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때문에 오랜만에 미드를 보게 되는군요. 이미 룽게님이 훌륭한 연재를 하고 계시니
별 달리 길게 할말은 없습니다만, 여튼 에피소드 7,8에 이르니 걍 잡담 몇마디라도 하고싶은
욕구가 생겨서 말이죠.

'엄마말 안듣고 이 짓에 지원하다니, 내가 X가리 총맞았던게야'
BOB의 경우 국가적 대의 아래에 자신을 희생한 개인들을 고귀하고 감동적인 시선으로 그린
분위기가 강했던데 반해, 퍼시픽은 그런 대의 아래에 태평양의 생판 낯선 섬들에서 영혼이
반토막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에피소드7에 이르러 그러한 의도가 본격적
으로 드러났죠. 기술적인 부분 이외에는 '라이언일병 구하기'보다 '씬 레드라인'을 훨씬 높게
치는 본인에게 있어, 이러한 서술은 매우 바람직하게 보입니다.

펠렐리우 전투 중 적의 포화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로 비행장을 가로지르는 미해병1사단.
게임 '콜 오브 듀티5'에서도 등장했던 전투입니다.

역시 토치카엔 수류탄 넣고 '구멍안에 불!'이라고 한번 외쳐 준 후 불쏘시개로 굽는게 정규코스.
취향따라 반대순서도 가능.
과달카날, 케이프 글로스터, 펠렐리우를 거쳐 우리의 쥔공들은 마침내 이오지마에 도착했습니다.
전쟁은 끝나가지만 이들의 몸과 정신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원작의 정보는 별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만, 미해병1사단 앞엔 분명 '오끼나와 전투'라는 지옥이 남아있습니다.
오끼나와라는 작은 섬에서 벌어진 일은 전쟁이라는 행위의 부조리함이 모조리 다 녹아들어간
종합이벤트였습니다. 이곳에서 일본군과 미군은 말그대로 양쪽 다 미쳤었고, 수만명의 양측 군인
이외에도 민간인 10만명 이상이 살해 당하거나 절벽에서 뛰어내리거나 가족끼리 죽이는 등의 자살
을 벌였습니다. 그 유명한 야마토가 불덩이가 되어 가라앉은 것도 이 전투에서 였고, 미군은
이 전투에서만 2만명 이상의 정신이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우리의 쥔공들이 이 전투에 뛰어들까요? 기대가 되면서도 두려워지는군요.
이들의 영혼이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