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공룡, 아버지의 이름으로, 영원한 전쟁

  • Ylice
  •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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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중계나 뉴스 정도를 제외하곤 티비를 보는 취미가 없는 제가,
어제 밤에 몇년만에 공중파채널을 멍하니 보고 있었습니다.
뭐, 별 이유가 있었던건 아니고요.ㅎ

EBS에서 '한반도의 공룡'을 하더군요. 이건 전에 한번 본적이 있지만,
제작과정을 다룬 3편까지 본건 처음이었습니다. 감독이 민병천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지요. 그 이름은 분명 '유령'이라는 잠수함영화와 '내츄럴시티'라는
블레이드러너 카피영화를 만든 사람이었습니다. 유령은 안봤고, 내츄럴시티의 경우는
케이블에서 3분의 1쯤 보다가 욕한마디 던지고는 돌려버린 영화였죠. 그 후 민병천
이라는 이름은 제껴뒀었는데, 한반도의 공룡이 그 사람의 작품이란걸 알고나니 역시
사람은 자신의 재능이 빛나는 분야를 잘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더군요. 함부로
제껴 놨던 것에 대해 다소 미안한 감도 들고...ㅎ 현재는 올리브 스튜디오라는 곳의
대표로서 '코코몽'이라는 아이들 대상의 티비용 3D애니를 제작하고 수출도 열심히
한다는데, 그 방면의 넘사벽인 '뽀로로'때문에 상대적으로 빛을 못보는 감은 있지만
아는 애들은 다 아는 인기작인 모양입니다. 대단해요.
한반도의 공룡을 보면서, '쥬라기공원'과 겹치는 시기에 '티라노의 발톱'을 내놨다가 극장
에서 내몰리는 수모를 겪었던 심형래감독의 팀이라면 같은 기획 아래에서 어느 정도로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한반도의 공룡 후에 연속으로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봤는데, 한동안 완전히 까먹고 있던
IRA에 대해 다시 관심이 좀 생기는군요. IRA에 관해 제가 처음으로 알게된 것은 이원복이라는
양반이 지금처럼 타락(?)하기 전에 그렸던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이라는 만화를 통해서 였습니다.
그 후론 문화적 방면에선 U2의 'Sunday Bloody Sunday'라는 노래나 '패트리어트 게임', '데블스 오
운', '마이클 콜린스'같은 영화들로 접했었는데,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어제 처음 봤습니다.
민간인 폭탄테러 사건의 용의자로 억울하게 잡혀들어간 주인공(대니얼 데이 루이스)이, 자신 때문에
연루된 아버지를 감옥에서 만납니다. 그는 아버지를 향해 왜 자신이 사고칠 때만 나타나서 따라오느
냐고 고래고래 욕을 해댑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 '저 넘 왜저래?'하고 황당해하는 맘을 대변하듯,
영화속의 아버지도 눈을 크게 흡뜹니다. 그러나 횡설수설하는 아들의 폭언을 듣던 어느 순간,  차츰
눈매를 낮추고는 조용히 다가가서 부여안으며 괜찮다고 등을 다독입니다. 주인공의 얼굴이 붉게 일
그러지다 이내 울음섞인 횡설수설로 바뀝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를 부여잡고 통곡합니다. 보고
있자니 주인공의 폭언에 약간 분노 마저 느끼던 마음이, 순식간에 '아버지를 연루시켰다'는 죄책감과
두려움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었던 주인공의 심리를 깨닫게 되면서 눈시울까지 뜨거워지더군요. 그
장면을 보며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왜 대배우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주인공은 분명 얼간이지만,
'압제받기에 숭고해질 자격을 획득한 인간'의 전형적인 케이스였습니다.
그 외에도 정부와 검/경찰과 언론이 작당하여 일으킨 광풍이 무고한 한 가족을 뭉개는 과정을 보며
이게 남의 나라 일이 아니란 생각에 참담한 기분이 되더군요. 음,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아래는 SF소설 '영원한 전쟁'의 초강력 스포일러)



그리곤 읽던 책을 마저 읽었습니다. 이제서야 읽는 '영원한 전쟁'. 워낙 암담한 내용전개 때문에, 설마
그렇게 끝날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SF소설 읽다가 마지막에 눈시울이 뜨거워진건 처음이었어요.
마치 '톱을 노려라'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20세기부터 시작된 외우주전쟁에 참가하여
외우주 이곳저곳의 전장을 떠돌다 시간팽창효과 탓에 34세기까지 이르게된 두 주인공이 시공간의 장벽을
넘어 마침내 재회하는 결말은 어지간한 연애소설의 결말 쯤은 가볍게 뛰어넘지 않을까요. 자신의 전역금
으로 셔틀을 사서 상대론적 속도로 행성을 왕복하며 전장에 있는 애인이 귀환하기를 261년의 객관시간
동안 기다린 여성대위라니... 하드SF 밀리터리물 주제(?)에 막판에 이렇게 로맨틱해도 되는거야!라는
마음속 외침과 함께 매우 뿌듯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다행이야, 다행이야.ㅎ





걍 주말 잡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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