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는 일에 대하여.

  • 이울진달
  • 05-11
  • 1,558 회
  • 0 건
1.

짓다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들다
:여러가지 재료를 섞어 약을 만들다
:시,소설,편지,노래가사 따위와 같은 글을 쓰다
:논밭을 다루어 농사를 하다

'짓다'라는 단어에 뜻이 열개나 있는줄 몰랐어요.
여러가지 상황에서 그 말을 쓰지만, 그게 몇 가지일지 생각해 본적은 없거든요.
위의 네 가지는 그 중 제가 좋아하는 용례입니다.

2.

얼마전에 어떤 분이 건설일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짓는 일이어서 멋있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짓는 일은 결국 살게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먹게하고, 입게 하고, 머물게 하고, 아픈 것을 낫게 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아기일때 부모님이 주던 것들을 성인이 되어 남들에게 받습니다.
짓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에게 마치 부모와 같은 돌봄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없고 양심과 철학이 중요하고
자본의 논리로 점철해버려서는 안되는 최후의 영역이 바로 '짓는 일'이 아닐까..
짓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경박해지고 급해지면
그 사회의 삶과 문화가 똑같이 바뀐다고 생각하거든요.

부동산 광풍도 그렇고 허투루 쓴 글이 쏟아지고
먹거리로 장난치고 농사짓는 분들까지 기업식 농가경영이 대세이고
제대로 짓는 일을 하려는 분들은 돈을 많이 못벌고 폼이 안난다는 이유로
주위에서 마뜩잖게 여기기까지 하니 지금 세상이 핑핑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게
이상한 일도 아니네요. 사농공상이 상사공농이 된 것 같아요.

많은 직업들이-소위 전문직이라고 세간에서 인기있는 직업들도
짓는 일에 비하면 부차적인 경우가 많은데 정작 이 일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점점 더 소외당하고 있는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약을 만드는 일은 그래도 굳건하지만.

물론 비싼 음식점과 일류 셰프도 있고
세계적인 건축가와 의상 디자이너들이 즐비하지만 그런 걸 말하는건 아니고요.
환상을 덧입히지 않은 짓는 일 그 자체와 그 일을 하는 사람들 얘기..
짓는 일을 하시는 분들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셔도 될 것 같아요.

3.

직업에 대해 간단히 조사할 것이 있어서 작업하다가 든 생각입니다만,
종종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무언가 허전한 마음을 가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않나 싶었어요.
따지자면 제 일은 '쓰는 일'이고 '쓰게하는 일'입니다.
굳이 생산적인 뉘앙스로 바꿔 쓰자면 보이지않는 부가가치의 창출?

짓는 일이나 쓰는 일이나 상호관계속에서 일어나는 거니까
어느쪽이 우위에 있다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지만
어린 시절부터 '짓는 일'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저로서는 아쉬움이 남아요.

변산공동체같은 곳에 내려가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농사짓는게 얼마나 어려운줄 아니,하지만
제 먹을 것 제가 짓는 일이 쉬우리라 생각하는게 오산이지요.

언젠가는 꼭 짓는 일을 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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