥연출에 우왕좌왕하는 경향이 많다고 불평하던데,
어쩌면 이런 점 때문에 1편도 2편도 유머와 드라마는 좋은데 액션이 약한 게 아닐까 의심됩니다.
이렇게 cg잔뜩 들어간 액션을 일정에 맞춰 찍으려면
현장에서도 그렇고 후반작업자들과도 합이 잘 맞아야 할텐데,
만일 제x 브xxx씨의 인터뷰대로라면 안그래도 촉박한 일정을 계속 깎아먹었으려나요.
근데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겐디 타르코프스키까지 모셔왔다는 걸 보면
액션에 신경 안쓰는 건 아닐 듯 한데...
아아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생각보단 재미있었지만 소문만큼 실망스럽기도 했던 2편.
3편이 나오든 어벤져스가 나오든, 지금보다는 더 재미있게 "잘" 만들어주길 바랄 뿐입니다.
p.s.
'이혼한 마누라' 농담은 걸프전 시절 명중률이 낮았다던 모 미사일이 연상되더군요.
근데 그건 미디어에 의해 과장된 거고
실제로는 버전업을 하면서 성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말도 있던데,
저는 밀리터리 쪽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쪽 주장이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p.p.s
1편에 기자로 나온 레슬리 빕스가 다시 나와서 반가웠는데...
비중이 왜 이렇게 적은 건지.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