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boo님 글을 읽고, 전문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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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된 soboo님의 글입니다. 요약하자면, 4대강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는 데 힘을 보탠 토목계 전문가들은 나쁜 놈들이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 (한반도 대운하) 의 폐혜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빌붙어 돈을 받아먹었기 때문이다, 라고 쓰셨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한가지 본받을 점이 있다면, 전문가의 권위가 아직 살아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한국 사회에서 전문가의 권위는 상당히 죽어버렸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전문가의 권위가 필요했던 때가 몇 번 있었습니다.
1.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 (노무현 정권)
2.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결정 (노무현 정권 - 이명박 정권: 수입요건이 다름)
3. 청계천 환경평가 (이명박 치적)
4. 4대강 (한반도 대운하) 환경평가 (이명박 정권)
5. 천안함 침몰 원인 (이명박 정권)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 때에는 그래도 젊은 생물학자들이 자기가 아는 바를 말했습니다. 이때에도 저는 학계의 전문가, 그 중에서도 학계 원로들의 멘트가 빨리 나왔으면, 사회적 비용이 훨씬 줄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때 원로들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왜?
원로들의 말은 아니지만, 그때 생물학계 일각에선 이런 의견도 있었죠. 그나마 황우석 때문에 우리나라 불모지인 생물학에 펀드가 좀 돈다, 그런데 황우석마저 죽으면 생물학에 아무 펀드도 안온다. (실제로 황우석 사건 나고 생물학계는 펀드가 확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젊은 꼬꼬마 생물학자들부터, 미국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생물학자, 국내에서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이 "쟤들 시기한다"라는 누명을 써가면서 말을 한마디씩 꺼내서 황우석 사건의 끝을 보았습니다. 결국 이 사건 때문에 대학원생들 커리어가 몇몇 날아갔습니다. (황우석 랩 말고도 말입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 사람들은 그래도 학문의 존엄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국민들이 알게 된 건, 서울대도 별거 아니고, 석좌교수도 별거 아니고, 미국대학에서 일하는 유대계 백인 교수도 별거 아니고, 심지어 네이쳐도 사기쳐먹을 수 있는, 그 말을 100%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에 광우병 사건 때의 이야기인데, 저는 이때 제가 좀 더 진지하게, 더 세세하게 파헤치는 글을, 더 많이 쓰지 않은 것을 후회합니다. 저는 아직도 육골분 사료를 먹인 미국산 소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국이 자국민들에게는 안전한 식품을 제공할 것이라는 한국인들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위험이 입증될 때까지는 안전하다고 간주한다, 라는 입장이 있습니다. 반대로 안전이 입증될 때까지는 위험하다고 간주한다, 라는 입장이 있습니다. 전자는 자본가, 생산자, 유통업자의 입장입니다. 후자는 의사, 어머니, 소비자의 입장입니다. 저는 후자의 입장을 취합니다.
이때에도, 전문가들이 나서서, 이러이러한 우려가 있는데 알려진 리스크는 이 정도이고 알려지지 않은 리스크는 이정도이다, 따라서 이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먹어야 한다, 라고 말을 하고, 정부측에서 국익과 서민 경제를 생각해서는 어떠어떠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수입을 해야만 한다, 라고 권위를 갖고 말했다면, 대중들 사이에서 오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리스크를 부인했습니다. 위험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데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정부의 권위는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황우석 때에도 황우석빠, 황우석까, 황우석빠까(황우석은 싫지 않지만 황우석빠가 싫다), 황우석까까가 나온 것처럼, 광우병 때에도 쌍방간은 서로 비아냥으로 감정을 높이다가, 똥싸다 밑을 안닦고 나온 것처럼 흐지부지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청계천에서도 그러하고, 4대강 (대운하)에서도 그러하고, 또 천안함 사태에서도 그러한데, 전문가는 TV에 나와서 스크류가 돌면 강이 깨끗해진다느니 하는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건 대중이 봐도 아니란 걸 압니다. 한국사회에서 전문가는, 특히 몇몇 토목 전문가들은 이미 창녀처럼 몸을 팔았고, 대중들은 이제 몸판 전문가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은 미친듯이 자기가 믿을만한 소스를 찾아헤맬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소스라는 게 결국은 주인장의 정체도 모르는 블로그, 어디서 본 이미지, 아고라의 "미네르바"가 됩니다. 경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현재 경제사안에 대해서 열어놓고 코멘트하고, 분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다 하고 예측합니다.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왜 그렇게들 잘 안하느냐, 어떤 분이 그러시는데,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그러더군요.
천안함 사태에서 이 문제는 더 심각하게 나타났습니다. 네티즌들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뉴스 역시 믿을 수가 없고, 정부의 발표도 믿을 수 없고, 또한 군에서 하는 말도 믿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이제 대중들은 전문가가 누군가의 이득에 맞게 말을 할 수 있다라는 걸 압니다. 한번 무너진 전문가의 권위를 어디서 찾을까요? 이건 정권이 바뀐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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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줄기세포 파문 때는 젊은 생물학자들이 진실을 밝혔는데, 천안함 지진파 문제에는 이를 토론하는 학계 커뮤니티가 없다. 취재를 위해 지진학자들과 인터뷰를 하다보면 우리나라 지진학 인재풀이 참 좁다는 걸 느낀다."
시사인 신호철 기자의 트위터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