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이 두절되어 끙끙 앓다가 마지못해 헤어져주겠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그조차도 씹힌지 17일째 죽네사네 하면서도 삶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엇지요. 어제 낮까지만 해도 친구한테 못 견디겠네 어쩌겠네 하면서 바쁜 일상의 와중에도 간간히 문자질을 하고 있었지요. 정말 바로 어제 낮까지만해도요.
그런데 어제 저녁...밥을 먹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군요. 업체 분인줄 알고 기분이 좀 나빴습니다. 퇴근 후에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다니요.
"여보세요"
"***씨죠"
"네 맞는데요"
"저 ooo씨 여자친군데요."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회식이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너무 예상못한(이라기 보단 하기 싫은) 전개라서 좀 나중에 전화가 하고 싶더군요. 하지만 결국 호기심에 굴복을 하고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ooo씨와 어떤 사이세요?"
"아무 사이 아닌데요"(도대체 왜 이랬을까요?;;;;;;;;;;;;;;;;;;;;;;; 전 분명 그 인간의 입으로 여자친구라는 소리도 들었는걸요;;;;;;;;;;;;;;;;;;;;;;;;)
"아무 사이도 아닌데 3년간 연락을 하셨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3년 전이면 저와 헤어졌던 딱 그 때거든요. 결국 여자 때문에 헤어졌던 거지요.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제가 20살 때부터 좋아해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했어요"(머,머지?;;)
"오빠가 여자친구 있단 소리 안 하던가요?"
"제대로 연락을 받아주지 않아서 있는 줄 몰랐네요. 있는 줄 알았으면 같은 여자 입장에서 연락 안 했죠. 죄송합니다."(헉! 이게 진정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린가?)
알겠다고 하고 그 여자분이 전화를 끊더군요.
전화를 끊고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도대체 내가 어떤 인간인지 모르겠더군요. 왜 전 그를 끝까지 감싸준걸까요? 그리고 그를 (아마도) 3년전 뺏어간 그녀에게 악다구니를 칠 필요는 없지만 있는 그대로 사실을 알려줄 순 있잖아요. 구태여 제가 악역을 맡을 필요도 스토커 짓을 할 필요도 없는거죠. 더 웃긴 건 그 여자분이 약간 흐느끼는데 제가 무한한 동정심을 느꼈다는 겁니다. 아무리 여자에게 우호적인 저라지만 이쯤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에요. 착한 짓도 정도가 있지 제정신이 아니죠.
전화를 끊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적어도 그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는 사실을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ooo씨 '3년'사귄 당신 여자친구가 전화를 했네요'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던 그들의 사정이죠. 이젠 전 조연답게 퇴장하려 합니다. 지난 17일 동안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