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건강상(?)의 이유 및 게으름 어쩌고 해서
무려 한 달 반이나 미뤄졌던 원고를 쫑냈습니다. 앞으로 수정하고 다듬어야 할 일이 산처럼 남아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일단락이 되었으니 자체 경축. (꽃을 뿌린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편집자님. (개구리 납작)
급한 일정이 있어 재빨리 새로운 작업으로 들어가야 합니다만, 끝낸 기념삼아 아껴두었던 설화나 꺼내볼까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민담이기 때문에, 실제 인물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 지는 며느리도 모릅니다. 걍 재미로, 걍 재미로.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오성 이항복 대감의 장인어른은 권율이지요. 그런데 문집이나 기록을 보면 오성을 마음에 들어해서 사위로 삼으려 한 것은 권율이 아니라 권율의 아버지이자 명종 때 영의정인 권철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성이 담 넘어가서 문 뚫고 주먹을 들이대며 이 주먹이 누구꺼게요 했던 옆집 대감님은 권철이었다는 소리...
아, 물론 그런 민담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난 게 아닙니다. 자, 평안북도에서 전해지는 썰에 따르면 요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권철이 손녀사윗감 선을 보기 위해 오성네로 찾아갔다고 합니다.
오성은 일찌감치 부모님 두 분을 모두 여의고 형제들에게 더부살이하던 처지. 게다가 오성네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세가 크게 기울어 절라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영의정이 찾아온다니 1급 경계경보가 발령된 상황. 어른들이 덜덜 떨고 있는 와중, 권철은 느긋하게 손녀사윗감 선을 보았죠. 그러면서 그래, 요 놈이 내 창문에 바람구멍 낸 놈이구나 생각했을 지도 모르는 일.
"그래, 네가 항복이냐?"
"넵."
"열 아홉이라며?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냐?"
이렇게 형식적인 문답이 대략 끝난 뒤 권철이 떠나려던 찰나. 갑자기 오성이 자리에서 일어났지요.
"선을 보러 오셨다면 진짜를 보고 가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서 허리띠를 훌훌 끄르더니- 바지춤을 확 내렸습니다.
좌중, 특히 가족들은 차마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탕에서 삶아지고 있을 무렵, 하지만 권철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그럼 혼례날짜를 잡읍시다."
과연 권철이 마음에 들어한 것이 오성의 배짱의 크기인지, 아니면 또 다른 부위의 크기인지 알 수 없습니다.
좋을 대로 생각합시다.
그리하여 권율의 외동딸과 혼인이 결정되자, 이제 혼인단자를 신부집으로 보내야 하는데... 보통 신랑의 사주라던가를 적어서 보냅니다. 그런데 오성은 그 단자를 자기가 쓰겠다고 고집을 부렸댑니다. 그리하여 날짜를 적는 대신 자기 거시기를 그려서 보냈다나요.
그리하여 단자를 받은 신부집도 대 만족. 오성과 권씨규수는 결혼해서 잘 살았댑니다.
정말 그래도 되는 거냐 싶긴 하지만, 뭐 서로가 좋대니까 어쩝니까.
그럼 오늘의 이야기, 끝~~~
p.s :
조선시대 당시 학생의 생활을 정리하고 있는데.
중세 유럽이 전공 쪽인 지인 분과 이야기하다보니 동서양 불문하고 몇 개 공통되는 행동패턴이 있습니다.
1. 하숙집 밥 맛 없다는 투정.
2. 룸메이트랑 안 맞는다는 불만.
3. 집에다 돈 좀 보내주세요 징징 어택.
4. 시험 벼락치기, 컨닝
5. 선생에게 대들거나 뻗대기.
등등.
그 외 조선 만의 특징이라면
공교육 전멸에 사교육이 횡행했다는 것 정도?
이렇게 이거저거 재미있는 걸 찾아내며 재미있게 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