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싸이홈피나 블로그에 잔뜩 우울한 글들을 올리기도 했는데 요새 컴을 거의 안하다보니 글써본지도 꽤 오래 되었어요.
그래서 간만에 컴을 붙잡고 투닥투닥 글을 좀 써볼까싶어 블로그를 열었는데 일상은 건조해 잔뜩 찌뿌린 재미없는 글들만 나올 것같아서 관뒀어요. 이미 그런 글들은 홈피에 한가득해서 지겨워서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좋은 점이란 자의식 과잉상태에서 조금 벗어난 거라고 할 수 있겠어요. 여전히 내 주변의 삶이 세상의 전부이지만, 지나고 나면 순간일 그 때의 감정에 예전처럼 휩쓸리지는 않으니까요.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려니 고등학교 시절 교육청 백일장에 나갈 애들을 선발하는 글짓기 시간이 떠오르네요. 한껏 우울한 애가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누나에 대한 마음과 상상만의 연애감정을 담아 시를 지어놓았더니 국어선생님은 왠 글이 이렇게 우울하냐고 하시고 저는 백일장에 나가지 못했어요. 국어시간을 가장 좋아하고 문학문제집 푸는 게 취미 중 하나였던 나름 문학소년이었는데 좀 아쉬웠죠.
그래도 여전히 글쓰는 건 좋아요. 예전에 써놓았던 글들을 읽고 있음 참 재밌어요. 제가 제 글의 팬이랄까 딱 내가 읽고 싶게 써놨어요. 자기가 쓴 글이 맘에 든다는 건 어쩌면 대단한 작가가 되기엔 글러먹은 것 같기도 하지만, 느끼하지도 않고 근거없는 낙관주의로 도배되어있지도 않은 딱 제 수준에서의 정직한 글이라 맘에 드네요. 작가의 의도도 완벽히 파악되고 ^^
재미없는 공부만 오래 하다보니 정말 건조해졌어요. 사는 게 괴롭다는 마음만으로 글을 쓰기엔 너무 진부하구요. 뭔가 다른 감성에서 나온 글을 써보고 싶은데 하루의 대부분을 딱딱한 글만 읽고 있으려니 인풋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책이 읽고 싶어요. 학교다닐 때 수업과제로 읽었던 영시도 그립고, 우연찮게 소개받아 읽게 된 진 리스의 글도 다시 읽고 싶고. 뭔가 촉촉해지고 싶어서 재밌는 글 찾아다니고 있어요. 좋은 글 10,000편 정도 읽으면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도 읽고 싶어질 만한 글이 나올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