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1동 한일관 - 냉면집 중에서는 최상위 클래스일지도?

  • 01410
  •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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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넓고, 각종 호텔 키친부터 시작해서 제가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구르메의 세계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한 번 마음먹고 가는 집'으로서의 고깃집이라면 우래옥과 한일관이 있을 겁니다.

사실 우래옥도 한일관도 냉면을 잘 하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냉면집이 아니라 고깃집이죠. 아니 한일관은 한정식집인가. 어쨌든, 제 눈높이로 따지자면, 우래옥과 한일관은 그렇게 제 '단품 식사로서의 냉면벽' 수비범위 중에서는 최상위급에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의 눈높이 : MAX 1만원 가량. 나란 남자는 패밀리레스토랑만 해도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그런 남자.)

한일관은 예전에 종로1가에 있던 시절에는 가끔 갔지만 청진동 재개발 이후에는 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주) 그러던 것이 압구정동으로 옮겨 갔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이전한지는 1년도 더 된 일인 것 같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이제사 때가 맞아서 한 번 가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 웬 양관(洋館)이 요기잉네? (...)






예전에 종각역에 있을 때에도 엘리베이터 있던 3층짜리 건물이었지만, 이거 뭐 세 갑절은 더 으리으리해졌군요. 하긴 저 동네는 '압구정'이긴 하죠. 그 유명한 X망교회가 바로 옆동네에 있는... 베엠붸가 무슨 동네 달구지같이 보이는 동네-_-; 소싯적 김현철은 이런 동네를 그렇게 묘사했단 말이지... 여튼.





내부도 깔끔합니다. 원래 좀 고급을 표방하는 곳이었긴 하지만 신장개업하면서 더욱 클래스가 올라갔다는 느낌입니다. 솔직히 혼자 들어오려면 대문 열기 전에 심호흡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클래스에 맞게 접객이 친절하기 때문에, 실상은 쭈볏거리지 않아도 됩니다. 저 날 사정상 릭샥을 메고 갔더니 옆자리에 가방 놓으라고 의자를 하나 갖다주시더군요.




면수도 육수도 아닌 '차'가 나와 있는데 보리차는 아니고 치커리차인 것 같습니다. 고소하고 부드럽습니다. 다른 테이블에 놓여 있는 찻병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뚜껑까지 꽉꽉 담겨 있는 게 인상적입니다.




냉면 상차림. 예전엔 도기 그릇에 담았던 것을, 이제는 유기그릇에 담아내 줍니다. 이 편이 더 전통적인 멋이 살아있어서 좋군요.




한일관의 특징. 냉면 곁반찬으로 사라다(!)를 주는 건 옛 세월의 향취 그대로네요. 몇십 년 전에는 이것도 꽤나 고급 양식이었겠죠. 게다가 사과나 당근만 있는 게 아니라 감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사라다에 감자 없으면 섭섭하죠.






꾸미(고명)로 간 고기와 소박이처럼 담근 오이지가 올라가 있는 게 이 집 냉면 최대의 특징입니다. 전에 게재한 글에서 서울식 냉면 특징이 새콤한 김치맛과 육수의 조화라고 쓴 적 있는데, 메뉴판에 아예 '서울 냉면'이라고 명기해둔 이 한일관에서는 오이로 그 새콤한 맛을 받쳐 주고 있습니다.

면이 약간 쫄깃한 것도 서울냉면의 특징. 순면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냉면이 주력이 아니기에 아마 없을 듯합니다.





메뉴판에 보니까 무려 1인분도 가능한 2만5천원짜리 한정식 점심특선이 있는데 먼 훗날 입신양명 하든가, 아니면 거하게 얻어먹을 일 있을 때에 한 번 시도해 볼 참입니다. 진실로 남자의 출세욕을 자극하는 집이로군요.

현재는 종로 본점은 폐쇄, 압구정이 본점 기능을 하고 있고 그 외에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도 입점해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것은 홈페이지 참조.



P.S.
(*주: 사실 작년 초던가 재작년 초에 동생 한 놈이랑 여기를 한 번 마음먹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삥삥 돌아도 찾을 수가 없었지요. 가게에 전화를 했습니다. 어라, 설명을 우리가 돌고 있는 이 공사중인 건물 맞는데....

"여기 이 건물 맞는데요?"
"네, 지하 2층으로 내려오세요."
"예????"
"어라, 오늘 주방 보조 면접보기로 되어 있는 분들 아니세요?"

알고 보니 아직 한일관은 이전을 끝내지도 않았기에 개점도 안 했고, 신장개업 전에 주방보조 뽑는 중(.....)
알고 보니 저는 영업하는지 물어볼 요량으로 전화했던 거였고, 식당은 그 날 마침 면접보기로 되어 있던 스태프인 줄 알고 찾아오라 한 거였고;;

결국 그 날은 저 동네에 있는 어떤 함흥냉면집에서 대충 먹고 각자 빠이빠이 했다는, 뭐 그런 얘기. 냉면은 새콤 쫄깃한게 전형적인 강남식이었고, 가격도 전형적인 강남이었고, 날씨는 더럽게 추운 1월 중순이었지요... 쿨럭. 그때 나랑 같이 똥개훈련 했던 정모군한테는 심심한 유감과 미안함을 표하는 바이옴... 남자 둘이서 한겨울의 압구정을 뺑뺑뺑 돌던 아련한 추억이라니.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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