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학과와 자신의 적성?...
아래 고민글 보고 쓰는 바낭글이어요. 하루 영양소기준치에 한참 미달하는 글입니다.
저는 원래 고등학생 때는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를 가고 싶었습니다.
이유요? 요즘 취직이 잘되는 과래잖아요.
적성이요? 이미 12년간 제 몸과 마음에 맞지도 않는 공부를 해온 경력이 있는데, 4년 정도 해서 뭐 어떠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죠. 어차피 학문을 더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취직만 하면 장땡이잖아요.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서 수능을 봤는데, 원서를 쓸 때 딜레마에 빠졌죠. A대학과 B대학이 있는데, A대학이 이른바 좀 더 좋은 곳이었으나, 여기로 가면 경영학과나 경제학과 말고 인문계열을 택해야 했죠. B대학을 가면 경영학과를 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좀 더 유명한 대학을 선택했습니다. 대학 서열에 목매달면서 여태껏 수능 공부한건데, 그래도 좀 더 '이름값' 있는 대학을 가야죠. 인문 계열 중에는 영어영문학과를 택했어요. 이것도 별 이유 없습니다. 제 점수로 최대한 좋은 과에 가고 싶었고, 영문학과가 그냥 많이 들어본 학과고, 적어도 불문이나 독문보다는 커트라인이 높아서 였죠. 영문학과가 뭐하는 덴지도 몰랐죠. 그냥 영어배우는데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들어간 대학교...
잘 몰랐는데, 막상 들어가니까 이 대학도 이름만 조금 유명한 거였더라구요. 대학 들어가면 무조건 넓은 캠퍼스가 있고, 계단식 강의실에서 폼나게 수업 듣는 줄 알았더니, 학교는 온통 공사판이고, 문과대 건물은 제가 나온 고등학교 건물보다도 못 했습니다. 그래도 영어영문학과는 이름을 많이 들어본터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은 거 하나도 없었어요. 대실망이었죠.
수업도 제가 기대한 거랑 달랐어요. 고등학생 때 주로 떠올렸던, '이걸 왜 외워야 하는거지?' 라는 의문은 대학 교양수업을 들으며 더 증폭되어 제 머릿속에서 울렸습니다. 전공 수업이야 애초에 흥미가 떨어졌구요. 동아리 활동이나 하면서 시간이나 때웠습니다. 경영학으로 전과를 한답시고 전과준비를 하는 둥 마는 둥 했죠. 이러니 학점관리는 보나마나고요. 그러다 결국 학고라는 걸 맞아봤죠.
이 과정들을 쭉 돌아보면 제 자신조차 이리 한심할 수가 없습니다. 잘못된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생각이란게 아예 없었던 거죠. 고등학생 때도 그렇고, 바보같은 선택을 한것도 그렇고.
적성이란게.. 실제로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어쩌면 제가 위에 쓴 생각과 행동이 적성이 안 맞아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어쩌면 도피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적성이 안 맞아서 저런거라면, 다른 학교로 옮기는 판단이 백번 옳습니다.
대중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심리학과에 가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실제로 제가 심리학과와 적성이 잘 맞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잘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어요.
더군다나 학교,학과 커리큘럼에 따라 다르겠지만 1학년 전공기초만으로 학과에 대한 적성을 판단하기란 어려우니까요..
제 경우가 이렇죠. 저는 그야말로 영어영문학과에 불시착했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정말 재밌으니까요.
현재 저는 저때와 달리 영어학과 영문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재밌습니다. 영어학이란 학문을 공부하다보니 언어학을 계속 공부해도 좋을 것 같고, 영국 시와 소설들을 배우면서 고전이란 걸 좀씩 맛봤죠. 미국 희곡을 배우면서 연극들을 찾아서 보면서 다니니까 다른 공연도 보고 싶고. 교수님들께 질문을 하러다니면서 귀염둥이..까진 아니더라도 이쁨은 받고 있습니다.
물론 학점과의 괴리(...)는 제쳐두고라도, 전공이 재밌다는 걸 느꼈어요.
위에 제가 학고 맞을 정도로 방황했던 시기는 불과 1년전입니다. 개차반 같은 생각으로 영어영문학과를 선택을 하고 결과도 그리 신통치 않았으나, 그 때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자리를 잡았죠.
그러니까 이글의 교훈은, 저도 모릅니다. 글 서두에 하루 영양소기준치에 한참 미달한다고 미리 밝혔으니 책임은 없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