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출해서 반그릇을 뚝딱했습니다. 코드가 뽑힌 밥솥에 남은 밥 한주걱을 퍼서 냉장고에 있던 시금치, 미나리와 쉬어 꼬부라진 김치 쪼가리를 숭숭 다져서 밥위에 놓고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비볐지요. 찬밥은 아니더라도 미적지근한 밥인지라 방금 한 밥과 같은 찰기는 없어요. 그래도 고추장과 참기름 탓인지 질척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한그릇 맛을 보니 이건 뭐 요리왕 비룡 저리 가라입니다.
* 곁다리 얘기지만, 전 음식점이나 TV 등에 나오는 획일화된 비빔밥에 별다른 매력을 못느끼겠어요. 색만보면 대충 짐작이 되는 몇가지 나물과 반숙 계란위에 슬쩍 곁들여진 참기름과 고추장 말이죠. 비빔밥의 구조가 다 거기서 거기지만 전 의외성에 큰비중을 두거든요. 냉장고에 있는 진짜 남은 반찬;순록 뒷다리 이딴거 말고, 오늘 안먹으면 쉴 것 같은 나물이나 각종 볶음류들 말이죠. 그걸 출출할때 에라 밥과 함께 치워버리자 생각하고 그릇이나 양푼에 넣고 비벼먹으면 어떤 때는 말그대로 개밥 같은 맛이다가도 어떤 때는 굉장히 훌륭한 맛을 보여줄때도 있거든요. 그리고 이런 의외성은 식당표 비빔밥들에선 불가능한 것들이죠.
* 생각난김에 남은 밥도 마저 요렇게 해서 먹을까 했지만 말려고요. 배가 살짝 부른데, 이상태에서 다시 먹으면 이 맛이 절대 안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