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의 시대배경 규명을 향한 잉여글

  • orie
  • 05-07
  • 2,940 회
  • 0 건


집에 오는 버스에서 <신데렐라 언니>를 보다가 오잉?? 하였습니다. 분명 매주 보고 있는 프로그람인데요. 갑자기 더럭 드는 생각이 '저 드라마 배경이 언제야?;'

찾아보니 같은 주제로 이런 글도 있기는 합디다.
'신데렐라 언니'의 모호한 시대감각 (PD저널)


그런데 오늘의 의문에는 훨씬 쪼잔한 계기가 작용했습니다.


아까 대성도가에서 누룩고사 지내는 장면이요. 분명 은조가 제사 주관하면서 현재를 "임오년"이라고 읊는 걸 들었거든요.
올해 2010년은 분명 경인년인데. 임오년이면 언제야;;;
올해는 호랑이 해인데 말띠 해면 한참 전이거나 한참 남은 거고. 또잉또잉 이 드라마는 2010년 시점이 아니었던 것이었던가! 라는 의문을 안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뭐 임오년이라고 읊었어도 그게 꼭 '올해'라는 의미로 말한 건 아니었을 수도 있어서 인터넷에 오늘분 영상이 올라오기를 기다려봤습니다. 그리고서 확인해보니 역시 은조는 축문 읽고 있는 그 시점을 임오년이라고 말한 게 맞습니다. 은조가 읊은 축문을 듣고 옮겨 적어봅니다. -----오늘도 잉여력 폭발 -_-;;


동방은 청제토공 청제위신이라
남방은 적제토공 적제위신이라
서방은 백제토공 백제위신이라
북방은 흑제토공 흑제위신이라
임오년 오월육일 삼가 오방오토의 신에게 여쭙니다
대성 참도가의 주인 구은조는 삼가 오월 상진을 택해 보리누룩 수천수백 덩이를 만듭니다
길을 가로세로로 내어 경계를 만들고 다섯 국왕을 세워 각각 봉경에 배치하고
술과 포를 올리며 청하옵니다
원컨대 신력을 내리셔서 원하는 것을 두루 살피소서



...이건 히어링만으로는 (근영 양 발음이 "다섯 구간을 세워 각각 동경에 패치하고"로 들리는 등) 뭔 소린지 당최 못 알아듣겠는 말도 너무 많고, 아무래도 옛날 전고가 있을 것 같아서 화면에 지나가는 축문을 참고하여 중국 바이두에 검색을 돌려보았습니다.
과연 뭔가 걸리는군요.
남북조 시대 농업기술서인 『齊民要術』에 나오는 술 양조법 가운데 다음 같은 축문이 나온다고요.


东方青帝土公、青帝威神,南方赤帝土公、赤帝威神,西方白帝土公、白帝威神,北方黑帝土公、黑帝威神,中央黄帝土公、黄帝威神,某年、月,某日、辰、朝日,敬启五方五土之神: 主人某甲,谨以七月上辰,造作麦曲数千百饼,阡陌纵横,以辨疆界,须建立五王,各布封境。酒、脯之荐,以相祈请,愿垂神力,勤鉴所领...


은조의 누룩 축문도 거의 같은 구조입니다. 이를 참조해 은조가 읽은 축문을 한자와 함께 다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동방(東方)은 청제토공(靑帝土公) 청제위신(靑帝威神)이라.
남방(南方)은 적제토공(赤帝土公) 적제위신(赤帝威神)이라.
서방(西方)은 백제토공(白帝土公) 백제위신(白帝威神)이라.
북방(北方)은 흑제토공(黑帝土公) 흑제위신(黑帝威神)이라.
-귀찮은 은조, 중앙의 황제(黃帝)는 뛰어넘음-
임오년(壬午年) 5월 6일-제문에는 4월 8일;;;- 삼가 오방오토(五方五土)의 신(神)에게 여쭙니다.
대성(大成) 참도가(都家)의 주인 구은조는 삼가 오월 상진(上辰: 그 달의 첫째 '辰'인 날)을 택해 보리누룩 수천수백 덩이를 만듭니다.
길을 가로세로로 내어[阡陌縱橫] 경계를 만들고[以辨疆界] 다섯 국왕을 세워[須建立五王] 각각 봉경에 배치하고[各布封境] 술과 포를 올리며 청하옵니다[酒脯之荐].
원컨대 신력을 내리셔서[願垂神力] 원하는 것을 두루 살피소서[勤鑑所領].
아멘~



정리하자면 은조는 "임오년 5월 6일"에 저 글을 읽으며 누룩 빚기를 신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날은 음력 날짜로 따졌을 때 상진날이어야 하구요.

근데 임오년은 서기 2002년이지 말입니다...??!!!!

2002년이라 하면 8년 전 은조 효선이가 처음 만나 고등학교 댕길 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알고보니 이 드라마는 2010년이 현재 시점인 척 진행하다가 갑자기 또 '8년 후' 드립을 치며 또 다른 2010년으로 우리를 날라다 놓을 작정인 걸까요.
그에 대한 복선을 치밀하게도 오늘 축문을 통해 깔아놓은 걸까요...!!!!

...그런데 축문을 읽고난 은조는 몇 분 후면 신형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찍을 거기 때문에 그런 애드립은 안 통하지 말입니다.


확실히 하기 위해 찾아보자면 임오년 음력 5월 6일, 양력 5월 6일 모두 상진일이 아닌 것은 물론이요,
은조가 들고 있는 축문의 사월 팔일도 양력 음력 모두 상진일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임오년 5월 6일 상진일"은 2010년 전후로 플러스마이너스 백년 이내에 존재하지 않는 날이겠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을 살고 있는 신언니
진정한 판타지 드라마로 임명하노라...


뭐 음 상식적인 추정은 이렇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작가분께서--- 꼬꼬마 은조가 글썽글썽한 눈으로 지켜보던 8년 전의 갑수 아저씨 누룩고사 축문을 그대로 활용하던 와중, 이번에도 '임오년'이란 말이 그냥 그대로 들어가버린 거십니다. 그러자면 적어도 앞의 축문은 2002년이 임오년임을 제대로 고려한 것이었다는 전제가 깔리지만요<---과연 그랬을까!!!-
여기에, 12회의 방영일 = 즉 어제 날짜를 고려한 결과 '5월 6일'이 초단순하게 결합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임오년 5월 6일.


-_-;; 이걸 신경써서 뭐에다 쓸까요...?
각주라도 달 기세로 새벽 4시 반까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_-;;

허탈




게시판2004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41444 아주잠깐 설레였던 짧은인연 그림니르 2,060 05-07
141443 듀나인) 영국의 선거에 대하여 satori 659 05-07
141442 조안, 박용우... 물파스 4,261 05-07
141441 정말 에어컨은 LG입니까.. 데굴 2,831 05-07
141440 경기도지사 단일화 선거인단 모집 중이네요. 머핀탑 873 05-07
141439 "합조단, 천안함 화약성분 어뢰로 결론" -&lt;매일경제&gt;- nishi 1,389 05-07
141438 발 마사지 기계 추천해주세요. 싹난감자 548 05-07
141437 삼성 bada SDK 공개.. mad hatter 1,535 05-07
141436 전통나눔음악회 - 강은일해금플러스 bap 450 05-07
141435 아이슬란드 화산재 인터넷에 판매 프레데릭 969 05-07
141434 소심함의 정도 someone 1,147 05-07
열람 &lt;신데렐라 언니&gt;의 시대배경 규명을 향한 잉여글 orie 2,941 05-07
141432 엘렌 드제너러스가 아이폰 광고 패러디 때문에 애플에 사과를 했군요. mithrandir 2,493 05-07
141431 [듀나in] 3단 티세트 접시 파는 곳 Needle 1,275 05-07
141430 (연애상담4) 연락두절로 이별한 연인의 현재 연인에게 연락받기 잠시익명 3,740 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