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놀이할 때 편 가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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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유튜브라는 것으로 '니코니코 동화'라는 게 있는 모양입니다.
혹자는 그러더군요, 이걸 보더니 "이건 재능이 낭비되는 곳이다!" 라고...

그런데 저는 이 이름을 듣고 생뚱맞게도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가 떠오르더군요.


니 니 니코니코 삼 천 니코니코 겜 맘 보.


방과후에 애들끼리 놀 때 편가르기 방법 중 하납니다.
놀고 싶으면 일단 누가 이렇게 선창을 뽑죠.
"숨바꼭질 할 사람 요 요 다 붙으라."
이것도 그냥 안 하고, 구성진 가락이 민요장단마냥 묘하게 계이름을 칩니다.

그러면 애들이 우르르 몰려드는데, 다들 전부 엄지손가락 세운 주먹을 하고 선창한 놈 주먹 밑으로
엄지손가락을 넣습니다.  마치 보이 스카우트에서 캠프파이어 때 우정의 고리 만들듯 - 앞 사람 주먹
손바닥이 아래 사람 엄지손가락을 물고.... 이런 순서대로 사람 주먹이 줄줄이 줄서게 됩니다.

그럼 선창한 놈이 기세도 좋게 목청을 뽑아 주먹을 세기 시작하죠.

"니 니 니꼬 니꼬 삼 천 니꼬 니꼬 갬 맘 보."

이것도 역시 부르는 데 가락이 있습니다. 아까 요 요 다 붙어라 보다는 좀 더 음악적입니다.
바 장조(?) 계이름을 치며 부릅니다. 미 미 미레도레 미 솔 미레도레 미 레 도...
위부터 차례로 주먹을 세며, 니 니 니꼬 니꼬... ('니꼬'는 하나로 칩니다.)
만약 끝까지 세었다면 다시 역순으로 돌아오며 셉니다. 삼 철 니꼬니꼬. 겜.맘.보.
그리고 노래가 끝나는 곳에 있는 주먹을 열에서 빼냅니다. 겜 맘 보의 '보'에서 걸린 놈입니다.

그 친구를 한쪽으로 보내 놓고는 또 노래부르며 셉니다. 니꼬니꼬... 또 누가 걸립니다. 그럼 또
그 친구를 반대편으로 보내고... 이걸 사람 없어질 때까지 계속하고 나면, 편은 적당히 랜덤으로
갈려 있게 되기 마련이지요.

사람 수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덴-지(덴지야 데덴)보다 이 쪽이 더 편가르기가 편할 때가 있습니다.


"덴-지"는 아는 사람도 많고 지역마다 그 쓰임새도 조금씩 다르더군요.
제가 살던 동네는 "데-엔지" 라고 외치면서 손바닥을 자기 맘대로 위 혹은 아래로 뒤집고,
같은 쪽을 향한 손바닥끼리 편먹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써서 편갈라먹기에는 4~6명이 제일 적당한 것 같습니다.
열두 명 넘어가면 정신사나워요.(....)

그런데 지역마다 그 이름도 다른 것 같습니다.
서울쪽에 와서는 뺀-찌라고 하는 것도 들었죠. (불광동)
그런데 제가 촌에서 놀 때 쓰던 건 덴-지, 가 아니라 '덴지야 데덴'이었습니다.

"덴-지야 데덴, 데덴, 데덴, 데덴."

끝에 데덴 데덴 하고 계속하는 건 편이 정족수로 안 갈렸을 때입니다.
이를테면 가위바위보에서 가위 바위 보가 골고루 다 나온 상황.
이게 도시로 오니까 "덴-지"가 되더군요. 데-엔지. 데-엔지.

읍내 쪽에서는 편이 안 갈릴 때에 끝에 '데덴'만 반복하는데,
도시 쪽은 그냥 '데-엔지'하고 반복하는 게 참 어린 나이에도 신기했더랬습니다.
(세상이 넓고 개념은 다를 수 있다는 걸 그 해, 열 살의 봄에 처음 알았습니다.
한편으론 촌동네에서 유행하던, 계단에서 하는 놀이 '토끼 깡총'을 모르는 것도 꽤 신기했죠.
토끼깡총 하자. 그기 뭔데? 니 그거 모르나? 나 니한테서 첨 듣는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 니꼬니꼬나 덴-지는 일본의 잔재 같기도 합니다. 그냥 딱 듣기에 일본말 같은데...
특히나 사투리에 일본어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동네가 아랫동네니까 - 시다바리. 찌께다시(츠키다시).
요오지. 구루마. (와리바시는 의외로 잘 안 썼음) - 일본어로 손을 '데(手)'라고 하는 거 보면
덴지야 데덴 같은 건 확실히 일본쪽에서 나온 거 같기도 합니다. 그냥 추측일 뿐이지만...

뭐 지금에 와서 굳이 한국어로 순화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소리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니코니코 동화라는 최근의 일부 유행을 보고 어린 기억이 떠올랐을 뿐.
무엇보다도 이제는 저런 놀이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하는 애들도 없을 테니까요.
다들 피씨방에 앉아서 "빠이어 인더 홀!" 이러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종암동 이 쪽은
평일 오후에 보면 가끔 애들이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서 놀이 비슷한 걸 하고 있긴 하더군요.




P.S.
토끼 깡총이란 놀이는 함안군 쪽에서는 굉장히 자주 했는데 마산 창원쪽은 아무도 모르는 놀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지역적 변형 같은데, 일단 술래를 뽑고(경상도말로 '언니',
나머지 애들은 계단 맨 위에 올라가서 서 있습니다.

그르면 일단 언니가 메깁니다(선창).
"토끼!"
그러면 아이들이 받습니다.
"깡총!"

그리고 폴짝 한 칸을 뜁니다. 두 칸 뛰면 기본적으로 반칙이지,만 뛰어서 안 비틀거리면 봐주는 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 여기서 이 놀이가 일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와 유사한 룰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놀이의 경우 상체는 자유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 언니가 또 메깁니다다. 이번에는
"거북이!"
그럼 아이들이 받습니다.
"메-롱"
다리 한 짝을 앞으로 차듯이 좀 뻗었다 집어넣습니다. 진짜로, 발 갖고 메롱 하는 모양새.

보통은 '토끼', '거북이'가 반복해서 나오지만 중간에 언니가 순서 바꾸기도 하고,
언니가 "애국가!" 하면 "동 해 물 과 백" 하고 다섯 칸을 뜁니다.
꽤 고급이고 위험한 스킬(..)이죠. 계단 다섯 칸을 한꺼번에 뛰어서 다섯 걸음 가니까.
이런 변칙 플레이에 당연히 삐끗하는 애들이 많이 나오고, 그러면
그 녀석들은 숨바꼭질에서 잡힌 애들처럼 언니한테 붙잡혀 있게 됩니다.

하지만 토끼 깡총... 하면서 폴짝폴짝 뛰다 보면 필연적으로 계단 밑에 있는
언니한테 다가가게 되어 있죠. 긴장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습니다 - 누군가 언니한테 잡혀 있는 애들에게
'탓치'를 하고, 그 순간 모든 얼음땡 상태는 풀려서 전부 뿔뿔이 흩어져 줄행랑을 치죠.
언니한테 잡힌 사람이 다음번 언니가 되니까....



P.S.2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일본으로 넘어가면 '달마 대사가 넘어졌다'란 놀이가 되는 모양입니다. 어느 쪽이 원류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면 알수록 두 나라의 민속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P.S.3
덴지야 데덴의 지역적 용례. 이건 저번에 다른 곳에서 이 얘기 꺼냈다가 줄줄이 달렸던 리플들...

[사례 A] 서울
"저희 동네(서울 및 그 주변)에서는 '데덴-찌' 혹은 '데덴-데' 라고 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확히 갈리지
않으면 '데덴-찌, 찌, 찌, 찌~' 혹은 '데덴-데, 데, 데, 데~' 하는 식으로 나갔었지요. 역시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군요."

[사례 B] 대전
""우에 시다리", 안갈리면 "찌단말 없기(와 비슷한 발음)", 그 다음은 "없기 없기" 이렇게 했었지요^^
니코니코도 비슷한게 있었는데 그건 잘 기억이 안나네요;;"

[사례 C] 마산
"음. 제가 회원국민학교 다닐 땐 토끼 깡총을 많이 했습니다. 저희땐 도둑발(숫자) 라고 해서
소리를 내지 않고 몇발걸음 내려오는것이라던가 점프라고 해서 한번에 몇개단을 뛰어내리는 명령등이 추가 되었었지요."

[사례 D] 경북
"난 니가 써놓은 거 하나도 모르겠다. ㅡ.,ㅡ 아니 아무리...경북과 경남이지만 크헹..일케 차이가 많이 나나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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